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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본 세상] 청탁금지법의 위헌 여부에 관한 헌재결정


[이재교 |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1. 청탁금지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속칭 김영란법, 이하 청탁금지법)이 지난 9월 28일부터 시행되었다. 일단 즉각적인 변화가 보였다.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문의하는 전화가 주무부서인 국민권익위에 몰리고, 현직 검사의 결혼식에 화환이 4개밖에 없었다는 것도 이 법과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음식점의 손님이 급감하여 업주들의 비명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우려는 아직은 우려에 그치는 것 같다. 그러나 몇 달 후 설에는 농축수산업계에서 지난해보다 선물의 수요가 대폭 줄었다고 비명을 지를지도 모르겠다.헌재는 2016.07.28. 청탁금지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 공직자가 신고하지 않을 시 처벌하는 조항 등에 대하여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이 있었지만, 다수의견은 모든 쟁점에 대하여 합헌이라고 선언하여 위헌논란은 일단 종결되었다.

위헌여부에 관한 쟁점을 파악하기 위해서 청탁방지법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크게 네 가지다. (1)부정청탁하면 과태료 및 징계, (2)100만 원 초과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 및 징계, (3)100만 원 이하 금품을 수수하거나 접대를 받으면 과태료 및 징계, (4)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공직자가 신고하지 않을 경우 본인이 금품을 받은 때와 동일하게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징계(배우자는 제재 받지 않음). 100만 원을 초과하는 돈을 받을 경우 대가성은 물론 직무와 관련이 없어도 처벌대상이 되고, 100만 원 이하를 받을 경우에는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과태료 부과 대상 및 징계사유가 된다. 부정청탁에 여러 유형이 있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법령에 위배되거나 권한 밖의 처리를 부탁하는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반하는 내용의 청탁을 말한다.

청탁금지법은 적용대상에 수뢰죄의 주체인 공무원의 범위를 넘어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이하 공직자 등)까지 포함시켰고, 이 점에 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2015년 9월 기준으로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 기관은 40,008개, 적용대상 ‘공직자 등’의 인원은 약 224만 명으로 추산되고1, 공직자의 배우자 역시 간접적인 제재 대상이다. 그리고 국민 개개인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서로 주고받고, 요식업, 선물용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산업 특히 농업·어업·수산업 등에 간접적이지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으로 온 국민의 일상생활 및 경제에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모든 국민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금품을 준 일반국민도 금품을 받은 공직자와 동일하게 처벌받는 것이다.

다만, 국회의원이 이 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었고, 그래서 금품이든 선물이나 접대든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렇지는 않다. 국회의원도 공직자와 동일하게 금품수수가 금지되고 다만 부정청탁 금지대상에서만 제외된 것이다. 지역구민의 민원을 청취하는 것이 부정청탁을 받는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기 곤란하게 되므로 이를 제외시킨 것은 이해된다.

2. 헌재의 결정

청탁금지법이 제정되자 2015년 한국기자협회와 사립학교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등 22명이 헌법재판소에 4건의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헌재는 법시행일 전인 2016.07.28. 4건을 병합하여 결정했다. 위헌 여부에 논란이 된 부분을 쟁점별로 살펴본다.

1)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사학법인 임직원을 포함한 것이 위헌인지

가장 논란이 많았던 조항이다. 당초 정부(국민권익위)가 만든 법률 초안에는 공직자만 적용대상이었는데, 국회입법과정에서 세월호침몰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언론인과 사립학교직원이 포함되었다. 국회에서 시민단체 운동가들도 포함시키려 했으나 시민운동가 출신 국회의원이 뺐다는 소문도 있다.

기자가 촌지나 향응을 받고 부정적 보도를 하지 않거나 ‘맛사지’해서 보도하는 일이 드물지 않고, 교원이 학부모나 학원으로부터 촌지를 받는 것이 매우 비교육적임은 물론이므로 언론·교육 분야의 부패를 추방하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법으로 금지하여 형벌이나 과태료 등 국가사법권에 의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과잉금지의 원칙, 즉 법으로 보호하려는 권익에 비하여 침해되는 권익이 너무 커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부합하는지가 관건이다. 예컨대, 절도범을 초범은 징역 10년, 재범은 무조건 무기징역, 이런 식으로 엄벌한다면 절도죄는 희귀한 범죄가 될 정도로 감소할 것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런 법을 만들지 않는 것은 지나친 엄벌에 의한 국민의 권익침해가 절도범죄의 감소로 인한 사회적 이익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이다. 보호하려는 법익과 침해되는 법익 사이에 균형이 맞지 않으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인 것이다.

