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 독자문의사항 | 사이트맵 | 즐겨찾기추가
로그인 회원가입
후원하기
지난호보기
2017년 3/4월호
2017년 1/2월호
2016년 11/12월호
2016년 9/10월호
2016년 7/8월호
2016년 5/6월호
2016년 3/4월호
2016년 1/2월호
2015년 11/12월호
2015년 9/10월호
2015년 여름호
2015년 봄호
2014년 겨울호
2014년 가을호
2014년 여름호
2014년 봄호
2013년 겨울호
2013년 가을호
2013년 여름호
2013년 봄호
2012년 겨울호
2012년 가을호
2012년 여름호
2012년 봄호
2011년 겨울호
2011년 가을호
2011년 여름호
2011년 봄호
2010년 겨울호
2010년 가을호
2010년 여름호
2010년 봄호
2009년 겨울호
2009년 가을호
2009년 여름호
2009년 봄호
2008년 가을호
2008년 겨울호
2008년 여름호
2008년 봄호
2007년 겨울호
2007년 가을호
2007년 여름호
2007년 봄호
2006년 겨울호
2006년 가을호
재창간호
2016년 11/12월호
Facebook  Twitter 인쇄하기확대축소
[언론비평] 외신들의 뉴미디어 혁명


[우원재 | 칼럼니스트]
가디언과 데이터 저널리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언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매체가 있다. 영국의 <가디언>이다. 인터넷의 대중적 보급, 소셜미디어의 등장, 인터넷 디바이스의 대중화 등 최근 20년 동안 저널리즘 시장을 뒤흔드는 급격한 변화에 의해 수많은 언론매체들이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가디언>은 굳건히 살아남아 언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노장’이, 뉴미디어들이 각광받는 시대에서도 정통언론의 위용을 떨치며 주도권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가디언>은 무언가 새로운 걸 끊임없이 시도하는 매체다. 특히 저널리즘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던 2000년대 초부터 <가디언>은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왔다. 지면매체의 공식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인터넷 공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성공 케이스를 찾아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중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프로젝트의 하나가 바로 ‘데이터 블로그’이다. <가디언>의 데이터 블로그는 2009년 1월 처음 시작해 약 2천여 건 이상의 기사를 송출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른바 ‘데이터 저널리즘’을 위한 플랫폼이다. 데이터 저널리즘이란 CAR(Computer Assisted Reporting: 컴퓨터 보조 취재보도)을 통해 빅데이터를 수집한 후, 방대한 양의 정보에 숨어있는 의미와 맥락 등을 분석하는 것으로, 탐사보도 저널리즘의 가장 고급스러운 형태로 일컬어진다. <가디언>의 데이터 블로그는 이 데이터 저널리즘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매체로 알려져 있다.

<가디언> 데이터 블로그가 놀라운 점은, 그들이 다루고 있는 데이터를 모든 사용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문서는 물론,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빅데이터까지 수집하여 만들어진 거대한 자료들을 인터넷에 공개한다. 전문가들이 이 막대한 양의 정보들 이면에 있는 의미를 분석하고 해석해내는 과정에 독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데이터 블로그의 전 에디터 사이먼 로저스(Simon Rogers)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구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데이터 공유와 이를 통한 소통이라고 했다. 공유, 개방, 협업이라는 원칙을 세운 그는 이 세 가지 요소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블로그를 운영했다. 

