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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본 세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이재교 | 본지 발행인]

1. 탄핵제도


탄핵은 대통령, 장관, 법관 등 신분이 보장되는 고위공직자를 파면하는 제도다(헌법 65조①).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국민에 의하여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할 경우 그 권한을 박탈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을 보호하고 국민주권을 확인하는 기능을 한다. 탄핵대상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 중앙선관위 위원, 감사원장 등이다.


탄핵제도는 영국에서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발달하였다. 1376년 영국의회에서 최초로 탄핵 심판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있는데, 당시에는 주로 국왕의 측근인 대신들에 대한 형사소추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이후 탄핵제도는 고위공직자를 파면하는 제도로 발달하여 의회가 행정부 고위 관료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하였고, 의회제도가 다른 나라로 보급되면서 탄핵제도도 함께 전파되었다. 고위공직자를 파면하는 일은 워낙 엄청난 일이라 실제로 탄핵이 이루어지는 일은 드물지만, 고위공직자의 권력남용이나 오용에 대한 견제장치로서의 역할은 상당하다.


공직자 중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특히 중요하다. 헌정사가 비교적 긴 미국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몇 차례 시도된 적이 있다. 그러나 탄핵결정으로 파면까지 간 대통령은 없다. 1868년의 앤드류 존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1표 차이로 부결된 것이 탄핵결정에 가장 가까이 간 경우고, 1974년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의결이 있기 전에 닉슨이 사임하는 바람에 표결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리고 1998년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하원에서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해서 부결되었다. 다만 연방법원 판사에 대한 탄핵결정이 몇 차례 이루어졌을 뿐이다.


우리헌법상 탄핵은 국회에 의한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심판의 두 단계 절차로 이루어진다. 탄핵제도는 제헌헌법에 도입된 후 현행헌법까지 여러 차례의 개정을 겪으면서도 한 번도 폐지되지 않고 이어졌는데, 탄핵소추기관은 국회로 변함이 없지만 탄핵심판기관은 계속 변하였다. 제헌헌법의 탄핵재판소, 제2공화국의 헌법재판소, 제3공화국 헌법의 탄핵심판위원회, 유신헌법과 제5공화국헌법의 헌법위원회, 그리고 현행헌법의 헌법재판소로 변했다.


1948.8.15. 이후 탄핵소추발의는 드물지 않지만 소추의결이 이루어진 경우는 거의 없고, 탄핵결정은 아직 한 번도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탄핵소추발의는 1985년 10월 유태흥 대법원장에 대한 신한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의 소추발의, 1994년과 1999년에 김도언 검찰총장과 김태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 2001년 박순용 검찰총장과 신승남 대검차장에 재한 탄핵소추발의, 2001년 12월에도 신승남 검찰총장에 대해 탄핵소추가 발의되었으나 모두 부결되었다. 야당의 정치공세성 소추발의였기에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대한 소추발의는 전혀 없다가 2004.3.12.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되었던 것이니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물론 탄핵소추의결 자체가 최초였다.


각국의 탄핵제도는 정치적 탄핵과 정치·사법적 탄핵으로 구별할 수 있다. 예컨대 영국과 미국은 하원에서 소추하고 상원에서 심판한다. 정치인으로 구성된 의회에서 소추와 심판이 모두 이루어지는 유형으로 정치적 탄핵제도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헌법에서는 국회가 탄핵소추하고, 특수법원인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것으로 정치·사법적 탄핵 유형이다. 정치적 탄핵에서는 민주주의 원리가 지배적이고, 사법적 탄핵에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모두 중시된다.3 정치적 탄핵제도에서는 정치적 책임을 사유로 탄핵할 수 있음에 반하여 사법적 탄핵제도에서는 정치적 책임은 탄핵사유가 될 수 없고,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만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에 세월호사건 당일 대통령의 행적이 포함되었는데, 정치적 탄핵사유가 될 가능성은 있지만 정치·사법적 탄핵제도를 취하고 있는 우리헌법상 탄핵사유가 되기 어려운 이유다.


