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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논단] AI시대로 가는 과도기의 특징과 대책


[김영환 | 준비하는미래 대표]

요즘 제4차 산업혁명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거론되지만 제3차 산업혁명과 제4차 산업혁명을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컴퓨터 자체가 인공지능이고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인공지능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 제3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적절하지도 않다. 산업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힘을 쓰는 많은 일들을 기계가 대신 해주면서 인간은 두뇌를 쓰는 일에 집중하게 되었고 또 그런 쪽으로 많은 새로운 직업들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인공적인 지능인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을 컴퓨터가 대신 해주게 되었고 인간은 한편으로는 일이 편해졌고 또 한편으로는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지난 30년 동안 선진국, 준선진국에서 일자리가 줄어들었는지 아닌지는 논쟁거리다. 형식적 통계만 갖고는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전통적 사무직의 업무에서 업무량이 획기적으로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고 그렇게 줄어든 인력만큼 고차원적인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한국 사회만 놓고 관찰해본다면 지속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인구가 현저히 적은 20대가 취업에 심한 어려움을 겪는 문제라든지 비정규직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도 이런 현상의 연장선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사회의 이런 문제들의 원인을 놓고 구조적 불평등의 심화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성장의 둔화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노동 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컴퓨터로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의 영향이다. 형식적 실업률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만 놓고 정보화혁명이 있어도 새로운 일자리가 끊임없이 늘어나기 때문에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 본다면 일자리는 이미 줄어들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온전하지 않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문제는 미래에 일어날 일이 아니라 이미 30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었던 일이다.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의 시대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경제, 정치, 행정, 치안, 사법, 교육, 의료 등 모든 부분이 거의 인공지능 중심으로 움직이는 인공지능 중심사회,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확장하지만 아직 인공지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되지 않는 사회, 인공지능의 초기 발전 단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컴퓨터가 대중화된 후 지난 30여 년 동안을 초기발전 단계라고 본다면 지금은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사회의 모든 영역에 확장하는 시기에 이미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정보화 혁명이 있었던 지난 30여 년 동안 사회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근본적 변화라고 부를만한 것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미래 인공지능 중심사회로 가게 되면 생산활동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것, 우리 생활의 모든 것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속도는 수십만 년의 인류의 발전역사를 고려해 본다면, 심지어 지난 300여년의 산업사회의 역사를 고려해보더라도 지나치게 빠른 변화가 될 것이다. 인간이 한 번 사회화가 완성되면 그 다음에는 사고방식이나 생활습관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늘어날 인간의 수명을 고려해본다면 이러한 급속한 변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어려움과 고통, 혼란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중심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화될 때까지 이런 혼란은 계속 될 것이다.

 

나는 이 시기를 <과도기>라고 부르고자 한다.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보자면 과도기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과학기술적 발전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계속 나아갈 것이다. 속도가 느릴 때도 있고 빨라질 때도 있겠지만 특정 시기를 굳이 과도기라고 부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사회정치적 측면에서는 다르다. 이런 급속한 변화를 현재의 사회가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인공지능 중심사회에 사람들이 확실하게 적응할 때까지, 그에 맞게 사회구조가 충분히 재정비될 때까지 많은 혼란과 어려움이 수반될 수밖에 없고 그 시기를 특별히 분리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럼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과도기인가. 사실 이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세세한 것까지 따지는 것은 실천적 실익이 별로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산업 전반의 동향을 살펴볼 때 과도기는 몇 년 전부터 시작되었거나 혹은 금년이나 2~3년 후부터는 본격적인 과도기가 시작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도기가 끝나는 시점은 예측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대략 30~60년 후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공지능 기술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30년 이내에는 인공지능 중심사회의 정착이 결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리 그 속도가 느려도 두 세대가 바뀌는 60년 후를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사회가 완강하게 거부하던 것들도 세대가 바뀌면 쉽게 수용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과도기는 인류사회의 획기적인 발전을 경험하게 되는 영광스러운 시기이자 많은 혼란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시기이며 많은 도전과제를 극복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멈춰 이런 고통을 막자는 주장은 올바르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은 이야기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이 시기에 닥칠 고통을 모두 없애고 이를 즐거움으로 바꿔주겠다는 약속도 허황된 약속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준비하고 충분히 노력한다면 그 과정에서의 혼란과 갈등과 고통을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 한국 사회를 포함한 전 인류가 현 시기에 집중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1. 과도기에 나타날 수 있는 갈등과 혼란

 

과도기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 인간의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1차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갈등은 주로 일자리와 관련된 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다. 일자리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복지제도나 행정지원은 그만큼 빨리 발전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런 갈등은 점점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1) 실업자와 사회의 갈등

 

실업률이 낮을 때는 실업자들도 빨리 취업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실업률이 높아질수록 취업의 희망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취업의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사회제도를 원망하고 정부를 원망하고 취업자들을 원망하는 정서를 쉽게 갖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나 사회제도를 비판하는 각종 시위나 집회 등이 벌어지고 심할 경우에는 이를 전복하고자 하는 각종 운동이 강하게 벌어질 수 있다. 그리고 취업자와 실업자 사이의 이런저런 유형의 사적인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많은 시위가 있었지만 결사적으로 하는 시위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희망을 잃은 실업자들이 늘어날수록 시위의 결사적인 성격이 더 강해지게 될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저항하는 쪽에서나 이를 통제하는 쪽에서나 적당히 온건한 쪽으로 순치되어 왔다. 서로가 적절하게 양보하면서 생존의 공간을 주는 식으로. 그러나 희망을 잃은 실업자들이 폭증하게 되면 이제 더 이상 그런 적절한 양보와 타협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며 기존 사회에서 순치되어 왔던 저항단체, 경찰, 기타 사회세력들은 새로운 국면에서는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 순치된 세력들이 힘을 못 쓰고 시위나 기타 사회운동은 신진세력들에 의해 쉽게 폭력적인 양상으로 발전하게 될 수도 있다.