다양한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 집단이 노이즈를 필터링 할 역량만 있다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할수록 정보가 풍성해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더 많은, 더 깊이 있는 정보 해석을 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불특정다수 네티즌들의 협업 -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에 바탕을 둔 <가디언>의 데이터 블로그는 그 덕분에 역설적으로 더욱 ‘정확한’ 보도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사이먼 로저스 전 에디터는 그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데이터 블로그의 기사로 드라마 <닥터 후> 기사를 꼽는데, 데이터 공유, 개방, 협업의 힘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1963년부터 방영한 <닥터 후>에 등장하는 악당 150여 명의 목록을 작성하고 그 특징들을 상세 정리한 이 기사가 보도되자,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크고 작은 오류를 짚어내 정정한 독자 댓글 300여 개가 올라왔고, 이러한 크라우드 소싱의 분석력과 필터링 작업을 통해 해당 기사의 리스트는 그야말로 ‘완벽함’을 갖추게 되었다. 훈련받은 기자와 전문가들이 독자들의 지원과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데이터들의 새로운 의미를 도출해내고, 뉴스를 ‘발굴’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데이터 블로그팀의 디자이너 등을 통해 각종 인포그래픽, 이미지, 영상 등으로 편집되고, 글과 함께 알기 쉬운 형태의 뉴미디어 기사로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전문가들은 <가디언> 데이터 블로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신뢰도’를 꼽는다. 많은 독자들이 좀처럼 기사를 신뢰하지 않는데, 숫자 등으로 정확히 표기되어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의미를 도출해내고, 데이터로 정리된 현상 이면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다는 것이다. 특히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여 독자들도 이러한 데이터 해석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가디언>이라는 매체의 특정 논조나, 기자 개인의 주관이 개입하게 될 여지를 최소화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데이터 블로그의 ‘시각화’에 대한 부분이다. 데이터를 설명하기 위해서 복잡한 스프레드시트를 게재해야 할 때도 있지만, 데이터 블로그의 기자들은 각종 인포그래픽 등을 통해 데이터들을 최대한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데이터 저널리즘의 최종 결과를 인터랙티브 형식의 컨텐츠로 표현하는 방법은 피동적으로 뉴스를 ‘읽던’ 독자가, 직접 데이터간의 상관관계를 찾아가며 뉴스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뉴미디어 환경에 최적화된 ‘컨텐츠’로써의 고급 기사들은 자연스레 독자들의 발길을 유도했고 참여를 이끌어냈다.

<가디언> 데이터 블로그의 성공사례는 기술과 저널리즘이 결합하면 어떤 일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멋진 사례다. 최신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그동안 처리 불가능했던 빅데이터를 종합하고, 통찰을 가진 인간들이 이 숫자더미들 사이에서 가치있는 뉴스들을 발굴해낸다. 이는 분명 기존의 언론들이 생산해내지 못하던 신개념 뉴스다. 이렇게 발굴된 뉴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고 이해를 돕는 컨텐츠로 재창조되어 소비된다. 이렇게 저널리즘의 새 지평을 연 <가디언>은 21세기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중 하나로 데이터를 꼽으며 2006년부터 Free Our Data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모든 납세자는 정부기관 등이 수집한 데이터를 바로 컴퓨터에서 쓸 수 있는 형태로 이용할 권리가 있으며, 이러한 정보 공개는 각국 정부의 투명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운동은 여러 정부 및 기관에 압력을 넣으며 오픈 데이터 정책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혁신보고서

2014년 5월 15일, 전세계 언론계에 거대한 파장을 낳는 사건이 발생한다. <뉴욕타임즈>의 내부용 자료 ‘혁신보고서(Innovation, 2014. 3. 24)’가 공개된 것이다. 유출경로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가 이를 최초 공개했다. 조악한 화질에 군데군데가 잘려서 나온 흑백의 보고서는 한 눈에 봐도 유출본이 분명했고 이는 거대한 반향을 일으킨다. 바로 그 다음날, 매체 <매셔블>은 고화질의 혁신보고서 완성본을 공개한다.