헌재 다수의견(6인)은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시킨 것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그 파급효과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반면 원상회복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이들은 공직자와 동일한 정도의 청렴성이 요청되므로 이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금품 등을 수수하는 행위를 금지시킨 국회의 선택은 수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의하기 어렵다. 청탁금지법의 금품수수행위의 본질은 수뢰행위다. 실제로는 뇌물성을 띠지만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수뢰죄의 성립요건을 완화한 것이 금품수수금지 규정이다. 수뢰죄는 공무를 수행하는 자, 즉 공직자만이 적용대상이다. 수뢰죄는 국가기능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공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기 때문이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0도4593 판결 등).

그런데 공공성을 띠고 그래서 매수로부터 보호하여야 할 대상은 공무에 한정되지 않는다. 기업 역시 공공성이 있으므로 그 업무 역시 매수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고, 단지 필요의 정도에서 공무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컨대, 은행원이 커미션을 받고 대출을 해주거나, 대기업의 구매담당자가 특정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는 비슷한 품질과 가격의 제품들 중 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돈을 받고 신입사원 채용 시 특정인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여 합격시키는 경우 그 사회적 폐해는 크다. 은행과 기업의 업무 역시 공공성을 띠므로 사익은 물론 공익을 해치는 행위다. 그럼에도 공무원에 대해서만 수뢰죄를 인정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 때문이다. 공공성이 없거나 그 폐해가 작아서 은행원을 수뢰죄의 주체에서 제외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실상, 국가가 모든 부조리행위를 처벌하여 부패행위를 일소하는것은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거니와 사회의 모든 영역을 공권력의 감시망 안에 넣겠다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도 않다. 직무에 공공성이 일부 인정된다는 이유로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본질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여 청탁금지법의 규제대상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은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각인의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헌법 전문)함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 헌법정신과도 조화되지 않는다.

이에 관한 소수의견(3인)은 경청할만하다.

사립학교가 공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을 일정 부분 분담하는 것에 불과하고, 사적 근로관계에 기초한 사립학교 교직원의 지위가 국·공립학교 교직원의 지위와 동일하게 되는 것은 아닌 점,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자율적인 영역이고, 언론이 부패하면 신뢰를 상실하여 자연스럽게 도태된다는 점에서,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이 행하는 업무의 공정성과 신뢰성 및 직무의 불가매수성이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다. 정의조항이 민간영역인 사립학교 관계자나 언론인의 사회윤리규범 위반행위에 대하여까지 청탁금지법을 통해 형벌과 과태료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과도한 국가 형벌권의 행사이며, 금품등 수수행위에 대한 청탁금지법상 제재는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도 어긋난다. 그 밖에도 정의조항은 이들 민간영역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율적 규제와 자정기능을 무시한 채 민간의 자발적인 부정부패 척결의 의지를 꺾고,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입증이 용이한 청탁금지법에만 주로 의존하게 함으로써 부정부패 척결의 규범력과 실효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는 점,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공직자와 동일하게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으로 삼은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여 그 적용대상의 자의적 선정이라는 의심이 들게 하는 점, 진지한 논의 없이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입법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정의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반한다.

헌재의 다수의견은 교직원과 언론인이 공직자와 동일한 정도의 청렴도가 요구된다고 보았다. 백보 양보하여 교육은 공교육을 담당한다는 면에서 공공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언론이 공무와 동일한 정도라고 볼 수는 없다. 언론이 공기(公器)라지만 공공기관은 분명 아니다. 공공기관인 언론기관은 관영매체로 족하다. 모든 언론이 공공기관인 사회가 있기는 한데, 구 소련이나 북한과 같은 곳이다. 그런데 이들 사회는 언론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라는 공통점이 있다. 언론의 공공성을 강조할수록 언론의 자유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립학교 교직원 및 언론인을 공무원에 준하여 처벌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 사학의 자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을 침해한다. 다수의견도 “청구인들 주장과 같이 국가권력에 의해 청탁금지법이 남용될 경우 언론의 자유나 사학의 자유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소지는 있다”는 점은 인정할 정도다. 애초에 국민권익위가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적용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개정을 요하는 부분이다.