 

실업자는 현재 사회의 주류가 아니다. 사회적 지위나 사회구조상으로 볼 때 주류가 아닐 뿐 아니라 다수가 아니기 때문에 주류가 아니기도 하다. 그러나 실업자가 점점 늘어나게 되면 이들은 조금씩 영향력이 커지게 되고 사회의 중심적 존재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한국과 같은 일반적 민주사회에서 최종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은 유권자이다. 따라서 실업자와 그의 가족이 전체 인구의 5분의 1 정도만 되어도 정치와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될 것 이다. 거리에서의 싸움판이 그대로 국회로 옮겨갈 수도 있고 국가 정책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선거 때마다 왼쪽 극단에서 오른쪽 극단으로 다시 왼쪽 극단으로 옮겨 다닌다면 국정이 아주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2)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인공지능과 로봇의 도입이 본격화되면 노동자의 전체 수가 줄어들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정규직의 수가 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정규직을 해고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현재 정규직은 이중, 삼중으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해고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고 그 때문에 해고되는 경우보다는 기업 자체가 망해서 직업을 잃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현재 산업구조가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새로 생기는 기업과 망하는 기업도 많아지게 될 것이다. 국가가 해고를 어렵게 만들어 놓을수록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고 있던 기업들의 경영은 더욱 어려워지게 되고 노동자를 적게 고용하고 주로 인공지능에 많이 의존하는 신진기업들의 입지는 더 넓어지게 된다.

 

국가가 고용을 유지하도록 기업에 압박을 가하는 모든 정책들은 소용이 없을 것이며 오히려 그런 정책들이 경제와 실업률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정규직의 수가 줄어들게 되면 정규직을 선망하는 마음이나 위화감은 더 커지게 될 것이며 정규직에 있는 사람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혹은 기득권을 더 강화하기 위해 벌이는 시위, 파업, 정치로비, 그런 것을 대변하는 정치인과 정당들을 보며 점점 더 강한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아무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다. 현재 비정규직에 있는 사람들은 그 수가 엄청나다. 기존 통계수치 자체도 매우 크지만 숨겨져 있는 사람들, 형식은 자영업자이지만 실제로는 비정규직인 사람들을 포함하면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1천만 명을 훌쩍 넘는다고 본다. 대기업을 압박하여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고 압박하면서 현실적으로는 아주 소수의, 이미 다른 비정규직에 비해 좋은 조건에 있는 사람들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전체 비정규직의 수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것이며 오히려 상층 비정규직이 줄어들면 대다수 중하층 비정규직의 위화감은 훨씬 커질 것이다.

 

이 문제의 해법은 정규직의 고용유연성과 임금유연성을 높여 임금격차도 줄이고 비정규직도 정규직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가서 위화감을 줄이는 길 뿐이다. 이런 식으로 한다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어떤 길로 가더라도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과도기의 갈등 요소를 줄여 사회의 안정적 변화, 안정적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

 

정규직의 수가 줄어들수록 정규직 내에서 공무원, 공기업 직원, 교사의 비율은 높아질 것이다. 이들은 세금이나 기타 공적자금으로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는 사람들이며 실업자들도 세금이나 공적자금으로 생계비를 조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을 놓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관계에 있다. 실업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 정부에서는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재정압박을 심하게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모든 영역에서의 예산감축을 할 수밖에 없다. 실업자들에 대한 생활보조금을 넉넉하게 주지 않더라도 그 수가 크게 늘어난다면 그 재정수요는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예산감축을 하게 되면 공무원의 수도 줄이고 임금도 줄이고 연금도 줄이고 판공비도 줄이고 각종 복지혜택도 줄이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공무원들의 저항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만약 저항이 너무 심해 정부에서 관련 예산 감축을 못 할 경우 정부에서는 화폐를 더 찍어내든지 외채에 심하게 의존하든지 기타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재정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 화폐가치가 떨어져 임금이나 연금 등이 실질적으로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이런 건강하지 못한 행태들이 누적되어 특정 임계점에 달하면 아주 충격적인 화폐가치의 하락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이 오면 공무원, 연금생활자, 실업자 등이 가장 큰 피해와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과 실업자는 이해관계가 대립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처럼 파국적인 상황을 막아야 하는 공통의 입장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이 파국적 상황을 막기 위해 서로에 대한 연대의식을 높이고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3)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

 

현재 일자리 시장에 나오는 신세대는 그 인구가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현저히 적은데도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사회구조와 산업구조가 바뀌었고 점점 더 적은 노동력만 필요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불공정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구세대 자신들은 수십 년 전의 조건에 맞춰 만들어진 근로기준법 등의 보호를 받고 있으면서 신세대에 대해서는 사회와 산업구조가 바뀌었으니 그에 맞춰 적응하라는 아주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대에 맞춰서 그에 맞게 적응해야 한다면 근로기준법 등 각종 노동관계 법률도 시대변화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데 그것은 또 결사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능력이 없고 노력을 하지 않아도 끝까지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면서 젊은 세대들의 좁은 취업 기회를 더 좁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신세대는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게 되면서 매년 새롭게 일자리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신세대의 절망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구세대는 구세대대로 조금만 삐끗하거나 조금만 후퇴해도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기득권 지키기 전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구세대에서도 비정규직, 실업자, 반실업자 등이 신세대와 같은 편에 서서 싸움이 전개될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식의 전선이 일정 기간 지속된다면 싸움이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세대 간의 정서적 문화적 차이가 심해 과연 이런 전선이 정상적으로 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4) 한국인과 외국인의 갈등

 