혁신보고서는 21세기 미디어 환경 변화와 이에 대한 <뉴욕타임즈>의 전략에 대해 쓰고 있다. 특히 현재 <뉴욕타임즈>의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주로 담겨있는데, 이는 10명으로 구성된 <뉴욕타임즈> 연구팀이 무려 6개월 동안 사내, 사외 인물 총 354명을 인터뷰하면서 얻은 내용을 녹여내어 내놓은 분석이다. <뉴욕타임즈>는 이 혁신보고서를 바탕으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실시했고, 매출을 45%나 증대시켰다. 혁신보고서는 21세기 언론환경에 대한 각 전문가들의 통찰, 각종 프로젝트 및 사업의 성패에 따른 데이터, 편집국과 비즈니스팀 사이의 상호분석 등을 담아 크게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뉴스의 도달 확장’, 둘째, ‘편집국과 비즈니스 팀 사이의 협력 강화’, 셋째, ‘편집국 내 전략팀 설치’, 넷째, ‘디지털 퍼스트 전략’. 둘째와 셋째 요구사항은 <뉴욕타임즈> 조직 내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생략하고, 모든 언론사가 참고할 만한 메세지를 담고 있는 첫째 ‘뉴스의 도달 확장’과, 넷째 ‘디지털 퍼스트 전략’에 집중하여 설명하도록 하겠다.‘뉴스의 도달 확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혁신보고서는 기존의 디지털 뉴스가 “독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독자들은 주로 소셜미디어나 검색을 통해 개별 링크의 뉴스를 접한다. 이렇게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유입된 독자들은 파편화된 기사를 접하게 된다. 당연히 다른 주요 뉴스와 연계성이 떨어지고,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도 어렵다. 무엇보다 개별 링크로 유입된 독자는 어디까지나 일회성 방문자이기 때문에 언론사의 타 컨텐츠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다. 언론사의 첫 페이지 방문자 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보고서는 웹사이트와 앱을 새로운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혁신보고서는 구체적인 개혁방안으로 데이터 구조를 바꾸는 ‘구조화된 저널리즘(Structured Journalism)’과 뉴스소비의 ‘개인화’를 제시한다. 구조화된 저널리즘은 쉽게 말해 각 뉴스 기사를 구조적으로 분류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보통 뉴스 기사는 하나의 개별 사건을 중심으로 쓰여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요 이슈는 수많은 개별 사건들을 안고 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한 이 사건들이 모여서 ‘거대한 이야기’를 구성한다. 따라서 사건의 파편에 불과한 뉴스 기사를 한 두개 읽는 것만으로는 사건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고, 이야기가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는지 알 수 없다. 구조화된 저널리즘은 CMS(Content Management System, 컨텐츠 관리 체계)를 통해 기사들을 구조적으로 분류할 수 있게 만든다. 