2.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헌재의 탄핵결정
(헌재 2004. 5. 14. 선고 2004헌나1결정)


가. 탄핵심판의 대상


헌재의 탄핵심판 범위는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유로 한정된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기관인 국회의 소추사유에 구속이 된다. 따라서 의결서에 기재되지 아니한 사실을 근거로 판단할 수는 없다(불고불리의 원칙). 탄핵심판도 일종의 재판이고, 형사소송법이 준용되므로 형소법의 불고불리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다(형사소송법 246조).


국회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는,


(1)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지지를 호소 (2)그 중지를 요구하는 중앙선관위의 경고를 수용거부 (3)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 (4)국회의 해임건의안 무시, 헌법기관인 일부 국회의원을 “뽑아버려야 할 잡초”로 표현하는 등 국가기관을 무시 (5)권력형 부정부패(썬앤문 불법정치자금, 측근 비리 등) (6)정계은퇴 공언 번복(불법정치자금 규모가 한나라당 수수액의 10%넘으면 은퇴하겠다는 공언) (7)국정파탄(성장과 분배간의 정책목표에 일관성이 없고, 노사 문제에 뚜렷한 정책방향 없이 흔들려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정책당국자간의 혼선과 이념적 갈등을 야기하여 경제 불안을 가중시켜 국정을 파탄시킴)


헌재는 그 중 (1)(2)(3)에 대하여 적법한 탄핵소추사유라고 인정하였다. 열린우리당 지지를 호소한 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이고, 선관위의 경고를 무시한 행위는 법치국가의 이념에 반하며,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행위는 헌법 제72조에 반하는 행위로서 헌법수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인정하였다. 나머지 탄핵사유는 대통령 취임 전에 발생한 사유거나 헌법이나 법률 위배에 해당하지 않고, 특히 국정파탄에 대해서는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여부는 그 자체로서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일축하였다. 실상, ‘국정파탄’을 탄핵사유에 포함시킨 것은 정치적 공세에 가깝다. 노무현 대통령이 실제로 국정을 파탄시켰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는 아니므로 탄핵사유가 될 수 없다.


나. 탄핵사유-중대성을 띠는 헌법 또는 법률 위배


탄핵사유를 헌법은 대통령 등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65조). 이 요건만 보면,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는 바로 탄핵할 수 있을 듯하지만,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가원수를 파면하는 것인데, 단순히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였다는 사유만으로 파면할 수는 없다. 헌재는 법위반이 얼마나 헌법질서에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을 미치는지와 대통령을 파면하는 경우 초래되는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를 서로 비교하여 헌법 또는 법률 위배가 더 무거운 경우에 한하여 중대성을 띠는 경우로서 파면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며, 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은 물론이고, 국론의 분열현상 즉,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간의 분열과 반목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경우,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부여받은 ‘직접적 민주적 정당성’ 및 ‘직무수행의 계속성에 관한 공익’의 관점이 파면결정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서 고려되어야 하며, 대통령에 대한 파면효과가 이와 같이 중대하다면,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도 이에 상응하는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탄핵심판절차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질서,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본질적 내용은 법치국가원리의 기본요소인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사법권의 독립’과 민주주의원리의 기본요소인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파면을 요청할 정도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이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서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를 구성하는 기본원칙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행위를 뜻하는 것이고,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그 외의 행위유형까지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 외에도, 예컨대, 뇌물수수, 부정부패, 국가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가 그의 전형적인 예라 할 것이다.


요컨대, 탄핵결정은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로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있고, 그 징계사유에 법령위반 뿐만 아니라 업무를 해태하거나 품위를 손상한 경우도 포함되기는 하지만, 징계파면하기 위해서는 그 공무원의 지위를 유지시킬 수 없을 정도로 징계사유가 중대하여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일반 공무원에 비하여 훨씬 더 막중한 지위에 있는 대통령을 파면하는 탄핵 역시 대통령의 지위를 유지시킬 수 없을 정도로 위법의 정도가 중대하여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헌재가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성을 띠지는 아니한다는 이유로 탄핵을 기각하였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3.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


가. 탄핵소추 사유가 무엇인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에 대한 공소장과 거의 동일하다. 공소장에는 재단설립을 위한 모금과 롯데로부터 70억 원 추가모금을 강요죄로 보았지만, 탄핵소추안은 제3자 뇌물로 보아 특가법(뇌물)죄를 적용한 점, 그리고 공소장에는 전혀 없는 세월호 당일 행적을 포함시킨 점이 다르다.