이민, 난민, 불법체류자, 외국인노동자 등의 문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선진국, 준선진국에서 핫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도 지난 20여 년 동안 합법 외국인노동자,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결혼이민자 등이 꾸준히 증가해왔고 현재 외국인 비중이 전 인구의 4%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는 외국인들이 주로 취업하고 있는 업종에는 취업을 꺼리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있고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외국인으로 채우는 사례도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아직 갈등이 본격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모든 영역에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고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사람들이 늘어나면 현재 외국인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영역에서도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 잘 적응한 외국인들이 취업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하면 이런 경쟁의 범위도 그만큼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의 처지가 어려워지고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지면 그것을 이질적 요소, 외래적 요소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심리가 커질 수 있다. 한국에서 취업하고 있는, 취업하려고 하는 외국인들이 그 1차적 공격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갈등이 고조되면 일부 외국인은 돌아가겠지만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여전히 많은 외국인들이 갈등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틸 것이다. 한국에 이미 생활터전을 깊숙이 만들어놓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보다도 특히 전 세계적 일자리 부족 현상에서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가 봐야 더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이 몇 차례의 단순 충돌로만 끝나면 좋지만 대규모 유혈충돌로 이어진다든지 외국인을 혐오하는 조직적 정치세력, 정당과 연계된다든지 하면 그 2, 3차 피해가 매우 커진다. 한국인도 외국에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고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자본, 한국과 교역하고 있는 국가들, 한국의 투자를 받고 있는 국가들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큰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고 국제사회에서의 입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2. 과도기의 핵심 정책

 

1) 일자리 정책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게 되면 국민들의 불만은 주로 일자리와 관련된 것이 될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이런 불만과 요구를 받아들여 일자리와 관련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많은 예산도 투입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약이 무효다. 일자리 감소가 인류사회 발전의 본질적 요소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거스르는 시도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일시적으로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정책들도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당장의 불만을 외면할 수 없는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이런저런 정책들을 해법이라고 내놓을 것이다.

 

그런 정책들은 노동자를 많이 해고하는 기업에 대한 페널티, 노동자를 신규로 많이 고용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고용을 계속 유지하는 데 대한 인센티브, 산업용 로봇에 대한 각종 과세, 외국인 투자 특히 고용효과가 큰 분야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각종 지원, 신규 창업에 대한 각종 지원, 해외 취업에 대한 각종 지원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중에서 외국인 투자 지원, 신규창업 지원, 해외취업 지원 등은 적극 하더라도 별로 부정적 효과가 예상되지 않는 정책이다. 그러나 다른 정책들은 크고 작은 각종 부작용이 예상된다. 고용효과가 크면서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그나마 고려해볼 수도 있겠지만 일시적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의 효과가 있을 뿐 근본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부작용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를 해고하는 기업에 페널티를 부과하면 일시적으로는 일자리 감소현상이 둔화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경영상의 절실한 필요 때문에 직원 수를 줄여야 하는데 이를 줄이지 못하여 그렇지 않아도 어려워져 있는 경영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경쟁력을 더 떨어트리게 만들 수 있다. 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 결국 일자리는 더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될 것이다.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페널티는 곤란하지만 인센티브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페널티와 인센티브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인센티브는 결국 이를 받지 못하는 기업들에 페널티를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 것이다. 그리고 한계기업들이 근본적인 체질개선은 하지 않고 정부에서 주는 인센티브로 겨우 연명이나 하는 식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고 경제구조 전체가 심각하게 곪을 수 있다. 정리되어야 할 기업들은 정리되어야 건강한 기업들과 신생 기업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데 한계기업들을 인센티브로 연명하도록 하는 것은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보다 더 부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리고 정부의 재정이 한계에 도달해서 인센티브를 대폭 줄이거나 폐지했을 경우 이런 한계기업들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어서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위험도 있다.

 

로봇에 대해 높은 세금을 매기는 방안은 최근 한국과 외국의 많은 학자들에 의해 제안되고 있는 방식이다. 산업용 로봇을 사고 팔 때 높은 세금을 매기고 산업용 로봇의 보유와 운용에 대해서도 매년 높은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기업이 로봇의 활용에 부담을 느끼고 로봇보다는 사람을 고용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심각한 오류를 갖고 있다. 첫째 이를 전 세계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산업경쟁은 전 세계적 범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세금정책은 대부분 개별 국가에서 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서 로봇에 대해 고율의 세금을 매기더라도 중국 정부나 일본 정부에 대해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주요 경쟁국들 중 어느 한 나라라도 로봇에 대한 세금을 폐지하고 로봇을 이용해서 저비용 고품질 대량생산에 나서면 다른 나라들의 기업은 순식간에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둘째 첨단 로봇에 대해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부가 첨단기술이나 신기술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는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나 이공계 대학생이나 대학을 준비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아주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셋째 로봇에 100%200%의 세금이 부과되어 10억짜리 로봇이 20억이 되고 30억이 된다면 여유가 있는 기업만 로봇을 구입하게 되고 형편이 어려운 기업들이나 소규모 기업들은 그럴 여유가 없게 되어 기업들 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넷째 로봇에 고율의 세금이 부과되면 로봇을 생산하는 대기업은 구매자에게도 그 부담을 넘기겠지만 동시에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나 관련 기술을 판매하는 신생 기술기업들에게도 그 부담을 전가하게 될 것이다.

 

로봇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나 로봇 관련 신기술을 연구하는 신규창업기업의 경우에는 한국 정부가 가장 보호하려고 하는 기업들인데 로봇에 대한 고율의 세금은 결국 이들에게 가장 큰 압박으로 다가가게 될 것이다. 일자리를 보존하려는 그 어떤 정책도 결국 실패하게 되어 있다. 일부 정책이 2~3년 정도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10, 20년의 긴 관점에서 보면 일자리 보존 정책을 펴든 펴지 않든 일자리 감소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날 것이다. 앞으로 일자리 보존을 위해 수십조 심지어 수백조원을 쓰자는 정치인들이 나올 것인데 그런 헛짓에 쓸 돈이 있다면 차라리 극빈자 보호나 실업자 보호에 쓰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인류문명 변화의 거대한 흐름을 그런 얄팍한 정책으로 바꿔보려는 태도 자체가 잘못이다.