가장 기초적인 방식으로는 기사 말미에 달리는 ‘태그’가 있다. 예컨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사드(THAAD) 배치 문제 관련 이슈를 담은 기사에는 ‘사드’ 태그를 남겨, 나중에 독자가 ‘사드’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사드와 관련된 모든 기사가 설정된 알고리즘에 의해 정렬되는 것이다. 훌륭한 CMS를 가지고 있다면 사드 관련 기사가 사건이 발생한 시간 순으로 정렬될 수도 있고, 타임라인을 따라 주요 쟁점을 다룬 기사들이 정렬될 수도 있다. 개별 사건에 대해 찬성측과 반대측의 입장을 분류하여 독자가 두 입장을 비교해가며 기사를 읽도록 할 수도 있다. 마치 종이신문 시절, 특정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관련 기사를 가위로 오려 스케치북 따위에 스크랩한 후 전체 이야기 흐름과 사건의 맥락을 파악했듯, 구조화된 저널리즘은 독자들에게 이러한 스크랩북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편 뉴스소비의 ‘개인화’는 알고리즘에 따라 독자 개개인의 성향에 맞춰 특정 기사를 상위 노출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언론사에서도 많이 쓰고 있는 기능인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가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즈>는 혁신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에도 이 맞춤 뉴스(Recommended for you) 기능을 활용하고 있었는데, 보고서는 이 기능에 적용된 알고리즘이 충분히 세밀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뉴스 홈페이지는 거대한 추상적 집단인 ‘독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독자들 개개인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연관 뉴스’의 개념으로 맞춤 뉴스를 내보낼 것이 아니라, 독자 개개인이 선호하는 특정 주제, 테마, 성향, 이슈 등을 중점으로 큐레이팅하고, 또 독자 개인의 선호에 따라 특정 기자의 뉴스를 집중 구독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는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세밀하게 짜여진 뉴스 ‘개인화’ 알고리즘이 앞서 구조화된 저널리즘에서 말한 CMS와 함께 적절하게 운용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혁신보고서가 뉴스의 도달 확장을 위해 제시한 또 다른 방안으로는 ‘소셜미디어의 역량 강화’가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의 소셜미디어가 독자들을 뉴스 웹사이트로 유입시키는 아주 강력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편집국의 고위직과 경영진들은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나, 이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결정권자가 적다보니 당연히 소셜미디어와 관련한 전략이나, 다양한 플랫폼들에 대한 구조적 관리가 부족하다. 특히 <뉴욕타임즈>의 편집국이 트위터를 운영하고, 비즈니스 팀이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등 협업이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중구난방 식 소셜미디어 운영을 적극 문제시 하고 있다. 혁신보고서는 소셜미디어 전문 TF를 가동할 것을 강력히 제안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십년간 <뉴욕타임즈>의 시장이 되어줄 소셜미디어와 관련한 사업에 적극 투자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 기자 개개인에게 소셜미디어에 대한 교육을 하고, 소셜미디어 상에서 성공한 기사를 기록 관리하며, 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혁신보고서의 네 번째 요구사항인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현재 종이신문을 주력으로 발행하고 있는 <뉴욕타임즈>의 체제를 디지털 신문 우선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디지털 뉴스 제작에 가능한 모든 역량을 투여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는 것으로, 종이 신문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전략의 마지막 단계는 디지털 뉴스 중에서 가장 훌륭한 뉴스를 선별해 다음 날 종이신문에 다시 싣는 것이다.” - <뉴욕타임즈> 혁신보고서 p.86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에 항시 연결된 이 시대에 뉴스 소비는 매우 즉각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주요 매체들이 종이신문 발간에만 심혈을 기울이고, 디지털 뉴스는 뒷전이다. 이는 <뉴욕타임즈>도 마찬가지였다. 정통매체로서 그들의 자존심이 집약된 종이신문을 만들기 위해 엘리트 기자들은 매일 그들의 총역량을 다음날 발행될 신문에 쏟아붓고 있었다. 종이신문 인쇄에 맞춰 대부분의 뉴스가 오후와 저녁에 올라온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뉴스 웹사이트의 방문자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대개 오전이다. 이러한 문제는 독자들의 실망으로 이어진다. 어떤 사건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올라오는 디지털 뉴스의 경우 종이신문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악하기 때문이다. 고품질의 뉴스는 그 다음날 종이신문이 나오고 나서나 볼 수 있다. 이는 즉각적인 뉴스를 찾는 독자들의 불만족으로 이어진다. 

혁신보고서는 이러한 모순을 지적하며 <뉴욕타임즈>가 종이신문에 대한 집착에 의해 주요 뉴스를 어떻게 놓쳤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이러한 관행을 180도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메인 플랫폼이 더 이상 종이신문이 아니라 인터넷 브라우저가 되어야 하며, 거기에 맞춰서 기존 기자들의 행동패턴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날 종이신문에 기사를 싣는 것을 목표로 마감에 허덕이는 기자들로 하여금, 디지털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기사를 작성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또 단순히 마감을 마쳤다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종이신문 세대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뉴스는 독자가 편집국과 직접 소통하는 쌍방향 소통 관계를 가지고 있다. 기사가 온라인에 송출된 시점부터 피드백이 오기 시작하고, 기자는 이를 상시 확인하며 즉각 대응할 의무가 있다.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이야기하며 혁신보고서는 <뉴욕타임즈>가 종이신문에는 엄격한 관리를 적용하고 있으면서, 디지털은 너무나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종이신문에 비해 디지털 신문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저널리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인원을 디지털에 배치하는 관행부터가 <뉴욕타임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길이고, 나아가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혁신보고서의 따끔한 지적을 바탕으로 쇄신에 쇄신을 거듭했다. 디지털 뉴스 페이지와 관리 시스템이 크게 개편되었고, 디지털 역량을 지닌 인재를 우선 채용하는 등의 경영 변화도 있었다. 이후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뉴욕타임즈>의 매출은 45%나 뛰어올랐다.