탄핵소추사유는 (1)헌법 위배행위 5개와 (2)법률위배행위 4개로 구성되었다.


(1) 헌법위배 사유 : 국민주권주의(헌법제1조), 대의민주주의(제67①), 국무회의규정(제88조), 대통령의 헌법수호의무(제66조②, 제69조), 직업공무원제도(제7조), 언론의 자유(제21조①), 직업선택의 자유(제15조), 국민의 생명권(제10조) 조항 위배


1) 박 대통령이 공무상 비밀이 포함된 문건을 최순실에게 전달하여 누설하고, 비선조직을 통하여 인사권을 행사하고, 권력을 남용하여 대기업들로부터 수십억 내지 수백억 원을 갹출하여 재단을 설립하여 최순실에게 운영권을 주고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어 최순실 국정농단에 동참한 행위,
2) 최순실 등 이른바 비선실세에게 공직인사에 관여하거나 이들을좌지우지하도록 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 등을 최순실이 추천한 사람으로 임명하고, 최순실의 딸이 승마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사건을 중립적으로 조사한 문체부 국장과 과장을 위법하게 면직시킨 행위,
3) 권력을 남용하여 대기업들로부터 수십억 내지 수백억 원을 갹출하도록 강요한 행위,
4)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하여 압력을 가해 조한규 사장을 해임하도록 하고 후속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
5) 세월호참사 발생 당일 8:52부터 17:15경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날 때까지 7시간 동안 대통령으로서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아니한 행위.


(2) 법률위배 사유


1) 미르, K스포츠 설립을 위한 모금 : 대통령은 포괄적인 국정수행 권한에 의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기업 운영자들과 단독 면담을 하면서 유형무형의 이익을 대가로 16개 그룹기업들로부터 미르재단설립을 위하여 486억 원을, K스포츠 재단설립을 위하여 288억 원을 받아 두 재단을 설립한 다음, 그 운영권을 최순실에게 맡김으로써 뇌물을 수수한 행위(뇌물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죄)
2) 롯데그룹 추가출연금 모금 : 대통령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단독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롯데가 하남시체육시설 건립자금 75억 원을 추가로 부담할 것을 요구하여 롯데그룹으로 하여금 K스포츠에 70억 원을 송금하도록 하여 뇌물을 수수한 행위(뇌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죄)

3) 최순실에 대한 특혜 제공 :
i) KD코퍼레이션에 대한 특혜 : 대통령이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회장에게 최순실이 친분있는 사람이 경영하는 KD코퍼레이션과 거래하도록 강요하여 현대가 10억여 원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고 이 대가로 최순실이 KD코퍼레이션 대표로부터 5,162만원의 금품을 받도록 한 행위(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ii)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특혜 : 대통령이 안종범 수석에게 현대자동차그룹이 최순실이 설립한 광고제작사 (주)플레이그라운드에게 광고를 맡게 하라고 지시하여 안종범이 현대 정몽구회장에게 부탁하여 현대차로부터 합계 70억 6,000여만 원의 광고를 수주하도록 한 행위(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iii) TheBlueK에 대한 특혜제공 : 최순실이 포스코가 배드민턴팀을 창단하고 그 운영을 자신이 설립한 TheBlueK에게 맡기는 내용의 기획안을 마련하고, 대통령은 안가에서 권오준 포스코회장과 단독면담을 하면서 포스코가 배드민턴팀을 창단하여 달라고 요구하고, TheBlueK 관계자들이 포스코 담당자에게 요청하여 16억 원의 창단비용이 드는 펜싱팀을 창단하는 약속을 받아낸 행위(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iv) KT관련 인사청탁 : 최순실이 대기업으로부터 광고계약을 수주할 생각으로 (주)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한 다음 광고계약 수주를 위하여 자신의 측근을 KT광고책임자로 채용되도록 하는 계획을 세웠고, 대통령은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최순실이 추천한 이동수를 KT에 채용되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안종범이 KT회장 황창규에게 채용을 요구하여 황창규가 이동수를 전무급 임원으로 채용하였고, 또한 대통령은 안종범에게 플레이그라운드가 KT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하고, 안종범이 이를 황창규에게 전달하여 KT가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하여 합계 68억여 원 상당의 광고 7건을 수주하도록 한 행위(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v) 최순실이 기업들에게 스포츠선수단을 창단하도록 하고 선수단의 창단·운영에 관한 업무를 TheBlueK에게 맡기기로 한 다음 이를 위해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주)와 업무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하기로 계획을 세우자, 대통령은 안종범에게 그랜드코리아레저에 TheBlueK를 소개하라, TheBlueK의 사무총장을 그랜드코리아레저에 소개하라고 지시하고, 안종범이 그 지시에 따름으로써 그랜드코리아레저-선수-TheBlueK 3자간의 장애인펜싱실업팀 선수위촉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선수3명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TheBlueK에게 에이전트 비용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한 행위(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4) 문서유출 및 공무상비밀누설 : 대통령이 정호성비서관으로부터 받은 국토교통부장관 명의의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안) 검토’라는 문건에는 지역개발과 관련된 내용으로서 직무상 비밀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를 정호성으로 하여금 최순실에게 넘겨주도록 지시하여 이 문건을 이메일로 최순실에게 넘겨주도록 한 행위(공무상비밀누설죄)