 

2) 실업자 지원

 

현재 실업자에 대한 지원은 고용보험과 기초생활보장의 두 갈래로 되고 있다. 기업에서 해고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고용보험에서 지원해주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초생활보장의 형태로 지원한다. 고용보험은 지원대상이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편이지만 기초생활보장의 경우에는 고령자이거나 장애인이거나 중병이 있거나 어린 아이가 있는 미혼여성이나 이혼여성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에는 지원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한국 사회는 아직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취업하려고 한다면 정상적 건강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쉽게 취직이 가능하다고 당국에서는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침이 맞다고 본다. 그러나 앞으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게 되면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3D업종에 취업하려고 해도 쉽게 취업이 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럴 경우 기초생활보장의 대상을 대폭 확대할 수밖에 없다. 기초생활보장의 대상이 확대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다.

 

첫째 재원 확보이다.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로 나아가면 갈수록 세금을 더 많이 걷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세금을 갑자기 늘릴 수도 없다. 그런데 기초생활보장의 대상을 일반 무직자로 확대하는 순간 갑자기 재정지출이 확 늘어날 수밖에 없다. 둘째 지원 대상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 이다. 지원 대상을 확대하게 되면 지원대상이 되는지 안 되는지 애매한 처지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취업하려는 의지가 없는지 취업하려고 하는데 잘되지 않는지 판단하는 것도 어렵고 부양 의무자와의 관계도 판단하기가 어렵다. 현재 부양 의무자와의 관계는 전통적 가족관계의 기준에서 접근하지만 개인주의화가 점점 심화되어 전통적 기준에서만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생겨났다. 그 때문에 현재에도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앞으로 그런 사람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셋째 정부 지원으로만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 사회 전반에 걸쳐 무기력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위화감이 확대될 수 있다. 이런 위화감 확대는 각 급 학교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매우 커다란 도전요소가 될 것이다.

 

단순히 생계비만 지원하게 되면 사회 전반에 불건전한 분위기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가 각종 공공 서비스영역에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건, 교육, 보육, 실버 케어 등의 영역에서 국가가 고용하여 임금을 주는 것이 좋다. 이들은 지위나 고용형태에서 공무원과는 다르고 노동강도와 보수가 그렇게 낮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공근로와도 다르다. 일종의 공공근로이지만 새로운 유형의 공공근로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정부에서 일부 사람들에게 소액의 기초생활보장을 해주는 데도 재정적으로 헉헉대는데 광범한 사람들을 상당 수준의 임금을 줘가면서 고용할 여유가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아마 앞으로 10년 이내에는 아주 일부에 한해 실험적으로 운영해가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를 넓게 확대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심하게 지연될 수도 있다. 세금에 대한 저항은 어느 시대에나 강하기 때문에 국가가 리더십이 약할 경우 재정을 쉽게 확대하지 못하고 계속 눈치만 보며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단순 실업자가 사회에 넘쳐나면서 사회의 무기력화, 슬럼화, 치안 악화를 포함해서 모든 형태의 사회문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재정부족으로 실업자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못 해줄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게 되면 초저소득 실업자들이 계속 늘어나 이들의 구매력 저하로 산업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설사 실업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돈을 지원해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최저소득 취업자의 1/2 이상을 지원하게 된다면 근로의욕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3) 세금

 

인공지능을 배제하고 고려해 봐도 앞으로 필요한 재정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했었다. 그런데 거기다가 인공 지능의 확대로 실업자가 양산되면 몇 배 더 빠른 속도로 국가의 재정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국민의 반발을 가져올 우려와 경기를 위축시킬 우려 때문에 증세를 꺼리고 국가채무 확대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일본이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런 처지에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증세를 하지 않고 앞으로의 재정수요를 감당하려고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세금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3가지가 가장 비중이 크고 그 외에 재산세, 상속세, 증여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중에서 일반 국민들의 반발이 가장 적은 법인세의 인상론이 자주 거론된다.

 

법인세의 인상은 장기적으로는 불가피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에서 개인의 국적 변경은 쉬운 문제가 아니지만 기업의 이동은 몇 배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의 이동이 없이도 대부분의 대기업은 다국적 기업이기 때문에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이윤이 높은 사업부문을 집중시키는 것은 조직의 큰 이동 없이도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애플이 이윤이 높은 영역을 아일랜드 법인에 집중시킨 것과 같은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법인세는 가능한 한 주변 주요 경쟁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주변 국가들과 비교해봤을 때 아직까지는 조금은 올릴 여력은 있다. 우리가 20~22%이고 OECD 평균이 23%, 중국 25%, 일본 24%, 미국 35% 정도니까 약간은 올릴 여유가 있다. 그러나 중국, 일본 등과 함께 가야지 우리만 많이 올려서는 안 된다. 올려도 단기적으로는 25% 정도에서 많이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법인세의 인상은 불가피하다. 모든 영역의 세금을 모두 올려야 하고 법인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10년 후가 될지 20년 후가 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법인세와 소득세 등의 국제적 균형을 맞추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함께 법인세를 5%씩 혹은 10%씩 단계적으로 올려가야 하며 70% 정도 선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본다. 70%를 넘어가면 기업-시장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마어마한 재정수요를 생각해본다면 법인세율 70%까지 가는 것은 거의 필연이 아닐 까 생각한다. 그러나 과도기에 급진적으로 가면 안 되고 주변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소득세는 주변 국가들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지만 납세저항이 가장 심하기 때문에 급진적으로 변화하면 안 되고 아주 천천히 올려야 한다. 재정수요를 생각해볼 때 장기적으로는 소득세율 최고 구간을 80% 정도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겠지만 과도기에, 특히 과도기 초기와 중기에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재정수요가 폭발할 때 다른 세목과 함께 소득세율도 함께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 다른 세율은 올리면서도 소득세율은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올리는 것을 주저할 가능성도 많은데 이것은 매우 건전하지 못한 태도이고 전반적 조세제도의 왜곡을 가져올 가능성도 많다. 소득세는 과도기 초기에는 세율을 올리는 것보다는 각종 공제를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소득공제, 세액공제 등 세금감면은 국가정책상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항목에서 지나치게 고액의 세금감면이 이루어지고 있다.