2)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 등을 처벌하는 규정이 위헌인지

헌재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규정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 그 배우자를 처벌하지는 않는다. 다만, 공직자가 그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본인이 금품을 직접 받은 때와 동일하게 처벌하는데, 이 규정이 합헌인지 여부를 놓고 재판관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고, 5:4로 합헌이 다수였다.

합헌의견은 배우자는 공직자와 경제적 이익 및 일상을 공유하는 긴밀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배우자가 금품을 받는 행위는 사실상 공직자 본인이 수수한 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배우자를 통한 우회적인 금품수수 행위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행위를 한 사실을 알고도 공직자가 신고의무를 하지 아니할 때 비로소 그 의무위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므로, 우리 헌법이 금지하는 연좌제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미신고라는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자기책임 원리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다. 미신고처벌 조항의 입법목적이 배우자를 통한 우회적인 금품수수행위를 차단함으로써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겠다는 것인데, 이 목적 자체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수단이 적정한지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수의견은 수단에 문제가 있기에 위헌이라고 지적한다. 배우자의 금품 등 수수 사실을 알면서 신고하지 아니한 행위를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 처벌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여야 한다. 그런데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아니한 행위와 직접 금품을 받은 행위의 죄질이나 비난가능성이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려움에도 청탁금지법은 두 행위를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으니 문제라는 것이다. 가벌성이나 죄질 등이 동일하지 아니함에도 동일한 형으로 규정하여 책임과 형벌이 비례하여야 한다는 비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 공감이 간다.

타인의 행위를 신고하지 아니하였다고 처벌하는 입법 자체가 특이하다. 미신고행위를 처벌하는 경우로는 국가보안법의 불고지죄가 있지만(이 죄의 당부에 관해서도 논란이 많다) 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다. 국가보안법상의 불고지죄의 경우 신고대상 행위가 중범죄(국사범 및 간첩죄 등)임에 반하여, 청탁금지법의 신고대상은 배우자의 행위로서 이는 중범죄는 고사하고 처벌의 대상조차 아니다. 본범은 처벌받지 않는데 이를 신고하지 아니한 미신고자는 처벌되는 구조로서 불고지죄와도 다르고, 유사한 입법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공직자가 배우자를 통하여 금품을 받는 우회적인 통로를 차단하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수단은 금품을 받은 배우자를 처벌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직자를 대신하여 금품을 받은 배우자도 공직자에 버금가는 비난가능성과 가벌성이 있으므로 직접 처벌하는 것이 형평에 맞고 자기 책임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다만, 금품을 받은 공직자보다는 법정형을 낮게 규정하고, 헌재 소수의견이 제시한 바와 같이 금품을 직접 수수한 공직자의 배우자를 처벌하되,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공직자 등이 이를 신고하면 그 배우자의 형을 필요적으로 감경 또는 면제하도록 규정하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청탁금지법이 배우자는 처벌하지 않은 채 미신고 공직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배우자를 처벌하는 것은 법리상 무리라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본디 수뢰죄는 공무를 담당하는 신분에 있는 사람만이 저지를 수 있는 유형의 범죄, 즉 신분범이다. 절도나 강도, 폭행과 같이 누구나 범할 수 있는 범죄와는 다르다. 그런데 공직자의 배우자는 공직자의 신분이 아니므로 뇌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청탁금지법상 금품수수죄의 본질은 요건이 완화된 수뢰죄로서 신분범임에는 변함이 없는데, 공직자 신분이 없는 그 배우자를 공직자의 신분이 있다고 의제하여 처벌하기에는 법리상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이 점에서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포함시킨 입법이 무리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청탁금지법은 교직원과 언론인을 공무를 담당하는 신분으로 간주한 셈인데, 비록 그 업무에 공공적 성격이 없지는 아니하지만 근본적으로 공무가 아닌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들로 간주하여 공무수행자들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 역시 무리인 것이다.

3) 부정청탁, 사회상규라는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위헌인지

청탁금지법은 제5조1항에 부정청탁의 14가지 유형을 나열하고 있는데, 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법령을 위반하거나 법령에 따라 부여받은 지위ㆍ권한을 벗어나 행사하거나 권한에 속하지 아니한 사항을 행사하도록 요청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이에 관하여 헌재는 다음과 같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는데, 타당하다고 본다. 부정한 청탁이 무엇인지 보통사람은 모두 감각적으로인식할 수 있다.