나. 탄핵심판 (헌재 2016헌나1 사건)


(1) 언제 탄핵심판이 선고될 것인지


탄핵을 비롯하여 헌재의 모든 사건을 180일 내에 처리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헌법재판소법 제38조), 이는 훈시규정이므로 그 안에 끝낼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보면, 헌재가 180일을 다 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63일 만에 선고되었다. 다만,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는 노 대통령에 비하여 훨씬 많고 복잡하며 박 대통령이 혐의사실을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는 면에서 두 달 만에 선고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뒤에 보는 바와 같이 탄핵심판절차에는 형사소송법이 준용되기 때문에 관련자들이 재판정에 나와서 증언을 해야 그들이 검찰과 특검에서 한 진술이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는 점이 신속한 결정에 가장 큰 장애사유다.


헌재는 2016년 12월 9일 오후 4시 15분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6시경 헌재에 탄핵심판청구가 접수되자 탄핵심판절차를 시작하였다. 탄핵심판청구서가 접수되자마자 강일원 재판관을 주심으로 지정하는 동시에 박 대통령에게 탄핵심판 접수통지를 하면서 7일 안에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준 10일보다도 짧은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가 더 많고 훨씬 복잡한 점을 고려하면 매우 단기간을 부여한 셈이다. 그리고 헌재는 다른 사건에 대한 심리를 잠정중단하고 헌법재판관은 물론이고 재판연구관 70명이 이 사건 심리에 매진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비상하게 심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편, 박한철 헌재 소장의 임기가 2017년 1월 31일로, 그 다음 순위인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2017년 3월 13일로 만료된다.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될 경우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후임자를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다. 대통령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상황에서 현상유지를 기조로 일상적인 업무와 긴급한 사안만 처리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 다수이다. 두 재판관의 임기만료 후에는 7인의 재판관만 남게 되는데, 헌법재판소법상 심판정족수는 7인 이상이므로(제23조①) 권한대행이 임명하여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권한대행이 박한철 소장의 후임을 임명할 권한이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만약 재판관의 수가 7인 미만으로 된다면 심판정족수에 미달하여 헌재 기능이 마비되므로 권한대행의 긴급처리권에 기하여 7인이 될 때까지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지명권자의 지명과 국회의 동의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라는 사안의 중대성, 헌재가 그 중대성을 감안하여 헌재의 모든 인력을 동원하여 이 사건 심리에 매진하고 있는 점,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그 후임자 임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 헌법재판관 7명이 결정하는 것이 위법은 아니지만 적절하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면, 박한철 소장 임기만료 전에 심리와 평의를 마칠 가능성(선고는 소장 임기만료 후가 될 수도 있다)도 있고, 최소한 이정미 재판관 임기만료 전에는 결정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2) 탄핵심판 심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탄핵결정은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사실확정이고, 둘째 확정된 사실이 탄핵사유 즉,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위배에 해당되는지 판단하는 두 단계다.