 

연봉 1억에 달하는 근로자가 각종 공제를 받아 평균 1천 만 원 미만의 세금을 낸다고 한다. 물론 특정 정책의 실현을 위해 세금감면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공정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고 세수확보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소득 최상위 1%를 제외한다면 대체로 소득 상위에 있는 사람들이 세금 감면의 혜택을 훨씬 많이 받도록 되어 있는 구조다. 소득이 낮은 사람은 세금 혜택에서도 소외되어 이중적 서러움을 겪게 되어 있다. 가능하면 각종 세금 혜택은 외국 기업이나 외국 자본의 유치를 위해서나 환경문제를 위한 극히 특수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없애는 것이 훨씬 낫다. 특히 소득세와 관련된 세금혜택은 예외 없이 모두 없애야 한다.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국가가 현금으로 지원 해주면 되지 왜 불특정 다수의 세금을 깎아주나. 연봉 1억인 사람이 2천만 원의 의료비를 쓰고 1천만 원의 교육비를 썼다면 왜 이를 세금에서 지원해줘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 세금을 제대로 걷어서 극빈층을 더 지원해주는 것이 훨씬 낫다.

 

부가가치세는 법인세나 소득세에 비해 조세저항도 상대적으로 적고 세율인상에 따른 충격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본다. 그러나 이 역시 급격히 올릴 경우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현재 10%의 세율인 부가가치세는 장기적으로 30%까지 올리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갑자기 많이 인상하면 소비위축과 경기후퇴를 가져올 것이다. 지금 당장도 15%까지는 인상할 수 있고 10~20년 단위로 5%씩 계속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상적인 것은 부가가치세를 없애고 법인세와 소득세를 충분히 많이 걷는 것이지만 조세저항이 심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은 어렵고 간접세인 부가가치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과도기 전 기간에 걸쳐 부가가치세에 상당히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과도기가 끝난 이후에도 상당 기간은 부가가치세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본질적으로는 아무 필요가 없는 세목이기 때문에 아주 장기적으로 본다면 폐지되어야 할 세목이다.

 

상속세율은 지금 건드릴 필요가 없지만 상속세의 면제 대상과 범위는 점차 줄여갈 필요가 있다. 현재 상속이 이루어지는 대상자의 1% 남짓만이 상속세를 내고 있는데 이 비율을 점차 높여야 한다. 그리고 증여의 80~90%는 불법적,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금 당장 이를 양성화시킬 방법은 없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불법증여를 계속 방치하면 법을 지키는 사람만 손해라는 인식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재산세는 현재 부동산에 대해서만 과세하는데 이를 부유세로 이름을 바꿔서 모든 자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꽤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다. 현재나 가까운 미래에 이런 것을 한국에 도입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다. 많은 자산이 음성화될 수 있고 양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투자에 피해를 줄 수 있고 은행이자율이 0%에 가까운 현재의 금융자산에 대해 그보다 높은 부유세를 매기면 저항이 매우 클 것이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재산세는 원칙적으로 부동산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모든 재산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 맞으며 그렇게 가야 한다. 다만 그 적정 세율이 얼마인지, 그 적정 시기는 언제인지, 저항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좀 더 심도 있는 토론 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 일관되게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4) 기업

 

과도기에 실업자가 범람하기 시작하고 각종 사회적 갈등이 증가하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일관되게 산업발전과 경제발전을 책임지고 담당할 중심이 바로 기업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기업이 중심을 잃지 않으면 경제 전체가 혼란에 휩싸이진 않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과도기가 시작되면 기업에도 여러 가지 도전과 위협이 나타날 것이다. 일단 노동자의 수를 줄이고 인공지능과 로봇에 더 많이 의존할지 아니면 기존 방식대로 갈지의 어려운 판단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세계 전체가 하나의 살벌한 경쟁의 장이 되었기 때문에 비용경쟁, 가격경쟁, 생산시간 경쟁 등이 치열한데 편한 마음으로 선택하기는 어렵다. 노동자의 수를 대폭 줄이는 선택을 하더라도 과연 중앙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경영상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호소를 들어줄지 의문이며 법원의 어려운 문을 잘 통과하더라도 정치인들과 정부의 살벌한 협박을 잘 견뎌나갈지 의문이다. 언론도 호의적인 언론보다 적대적인 언론이 훨씬 많을 것이다.