‘부정청탁’이라는 용어는 형법 등 여러 법령에서 사용되고 있고, 대법원은 부정청탁의 의미에 관하여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으며, 입법과정에서 부정청탁의 개념을 직접 정의하는 대신 14개 분야의 부정청탁 행위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등 구성요건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중략) ‘사회상규’라는 개념도 형법 제20조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대법원이 그 의미에 관해 일관되게 판시해 오고 있으므로, 부정청탁금지조항의 사회상규도 이와 달리 해석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와 같이 부정청탁금지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부정청탁’, ‘법령’, ‘사회상규’라는 용어는 그 의미내용이 명백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4) 허용되는 금품의 가액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규정이 위헌인지

청탁금지법은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 등의 가액이나 외부강의 등 대가로 허용되는 사례금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이 위임조항의 위헌여부가 논란이 되었다. 죄형법정주의의 요청에 따라 형벌법규는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여야 하고 이를 하위 법령에 위임할 수 없음에도 청탁금지법이 하한선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였으니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청구인들이 주장하였다.

이 논란은 요컨대, 청탁금지법은 100만 원 이하의 금품수수도 금지하면서 사교·의례상 허용되는 금품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할 것을 위임하였고 이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준이 바로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의 상한선인데, 이러한 기준을 법률에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느냐는 것이다.

다수의견(5인)이 죄형법정주의 위반이 아니라고 봄에 반하여 소수의견(4인)은 위반이라고 보았다. 소수의견은 청탁금지법이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의 액수에 관한 기본적 사항에 관하여 어떠한 기준이나 범위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아니한 채 그 내용을 모두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수준으로 대통령령에 규정될 것인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하한선은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자뿐만 아니라 요식업자, 선물을 생산 판매하는 농축수산물 생산자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준임에도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은 법률유보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대통령으로 정한 속칭 3만 원, 5만 원, 10만 원의 기준이 자의적이고, 이는 법률에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는 바람에 초래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형벌법규 중 법률이 금지되는 상한선을 정하고 허용되는 하한선을 하위법령에 위임한 입법례는 청탁금지법뿐만 아니라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리고 청탁금지법이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의 수수를 금지하고 다만 청탁금지법으로 제재할 필요가 없는 소소한 금액의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므로 이를 죄형법정주의 또는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위 3, 5, 10만 원의 기준을 수정할 필요가 있는데, 그때마다 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하도록 하기 보다는 손쉽게 개정이 가능한 대통령령으로 위임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필요성에 응한 것이 위임입법제도이기도 하다. 그 기준이 농어축산민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사정은 위임입법을 부정할 근거가 될 수 없다. 합헌이라는 다수의견이 타당하다.

헌재결정을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공직자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조항,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금품수수행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조항에 대하여 합헌으로 결정한 것은 헌법정신에 충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청탁금지법을 이들에게도 적용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여론이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민주국가의 사법부의 독립은 여론으로부터 독립할 때 완성된다는 면에서 아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3. 양벌규정과 서약서 제출의무 규정

청구인들이 양벌규정의 위헌성을 주장하지 아니하여 헌재가 위헌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하였으나 청탁금지법의 양벌규정은 참으로 부적절하고 위헌적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금품을 받을 경우 공직자뿐만 아니라 공직자가 속한 기관도 동일하게 처벌한다(제24조). 예컨대, 신문기자가 촌지를 받을 경우 그가 속한 신문사도 함께 처벌한다는 것이다. 그 개인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단서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이로써 위헌성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양벌규정은 단체 소속 직원의 위법행위로 인한 이익이 그 구성원뿐만 아니라 법인에게도 귀속되는 형태의 범죄행위, 또는 단체가 소속원의 범죄를 묵인·방치할 유인이 있는 형태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도입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러한 경우 단체를 함께 처벌하여야 위반행위 방지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회사 직원이 폐수를 방류한 경우 그 직원뿐만 아니라 회사를 처벌하는 것은(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제81조) 폐수방류로 인한 이익이 회사에게 귀속되는 구조라서 회사가 폐수방류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아니할 유인이 있기 때문에 행위자는 물론 회사를 함께 처벌하여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런데 청탁금지법이 금지하고 있는 금품수수행위에는 이러한 면이 없다. 일부 언론사의 경우 기자들에게 급여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채 속칭 삥을 뜯어 생활하라고 강요하는 일이 있으니 양벌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언론관계법에서 규정할 일이지 본질상 수뢰죄를 규정한 청탁금지법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공무원이 속한 국가나 지자체, 교직원이 속한 학교가 이런 짓을 할 리는 없지 않은가.