1) 탄핵소추사유에 대한 사실 심리-형사소송법 준용


탄핵소추사유에 대한 사실인정은 물론 증거에 의한다. 탄핵심판을 민사소송절차에 의할 것인지 형사소송에 의할 것인지 논란이 있지만 실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헌법재판소법은 다른 사건은 민사소송법을 준용함에 반하여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제40조①). 두 제도의 결정적인 차이는 증거능력 제도에 있다. 재판에서 사실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증거능력이라고 하는데, 증거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믿을만한 증거라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민사소송에서는 증거능력에 별 제한이 없는 반면, 형사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진술은 그 법정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법정 외에서 이루어진 진술은 특별한 경우에만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전문법칙(傳聞法則)이 적용된다. 노무현 탄핵 때에는 문제된 발언이 모두 언론에 보도된 것이라서 사실인정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아니하였지만, 이 사건에서는 박 대통령이 대부분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인정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헌재는 검찰과 특검의 수사기록을 기초로 심리를 진행할 것이다.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최순실, 정호성, 안종범, 조원동, 김종, 송성각, 차은택, 고영태, 그리고 대기업 회장들의 진술을 기록한 피의자신문조서 또는 진술조서에 대하여 대통령 변호인들이 증거동의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들이 모두 헌재 재판정에 출석하여 증언하여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전문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중 일부는 국회 청문회에서, 그리고 형사법정에서 진술하였는데, 이 진술들에 대하여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15조 3호의 “특히 신용할만한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로 인정될 수 있다.


그 외 태블릿PC, 정호성 휴대폰의 녹음파일, 안종범의 수첩 등 증거물은 심판정에 현출되어 증거능력 및 증명력에 관하여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만약, 법원의 1심 재판이 먼저 끝난다면 헌재는 그 판결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검찰과 특검의 증거를 살펴본 적이 없어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내용, 검찰이 안종범, 정호성, 최순실 등에 대한 공소장에서 일국의 대통령을 공범이라고 적시할 때는 상당한 증거를 확보하였기 때문일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탄핵사유의 대부분에 대하여 사실인정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2) 일부 탄핵사유만 심리하고 결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탄핵소추의결서에 적시된 탄핵사유는 큰 사실로 분류하면 9개, 세분하면 13개에 이른다. 그런데 예를 들어, 헌재가 대통령이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강제로 모금하여 미르와 스포츠K재단을 만든 다음 그 운영권을 최순실에게 맡긴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실만으로 탄핵결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할 경우 나머지 탄핵사유에 대한 심리를 생략한 채 탄핵결정을 할 수 있을까?공무원에 대한 일반 징계절차에서도 그렇게 하는 경우는 없다. 단 하나의 징계사유로 파면하기에 족한 경우라도 징계위원회는 나머지 징계사유 전부를 심리하고 파면 결정한다. 징계 파면된 사람이 불복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법원은 징계위에서 인정한 징계사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증거부족이라고 판단하거나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는 파면사유로 부족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징계위가 일부 징계사유만을 심리하여 파면 결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헌재결정은 최종적이므로 다른 기관이 배치되는 판단을 할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부 탄핵사유만 심리하여 탄핵결정을 하더라도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탄핵심판은 탄핵의 가부만 판단하는 절차이므로 인정되는 일부 사유만으로도 탄핵하기에 충분하다면 굳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다른 사유를 더 심리할 필요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대법원은 상고이유가 다수인 경우에도 하나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파기 환송할 경우 흔히 다른 상고이유를 판단하지 않는다. 탄핵결정이 늦어질수록 국정의 비정상상태가 지속되고, 탄핵지지자와 반대자들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을 감안하면, 효율적인 방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을 파면하는 역사적인 결정을 하면서 일부 탄핵사유를 아예 심리조차 하지 아니할 경우 졸속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일부만 심리하는 것은 탄핵을 인용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므로 일부만 심리하는 것은 탄핵 인용을 예단하고 심리하는 것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탄핵심판절차는 형사소송법에 의하고, 형사소송법은 불고불리(소추되지 않은 사실을 심리할 수 없다는 원칙)와 변론주의(소추된 사실에 대한 주장과 증명책임이 당사자에게 있다는 원칙)가 지배하므로 헌재가 일부 탄핵사유만 심리하는 것은 어렵다. 헌재가 일부심리가 불가능하다고 밝힌 이유다. 전부를 심리하면서 신속한 심리가 되도록 방안을 강구할 일이다. 다만, 야당이 탄핵사유가 되지 않을 세월호 사건을 포함시켜 심리지연을 야기하고는 헌재에게 일부 심리에 의한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점은 지적해야겠다.