 

노동자의 수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은 더 어려운 선택이다. ‘사회적 책임감이 있는 기업이라고 정치권과 언론의 박수를 받을 수는 있지만 매일매일 바뀌는 글로벌 경쟁환경, 경영 환경에서 과연 옛날 방식대로 하면서 버틸 수 있을까 수시로 드는 의문과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기업이 큰 이익을 못 내더라도 옛날 방식대로 경영하며 간신히 버텨주기라도 한다면 국가와 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엄청난 적자가 쌓여 정부 지원으로 겨우 연명하거나 파산한다면 국가의 고용, 생산, 소비, 성장 모두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기업들 중에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의존하지 않고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다른 부분의 경영합리화를 잘 해서 상당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업들도 꽤 나올 것이다. 일부 부문에서는 이런 기업이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일부 부문에서는 이런 기업이 꽤 나올 수 있다. 50년 후, 70년 후까지 이런 시스템이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상당 기간 이런 식으로 가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나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나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판단을 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살벌한 글로벌 경쟁의 장에서 치밀한 분석 끝에 냉정한 결단을 내려도 힘든 판에 고용의 변동을 너무 어렵게 만들어 놓은 노동관계법과 각종 규제의 족쇄에 묶여 있어 자유로운 결정이 어렵고 정치권과 정부, 언론, 사회단체들은 살벌한 협박과 간섭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외부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경영환경과 경영판단에 따라 자유로운 결단을 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기업이 활성화되려면 건전한 기업생태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일부 대기업이 영향력과 시장지배력을 이용하여 다른 기업들을 압박하여 종속시키는 등 건전한 경쟁을 훼손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이런 것을 막아야 한다. 첨단 기술이 빨리 발전하는 시기에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 순식간에 도태될 것이다. 과도기에는 재정수요가 폭증할 것이기 때문에 모든 부문의 세금을 점진적으로 계속 올릴 수밖에 없다. 기업의 보호가 매우 중요하지만 기업에 대한 과세도 점차 높여나가야 한다. 그런데 개인에 대한 과세보다 기업에 대한 과세를 쉽게 생각하는 정치권에서 기업에 대한 과세만 먼저 끌어올리려는 분위기가 형성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태도이다. 기업이 마지막 희망인데 기업의 숨통을 죄려는 분위기가 되면 경제가 아주 심각한 지경으로 떨어지게 될 수도 있다.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창업이 무모한 모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다. 창업이 결국 실패로 끝나 본인과 가족, 친지의 돈까지 다 날려먹고 빚더미에 올라서서 그 후 평범한 직장에 다니거나 평범한 자영업을 하면서 평생 그 빚만 갚느라 허덕이는 사례들이 다수 발견된다.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어야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이익도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누고 손실도 나눠서 분담하도록 하는 보다 정교한 투자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에서는 창업실패자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책임지는 복지체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과도기의 특정 시점에 이르게 되면 정부, 정치권, 언론에서 오직 고용, 고용, 고용.....”이라면서 일자리만을 중시하게 될 것이다. 이때는 해고를 많이 하는 기존 기업에 대해서도 많은 핍박을 하겠지만 고용이 전혀 없이 인공지능과 본인만 일하는 1인 기술창업기업에 대해서도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며 지원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일수도 있다. 정부에서 아주 싸게 혹은 무상으로 제공하는 공공 인공지능 직원들과 함께 거의 무상인 가상 사무실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밤낮으로 몰두하는 신생 기업들이야말로 미래 한국 사회를 책임질 수 있는 결정적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고용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되더라도 이들 기술창업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5) 시장

 

인공지능 시대가 성숙하게 되면 시장은 그 지위와 역할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과도기에도 그 역할을 지속적으로 줄여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그렇지만 과도기 내내 시장은 훌륭한 보호자, 훌륭한 조정자, 훌륭한 심판자의 역할을 계속 하게 될 것으로 본다. 문명발전의 물결에 맞서며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고용을 유지하는 아름다운 기업이라고 대중과 정치권과 언론에서 찬양해 마지않는 기업들을 조용히 무덤으로 데려가는 꼭 필요한 악역을 하는 것도 시장이다. 어떻게 보면 시장을 문명발전의 수호자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인류의 문명발전은 어느 시대에나 각종 난관과 위기가 있었지만 특히 인공지능시대로 가는 길에서는 이런 난관과 위기가 아주 심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저항하고 반대하는 운동이 전 세계적 범위에서 조직되어 아주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며 여기에 정치가들, 언론인들, 사회운동가들이 다수 참여하여 아주 위협적인 세력이 될 것이다. 단순히 정치적 힘만으로는 이들과 맞설 수 있는 다른 세력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도 시장의 힘을 이길 수는 없다. 시장을 완전히 없애고 구소련과 같은 사회를 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시장과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사람이나 세력은 없다.

 

사람들의 DNA1만 년 전의 원시시대나 지금이나 큰 변화는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리 사회가 빨리 바뀌어도 사람이 20대 중반이나 후반쯤에 한 번 사회화가 완성되면 가치관이나 생활습관 같은 것도 잘 바뀌지 않는다. 인간의 수명이 많이 늘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사회는 보수적인 사람들로 넘쳐날 수밖에 없다. 문명발전의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이에 저항하여 과거의 제도, 과거의 생산방식, 과거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려는 사람들의 요구도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사람들의 이런 요구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명발전 자체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올바른 것도 아니다. 이런 보수적인 사람들의 요구와 이에 좌우되는 정치, 언론 등이 일정 기간 일정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 하겠지만 시장의 힘을 이길 수는 없다. 개별 기업을 규제하면 경쟁기업이 나타나고 국내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면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버틸 수 없고 화가 나서 마지막으로 국가 간 교역까지 제한하게 되면 경제는 피폐해져서 궁핍을 견뎌야 한다. 이런 궁핍을 견디면서까지 전통적 제도를 고수하게 만들 수 있는 리더십은 현재도 존재하지 않고 미래에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시장에 항복하고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 시대로 가게 되면 행정의 역할이 시장보다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먼 미래의 일이며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 행정에 대해 이중, 삼중의 점검을 거쳐야 한다. 그 이전에, 다시 말해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사람 중심의 행정이 시장보다 나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기대하고 속고 다시 기대하고 속으면서 수없이 많은 예를 통해 확실히 깨달은 것은 사람 중심의 행정이 결코 시장을 대체할 수도 없고 시장을 능가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시장은 물론 완벽한 장치는 아니다. 따라서 당연히 행정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 행정 시대로 가기 전에는 시장이 확실하게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시장을 통제하는 규제는 가능하면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 진행되면 규제는 더 늘어나도 상관이 없고 더 복잡해져도 상관이 없다. 관련 규제가 수 천 가지가 있더라도 정부의 행정을 담당하는 인공지능과 기업의 업무를 담당하는 인공지능끼리 온라인에서 만나 불과 몇 분 만에 규제를 모두 이해하고 몇 분만에 규제에 맞춰 서류작업을 진행하고 몇 분만에 업무인가를 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규제들과 수없이 많은 인가절차를 순식간에 다 끝낼 수도 있다. 아무리 규제가 복잡해도 기업이 위축되지도 않고 행정당국이 인가를 몇 년씩 끌 일도 없다. 그러나 이것을 사람이 하면 판단하는데 시간도 걸리고, 자꾸 부딪히다보면 의지가 꺾여 더 이상 진행하기 힘들다.