공직자 등의 금품수수 금지 규정은 양벌규정을 도입할 성격의 범죄가 아니다. 형법이나 특가법의 수뢰죄에 양벌규정이 없음은 물론이다. 공무원이나 언론인, 교직원이 부정한 금품을 받았을 경우 그 금품을 소속 단체에게 나누어 줄 리 없다. 금품수수는 개인적인 일탈일 뿐 그로 인하여 단체에 어떤 이익이 될 리 없고, 그 단체로서도 구성원의 일탈을 묵인·방치할 동기도 없다. 구성원의 일탈에 대하여단체에게 책임을 물을 성격의 범죄가 아닌 것이다. 양벌규정은 책임원칙에 반한다. 형벌에 관한 형사법의 기본원리인 책임원칙은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하나는 ‘책임 없는 형벌 없다’이고, 다른 하나는 책임의 정도를 초과하는 형벌을 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나 국가기관, 지자체, 국·공·사립학교에 소속원의 개인적인 일탈에 관하여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다. 양벌규정은 위헌을 면할 수 없다.

양벌규정은 헌재로부터 위헌결정을 많이 받은 것으로도 악명높다. 위헌판정을 받은 양벌규정 중 도로법의 양벌규정이 참고가 되겠다. 과거 도로법은 자동차 장치의 조작 등이 의심되는 경우 관리청은 차량의 재측정을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 요구에 불응하는 운전자를 처벌하는 외에 그 운전자를 고용한 법인에게도 동일한 책임을 묻는 양벌규정을 두었는데, 헌재는 다음과 같이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심판대상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종업원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2009. 7. 30. 결정 2008헌가17).청탁금지법의 양벌규정은 단체에 책임을 물을 사유가 없음에도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도로법의 양벌규정과 유사한 구조다. 위헌을 면할 수 없다.

그러면 청탁금지법이 이렇게 무리하게 양벌규정을 둔 이유가 무엇일까?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행위를 방지하는 책임을 국가(국민권익위 등)가 각 행정기관, 언론사, 각급 학교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청탁금지법은 공공기관에게 청탁금지법의 내용을 1년에 1회 이상 교육하고, 국민들에게 이 법을 준수하도록 유도할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법제19조1항, 시행령 42조), 나아가 청탁금지법을 준수할 것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받으라고 의무화하고 있다(법제19조1항). 청탁금지법을 위반하는 소속원이 있을 경우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인정하여 처벌하겠다는 것이 양벌규정을 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관료주의적이다. 공직자, 언론인, 교직원이 청탁금지법을 알지 못하여, 서약서를 쓰지 않아서, 부정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다 알면서 잘못을 저지를 뿐이다. 그럼에도 각 기관에 이런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니,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4. 결어

청탁금지법은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공직자가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받았다고, 대가성은 물론 직무관련성 조차 없는 경우에도 형사처벌하고, 100만 원 이하의 금액을 받은 경우 직무관련성이 있기만 하면 일종의 처벌(과태료 및 징계)을 하는 것으로 자체가 매우이례적이고 가혹하다. 형법상 인정되는 공직자의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수행과 대가관계가 있는 이익을 받은 경우에만 성립하는 것과 대비된다. 청탁금지법이 그 한계를 벗어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인데, 전통적인 뇌물죄의 성립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이니 이례적이고, 그래서 극약처방인 것이다.

우리사회의 비리, 친분을 매개로 한 부정청탁, 그래서 평소 친분을 쌓아놓기 위하여 부지런히 접대하는, 비리가 일상이 된 문화는 선진사회 진입을 가로막고 사회갈등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극약처방이 필요했다. 법리상의 무리를 알면서도 필자가 청탁금지법을 찬성한 한 이유다.

그런데 국회 입법과정에서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포함시키는 물타기를 함으로써 극약을 남용한 셈이다. 수뢰죄의 적용대상을 공무원을 넘어 교직원과 언론인까지 포함시키자 이제는 그 범위를 더욱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2016년 7월 국회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중 과반수가 적용대상을 넓혀 시민단체와 변호사, 상급노조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한다.2 그 다음에는 의사를 비롯한 각종 전문직업인(공인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공인노무사 등)들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사실상 전 국민이 의제 공직자가 되어 권익위와 수사기관의 감시를 받는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빈대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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