3) 탄핵심리 중 박대통령이 사임할 수 있는지


탄핵소추 후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도중 박 대통령이 사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우선 전제할 것은 공직자가 스스로 공직에서 사임(의원면직)하는 것은 자유고, 여기에 대통령도 당연히 포함된다. 따라서 사임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규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탄핵소추 후 사임에 관한 규정으로는 국회법 134조제2항이 유일하다. 이 규정은 “소추의결서가 송달된 때에는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규정은 사직을 하려는 공무원의 행위가 아니라 임명권자의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규정은 탄핵소추된 공직자의 사직의사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임명권자가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사임의 의사표시를 할 경우 그 접수를 거부할 임명권자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사임의 효력발생을 저지할 방법이 없다. 즉, 대통령은 탄핵소추 후 탄핵심판 중 사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규정상 명백하여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보이는데, 사임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대통령이 탄핵심판 중 사임하는 경우와 탄핵결정으로 파면되는 경우 법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에 의하면, 사임할 경우 연금, 비서진, 차량, 국립묘지 안장 등 이 법에 의한 모든 예우를 받을 수 있지만, 탄핵으로 파면된 경우 경호·경비 외에는 일체의 예우를 받을 수 없다. 탄핵심판 중 사임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내심에는 이러한 예우를 박탈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러나 입법론으로는 몰라도 현행법상 대통령의 사임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에게 즉시 사임하라고 연일 압박을 가하는 게 합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탄핵으로 인한 정치·사회적인 갈등, 이로 인한 국정의 마비와 혼란, 정치와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 등의 폐해를 줄이는 방법으로 박 대통령이 탄핵결정 전에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지만, 정치권 특히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연일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박 대통령 본인이 탄핵을 통하여 잘잘못을 가리겠다는데, 일반 국민이라면 모를까 유력정치인들이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권익침해요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므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다. 탄핵결정이 인용될 것인지


헌재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에서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위반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 비로소 파면이 정당화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이 중대성 기준을 충족시키는 위법행위를 하였는지가 관건이다. 헌재는 구체적으로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여 뇌물수수, 공금의 횡령 등 부정부패행위를 하는 경우,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대통령으로서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여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경우,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국민을 탄압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선거의 영역에서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부정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의 조작을 꾀하는 경우”에는 중대성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기준을 제시하였지만 여전히 명확하지는 않다.


이 중대성 기준에 관련하여 공직선거법의 대통령 피선거권 결격사유와 국가공무원법의 공무원 결격사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직선거법상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아니한 자”는 대통령선거의 후보자가 될 수 없다(제19조제2호)5. 그리고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국가공무원이 될 수 없다(국가공무원법 제33조제3호). 따라서 공무원 재직 중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에는 확정과 동시에 퇴직하게 되고, 이렇게 퇴직할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간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동법 제33조제7호). 이러한 신분상의 제한은 징계파면을 받은 경우와 동일하다.또한, 대통령이 탄핵결정을 받은 경우와 전직 대통령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확정된 경우에는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동일하게 박탈된다(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제7조; 경호·경비를 제외한 모든 예우 박탈).