 

기업에 대한 보조금도 적정 수준에서 절제해야 한다.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보조금을 주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이것 역시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알고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늘 확인하는 것이지만 정부 돈은 비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으며 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기술수준이 더 높은 기업이 초기 시장 규모가 작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그보다 수준은 낮은 기업이 정부보조금 때문에 더 오래 버티는 현상도 생길 수 있다. 발전 전망이 높지 않은 이런 기업이 오래 버티면 그만큼 신진 기업이 나오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실제 10개 기업에 지원을 하면 이 중 8개는 큰 의미가 없는 지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원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정부 보조금에만 지나치게 매달리게 한다든지 그 규모를 불필요하게 키우지 않는 것이 좋다. 고용과 관련한 보조금을 주는 것은 백해무익이다. 대중의 압력을 받은 정치인들이 정부에 압력을 가하거나 입법으로 강제한다면 마지못해 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범위나 액수는 가능하면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다. 고용이든 기업의 생사든 가능하면 시장에 맡기고 행정은 그 결과로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따뜻이 보듬어 안는 역할을 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과도기에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

 

1) 인류문명 변화의 거대한 흐름에 순응해야 한다

 

예로부터 순천자흥역천자망(順天者興逆天者亡, 하늘의 뜻을 따르는 자는 흥하고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 맹자)라고 했다. 하늘이 무엇인지는 시대적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체로 순리를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이 시대의 핵심적인 문명적 변화는 인공지능 시대로 간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인공지능 시대로 간다는 점에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미래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다시 말해 이러한 문명적 변화는 순리라는 것이다.

 

한 번 사회화가 완성된 사람들은 사고방식이나 습관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익숙한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적당히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살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이렇게 빨리 변하고 있는 조건에서는 그런 자연스러운 변화가 쉽지 않다. 그 사람의 직업이 무엇이든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대흐름에 역행할 수도 없고 시대흐름과 완전히 동떨어진 삶을 살 수도 없다. 현재의 변화가 얼핏 보면 부정적인 면이 많아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긍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고 개인이나 사회 전체에 많은 새로운 긍정적 기회를 주게 될 것이다. 가능하지도 않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든지 도피한다든지 하지 말고 시대흐름에 동참하면서 그 속에서 다양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

 

낡은 기술, 기업, 고용관계가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유형의 기업, 새로운 유형의 고용관계가 주인공으로 등장할 것이다. 생로병사는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필연적 법칙이다. 산업사회에서 혁혁한 공을 새운 기존의 기업, 기존의 고용관계를 존중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계속 붙잡고 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낡은 것이라고 무조건 내쳐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빨리 내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사회 발전에 병목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느냐, 아직까지 필요한 기능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을 신중하고 냉정하게 판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애착과 연민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왔던 것은 당연히 애착이 가지만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과거의 것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으면 새로운 것이 활발하게 생겨날 수 없다. 새로운 유형의 기업이 전통적 기업과 대등한 환경,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보장해서 우리의 주관적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객관적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2) 보편성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이렇게 빨리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보편성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가장 보편적인 정치제도, 경제제도를 받아들였고 보편적인 발전정책을 받아들였고 보편적인 도량형과 보편적인 기술표준을 받아들였고 보편적인 시장흐름에 올라탔기 때문에 이런 발전이 가능했다. 미래사회로 나아가는 길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늘 독창적인 것을 연구하고 실험해야 하지만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독창적인 길로 나아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가능하면 보편적인 기술을 받아들이고 보편적인 기업구조나 보편적인 고용관계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보편적이라고 해서 꼭 단순한 다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 기술이 8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신기술이 2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신기술이 확산되는 추세로 볼 때 멀지 않은 장래에 전통적 기술을 대체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면 소수의 시절에도 보편적인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는 경제제도나 사회제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가 앞서 나가지 말고 기다렸다가 보편화되는 추세를 본 후에 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앞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보편화될 가능성도 낮고 동력도 약하다면 바로 다른 길로 갈아타야 한다. 한 번 시작한 일을 접기가 쉽지 않지만 기민하게 결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CDMA나 와이브로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었다. CDMA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뒀지만 스마트 폰이 보편화되면서 빛을 잃어버렸고 와이브로는 한 번도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 못 했다. 한국에서 스마트폰 보급이 느려진 것은 한국 정부가 CDMA에 계속 집착했던 것과도 관련이 있다. 세계의 보편적 흐름이 바뀌는 시점에 빨리 결단하고 빨리 갈아타야 하는데 우리가 기득권을 일부 갖고 있는 CDMA에 연연하는 바람에 아까운 시간을 많이 낭비했다. 와이브로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외국 전문가들이 누차 지적하고 세계 여러 곳에서 냉대를 받는데도 지나치게 오랫동안 여기에 연연해왔다.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의 1인자가 된 것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서 세계적인 새로운 보편 흐름에 빨리 올라탔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오던 운영체제가 있음에도 빨리 안드로이드 중심으로 갔고 노키아는 반대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서 변화가 느렸다. 특히 독자적인 운영체제인 심비안에 연연하여 안드로이드로 빨리 갈아타지 못 했으며 결국 불과 몇 년 사이에 시장에서 퇴출되어버렸다. 드론 같은 경우도 그렇다. 이웃나라 중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에서 드론 사업의 발전이 매우 활발하다. 그러나 한국은 드론에 관한 규제가 지나치게 많아서 발전이 심하게 지체되고 있다. 한국은 분단국으로서 다른 나라와 조건이 다르겠지만 규제들 중에 시대적 조건에 맞지 않는 규제들이 많은데도 이런 규제를 바꾸는 데는 지나치게 느린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달라졌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빨리 보편적 흐름에 합류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세금이나 복지의 정도도 가능하면 세계의 보편적 흐름과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업에 대한 세금은 가능하다면 인근국가들과 주요 경쟁국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통일된 세율을 갖추는 것이 좋고 그것이 어렵더라도 세계의 보편적 흐름을 늘 민감하게 관찰하면서 이를 반영해야 한다.