국내 언론들의 혁신 시도

이러한 외신들의 디지털 혁신 성공 사례는 국내에서도 심층적으로 다뤄진 바 있다. 국내 언론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토론 등을 통해 해외 사례를 분석하고 국내에 적용할 방법을 연구해왔다. 관련한 내용이 각 매체에 기고되었고, 이는 업계 관련자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전달되었다. 이러한 내용을 디지털 전략에 적용한 매체들도 있다. 예컨대 <연합뉴스>의 경우 <가디언> 데이터 블로그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데이터 저널리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조직 ‘연합뉴스 미디어랩’을 런칭한 바 있다. ‘뉴미디어를 이끄는 사람들’이라는 뉴미디어 혁신 관련 기획에서는 <가디언> 데이터 블로그의 전 에디터 사이먼 로저스를 1호 인터뷰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아예 뉴미디어 편집국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지면매체로서의 특성을 버리고, 마치 <뉴욕타임즈>처럼 완전히 디지털 혁신을 하기 위해서 전문 TF를 꾸리기도 했다. 그 TF의 총괄 자리에는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를 데려왔다. 이석우 디지털전략본부장은 SNS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을 집중 투입했고, 신규 인원 채용에는 디지털 역량을 우선 검토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뉴욕타임즈>의 혁신보고서가 제안한 ‘디지털 퍼스트’ 전략과 동일한 방향이었다. <조선일보>는 이른바 ‘조페지기’ 케이스로 유명하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 영향력 확보를 위해 카드뉴스, 영상 등 다양한 컨텐츠를 개발했고, 결정적으로 소셜미디어 전문 담당자를 적극 활용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 지기의 준말인 ‘조페지기’는 기존 <조선일보>가 지닌 ‘기성언론’의 낡은 이미지를 쇄신하여 젊은층에게 크게 어필했다. 조페지기는 페이스북 담당자로서 자신의 페르소나를 아주 확실하게 드러내며 독자들과 인터넷 유행어, 농담, 합성이미지 등을 주고받으며 소통했다. 이는 자연스레 조페지기의 개인 팬덤 구축으로 이어졌다. 조페지기가 좋아서 <조선일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독자들이 늘어났고, 이는 자연스레 <조선일보> 페이지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SNS를 이용한 뉴스 도달 확장에 성공한 것이다.

이렇듯, 국내 언론 매체들도 생존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포털사이트가 저질화 시킨 인터넷 언론 환경 때문에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포털사이트로의 노출이 절대적인 수익성을 보장하다보니 주요 매체를 비롯해 유사언론들까지 자극적인 제목, 선동적인 워딩, 실시간검색어와 주요 키워드만을 반복한 저질기사, 통신사의 속보성 보도내용을 그대로 베껴쓰는 이른바 ‘우라까이’식 기사를 선호하는 상황이다. 인스턴트 식품처럼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기사들이 넘쳐나는 환경에서 제대로 된 혁신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한 <연합뉴스>의 미디어랩 같은 경우, 비교적 장기적으로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인지도 면에서나, 호응도 면에서나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중앙일보>의 혁신은 각 소셜미디어 채널에 팔로워 수를 어느 정도 늘리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카드뉴스와 같이 이미 ‘한 물 간’ 컨텐츠를 제작하며 다른 뉴미디어 언론을 겨우겨우 따라가는 정도이지 대단한 혁신을 이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뉴스 도달 확보라는 측면에서 보면 <조선일보>는 상당한 성공을 거뒀으나, 대한민국 제1언론이라 불리는 <조선일보>의 뉴미디어 전략이 고작 페이스북 담당 기자 개인의 농담 따먹기와 팬덤 구축 정도에 그친다는 것은 몹시 실망스러운 일이다. 특히 조페지기가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사를 큐레이팅 할 때 종종 도가 넘는 행위 - 예컨대 비속어 사용이나, 부적절한 표현, 조롱 등 - 를 해서 크게 비판받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방식은 결국 전형적인 옐로 저널리즘일 뿐이다.

수많은 언론매체와 관계자들이 ‘생존을 위한 혁신’을 고민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부진한 것은 그 ‘혁신’의 대상이 개별매체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왜곡된 언론환경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업계 인물들과 정부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 포털사이트 등에 의해 만들어진 저질 언론환경의 극복이라는 ‘공동 과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Facebook  Twitter
시대정신 2017년 3/4월호(통권 77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시대정신 2017년 1/2월호(통권 7..
시대정신 2016년 11/12월호(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