요컨대, 대통령이 취임 전에 기소되었다가 재직 중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에는 퇴직하고, 이러한 경우 탄핵결정으로 퇴직한 경우와 동일하게 피선거권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전직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박탈당한다. 즉, 파면되는 경우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공직자의 신분에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재직 중 직무와 관련하여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행위로 인하여 형사소추되었을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될 정도에 해당한다면, 탄핵결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그러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사유는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을만한 행위에 해당하는가? 증거를 직접 검토하지 못한 한계는 있지만 언론에 보도된 태블릿PC 등 증거와 박 대통령의 사과 내용, 국회 청문회에 나온 증인들의 진술들을 종합해 보면,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을 제외하고는 탄핵소추사실의 대부분이 인정되고, 이는 징역형 이상이 선고될 행위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으로부터 700여억 원을 모금하여 최순실을 위한 재단을 설립한 행위, 최순실에게 공무상비밀을 누설한 행위, 세계일보에 압력을 가한 행위, KT에 인사청탁하여 임원급을 취업시킨 다음 그로 하여금 최순실의 회사에게 광고대행계약을 체결한 사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을 모금하여 재단을 설립한 다음 그 운영권을 최순실에게 준 행위는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지만 나아가 제3자 뇌물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뇌물죄가 인정되면 직권남용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모금액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였으므로 모금액 전액이 뇌물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 운영권을 최순실에게 주었으므로 운영권에 해당하는 금품을 뇌물로 인정할 수 있다. 모금액 중 처분이 제한되는 법인의 기본재산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하여 뇌물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 만약, 뇌물죄가 인정된다면 그 금액은 최소한 1억 원을 넘을 것이므로 뇌물액 1억을 초과하는 특가법(뇌물)으로서 무기 또는 징역 10년이상에 해당한다. 법원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최소한 징역 5년을 선고하여야 할 범죄에 해당하므로 탄핵사유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다만, 세월호사건을 탄핵소추사유에 포함시킨 것은 야당이 법보다 여론에 떠밀린 것으로 정치공세로 볼 수밖에 없다. 탄핵소추의결서에는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였다고 적시되어 있는데, 설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당시 대통령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침몰원인에 관여한 것도, 세월호에서 승객을 구출하는 작업이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 아닐진대, 대통령에게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으므로 탄핵사유가 될 수 없다. 대통령이 업무를 태만하였다 하더라도 업무태만은 탄핵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헌법상 생명권을 보장할 의무는 국가에게 있는 것인지 대통령이라는 국가기관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대통령에게 생명권침해 책임을 묻는 것이 법리상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단지 정치·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인데, 이러한 사유는 정치적 탄핵제도를 채택한 영국, 미국에서는 탄핵사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정치적·사법적 탄핵제도를 취하고 있는 우리 헌법상으로는 탄핵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자체가 정치기관에 의한 정치적 결정이므로 정치적인 요소를 전면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대통령이 대응을 게을리 하였다면서 생명권침해라고 규정하는 것은 정치공세로 보이고, 이로 인하여 심리를 지연시키는 역작용만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헌재의 결정이 날 터이고, 그로부터 60일 내에 대통령선거가 이루어지면서 어쨌든 이번 사태는 수습될 것이다. 그동안 탄핵에 찬성하는 세력과 비록 약세지만 반대하는 세력 사이의 갈등이 빚어질 것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치우는 데에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하는 데 치러야 하는 비용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이 사건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두 사람만의 작품이 아니다. 두 사람이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던 것은 새누리당 등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이 직접·간접으로, 최순실의 농단을 알고도 또는 모른 채 도왔기 때문이다. 보수세력이 보수주의가 지향하는 바를 모른 채 아직도70년대 국가주의적 개발독재에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상, 정치인 박근혜가 1998년 정치에 입문한 후 2012년 대선까지 대한민국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비전으로 나라를 이끌어갈 것인지 비전을 제시한 기억이 없다.


그럼에도 보수세력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부모를 모두 총탄에 잃은 비극을 동정하여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여주었고 결국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검증없는 지지가 비극을 잉태한 것이다. 그런 보수세력이 성찰과 참회도 없이 2017년 대선에서 정권을 다시 맡겠다고 나선다면 그 몰염치만 돋보일 뿐이다. 2017년 대선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아프게 성찰하고 구태에서 벗어나려는 치열한 노력을 보여주어야 그나마 미래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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