 

3) 시장과 복지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로 가지 않더라도 복지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재정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로 가면서 실업자가 크게 늘게 되면 재정 수요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 재정수요가 높아지는 걸 감당하려면 세금을 늘려야 한다. 세금을 많이 걷는 것은 대중으로부터 지지받기 힘든 것도 문제지만 세금을 갑자기 늘리면 수요가 위축되어 경제에 여러가지 무리를 주게 된다. 납세자의 반발과 경기위축을 우려하여 세율 인상을 오랫동안 지나치게 지연시키다보면 국가 재정구조가 취약해지거나 아니면 복지가 부실해져 사회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그래서 적절한 수준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세율을 여러 차례 점진적으로 올려야 하지만 매 시기마다 최적의 균형점이 어디인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세율을 올리는 것도 균형이 필요하다. 개인에 대한 세금을 늘리면 선거에 불리할까봐 정당들이 법인세와 같은 기업에 대한 세금이나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등의 인상에만 열중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세금의 세율도 올려야 한다. 그러나 소득세 등 개인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것과 균형을 맞춰서 늘리는 것이 좋다. 법인세는 우리나라만 세율을 높이는 것은 부담스러우니 주요 경쟁국들과 협의해서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4) 시장을 중시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시대는 탈시장화되는 사회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시대로 가는 과도기에서 시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앞에서 자세히 설명했으니 생략하겠다.

 

5) 정치를 발전시켜야 한다

 

과도기에는 온갖 갈등과 혼란이 심해질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데서 기업이 동요하지 않고 꿋꿋이 자기 길을 가고 시장이 엄격한 훈육 교사 및 조정자의 역할을 하고 부족한 것은 행정이 보충하는 역할을 해야 하겠지만 갈등과 혼란을 예방하거나 극복하는 것은 1차적으로는 정치의 책임이다. 정치가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고 완고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끈기를 갖고 꾸준히 설득하고 앞서가는 사람에게 박수를 쳐주고 뒤처지는 사람에 대해서는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갈등을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냉정하게 말하면 정치의 능력 밖의 문제이다. 대부분의 갈등은 시대발전과 세대변화가 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이지 정치가 해결해주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갈등을 줄이거나, 거친 갈등을 부드러운 갈등으로 바꿔주거나, 갈등 당사자들이 서로 협상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거나, 사람들이 처지를 바꿔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거나, 갈등상황을 잊을 만큼 강력한 국가적 이벤트를 끊임없이 조직하고 이끌든가 하는 것들은 모두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정치의 역할은 얼핏 보면 보조적인 역할처럼 보이지만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한 역할이다. 인공지능 사회로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를 것이기 때문에 갈등과 혼란 요소도 매우 크다. 여기다가 남북통일로 인한 갈등과 혼란 요소까지 겹치게 된다면 사회가 감당하기 쉽지 않다. 경제와 사회 전반의 심각한 침체와 후퇴까지 경험할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상당한 수준과 역량을 가진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정치와 정치인의 전반적 수준은 정말 실망스러운 정도이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인공지능 사회로 가는 과도기와 통일로 가는 길을 따로따로 감당하기도 어려운데 이것이 한꺼번에 나타난다면 과연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 한숨부터 나온다. 그러나 이것은 어렵지만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내야 하는 문제이다. 현재 청년 엘리트들은 정치권에 참여하길 아주 꺼린다. 의사, 판사, 교사, 공무원, 대기업 직원을 하려고 하지 정치인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3D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안정성도 없고 사소한 것 가지고 거친 욕을 먹어야 하고 소신을 굽혀야 하는 경우도 많다. 거짓말과 편견과 왜곡과 폄훼가 난무하는 곳이어서 별로 같이 어울리고 싶은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얻는 명예보다 잃는 명예가 더 클 가능성이 많고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도 망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온실 속에서 커 온 젊은 세대가 무엇 때문에 정치를 하겠는가. 청년엘리트들의 이런 정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현실을 이대로 두면 사회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쳐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은 혼란한 사회에서 점차 안정된 사회로 오는 길이었기 때문에 정치가 조금 후진적이어도 큰 상관이 없었지만 앞으로 걸어갈 길은 점차 더 혼란한 사회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정치적 리더십이 확실히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현재의 여당과 야당은 혁명적 수준의 변화가 없다면 미래 리더십을 담당하기 어렵다. 기대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지만 극히 어려운 일로 보인다. 한국 정치의 특성상 신생정당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은 일반 시기가 아니라 급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뜻을 같이 하는 여러 인재들이 모여 정당을 만들고 다양한 어려움과 위기에도 동요하지 않고 꾸준히 당을 지켜나간다면 반드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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