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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신] 북한 노인들이 울고 있다


[박인호 | 데일리NK 북한연구실장]

1. 북한 노인 문제의 심각성


최근 북한 노인들의 삶의 질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내부의 경제상황이 일정하게 호전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매우 당혹스러운 소식이다. 고부 간 갈등을 비롯해 가족과의 불화로 버려지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이나 자살과 같은 우울한 사건도 이어진다. 북한 내부 저널리스트가 소식을 전하고 있는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 프레스’는 최근 충격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해당 뉴스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가족에게 쫓겨 난 할머니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한 할머니는 옥수수 700kg을 들고 아들 집을 찾아가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 옥수수가 떨어지자 아들이 내쫓았다고 한다. 먹을 것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위에게 쫓겨났다는 또 다른 할머니는 손자를 데리고 산 속 방공호에서 살고 있다. 뉴스에는 매일 인민반 초소에서 잠을 자는 독거 할머니도 등장한다. 집이 없는 할머니는 인민반 경비를 서주는 조건으로 밤에만 이 초소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북한은 정책적으로 거주나 연고가 불분명한 사람을 예비 범죄자로 간주하여 단속과 통제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이런 할머니들이 인민반 경비 초소나 방공호에서 머문다는 것은, 그만큼 버려진 노인이 북한에서 흔한 존재가 된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이런 유형의 경비초소나 방공호는 냉난방 시설은커녕 출입문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간이 시설이다.


북한의 노인문제에 대해서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관심도 부족했었다. 지난 시기 국내외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을 돌아보면 노인 대상 프로그램은 그 종류와 규모에서 의미 있는 실적을 찾아내기 어렵다. 북한의 취약계층을 얘기할 때에도 주로 임산부와 영유아, 아동, 장애인 등이 상정된다. 데일리NK 북한 내부소식통들은 “전반적으로 꽃제비 숫자가 줄었으나 노인 꽃제비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노인 꽃제비의 생존 방법은 더욱 처량하다. 2000년대 꽃제비들은 주로 도시 외곽을 거점으로 여러 명이 몰려다니는 행태를 보였으나, 최근 노인 꽃제비들은 농촌이나 산속에서 고립되어 살아간다고 한다. 청소년 꽃제비에 비해 이동 능력이 떨어지고, 구걸도 쉽지 않으며, 심지어 도둑질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2. 북한 노인 규모와 북한 법제


(1) 김정은의 노인 정책 선전


유엔은 1990년, 매년 10월 1일을 ‘세계 노인의 날’로 지정했다. 북한 역시 이 날을 ‘국제 노인의 날’로 기념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매년 공식 기념행사가 열리는데 김정일 시대와 차이가 있다. 김정일은 특정 노인에게 ‘생일상’을 내려 보내주고, 생일상을 받는 노인이 김정일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것을 북한 매체들이 보도하도록 했다. 생일상을 받는 대상은 90세 이상 장수 노인, 체제 공로자,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 등이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노인의 날을 기념하는 학술 세미나를 포함한 공식 축하 행사가 매년 개최되고 있다. 김정은이 노인 관련 행사를 공식화 하고 이에 대한 선전을 늘리는 이유가 있다. 김정은의 ‘인덕(人德)정치’를 과시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개선 압력을 줄이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김일성, 김정일 ‘유훈관철’을 강조하는 측면도 있다. 김정은의 ‘평양 건설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 ‘평양 양로원’이 준공됐다. 김정은은 이곳을 방문하여 “연로자들을 우대하고 돌봐주는 것은 수령님들의 높으신 권위를 보위하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양로원에 거주하는 노인을 북한말로 ‘보양생(保養生)’이라고 하는데, 북한 내부소식통들은 “6.25 전쟁 공로자, 전 노동당 중급 간부, 특수부대에서 제대한 전 군(軍) 간부 등이 평양 양로원 보양생으로 선발됐다”고 전했다. 북한 체제에 대한 충성이 두드러진 특수계층만 수용된 것이다.


(2) 북한 노인 규모


북한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늙은이’라는 표현은 ‘젊은이’, ‘어린이’ 등과 상대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늙은이’는 비속어가 아니다. 사회과학적으로 연령 개념을 부여한 표현으로는 ‘연로자(年老者)’가 있다. 북한 법제는 60세 이상을 연로자로 규정한다. 북한에서 노동 은퇴 연령은 남성 60세, 여성 55세인데, 은퇴한 공민은 자동으로 연로자로서 법적 지위를 얻는다. 북한식 국가공급과 노동의무에서 배제된다는 점에서 노동 은퇴 시점부터 노인으로서 삶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국제기준의 학술용어로는 ‘고령(高齡)’이 있다. 통상 65세 이상이 고령으로 분류된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서면 ‘고령화 사회’로 정의한다.


북한은 2004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13년 기준 북한의 고령인구는 9.5%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2034년 전후로 고령인구 비중이 14%가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1 이는 일반적인 저개발국가의 평균 속도에 비해 빠른 편이라고 평가된다. 북한의 연로자는 국제기준의 ‘고령’보다 남성은 5세, 여성은 10세 낮으므로, 2016년 기준 북한 연로자는 남성 1956년 이전 출생자, 여성 1961년 이전 출생자이다.


2008년 북한 인구센서스 자료를 참고해서 북한의 연로자 인구를 추정해 보자. 당시 만 60세 이상 남성은 약 118만 명, 만 55세 이상 여성은 약 244만 명으로 총 363만여 명이었다.2 그런데 현재 북한의 연로자 규모는 이보다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1950년대 말 60년대 초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연로자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시장화 등 경제 개선으로 평균 기대수명이 증가했다는 점도 고려 할 필요가 있다. 이를 근거로 추산했을 때 현재 북한의 연로보장 대상자는 38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 인구의 약 15%, 7명 중 1명은 연로자인 셈이다.


(3) 노인 부양 의무


북한에서는 헌법, 연로자보호법, 사회보장법, 노동법, 사회보험법 등으로 노인 관련 법제를 구성하고 있다. 북한이 ‘법대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므로 구체적인 법 조항을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다만, 노인과 관련된 법률적 개념이 어떤 식으로 정의되는가를 살펴봄으로써 노인 정책에 대한 북한 당국의 기본 태도를 파악할 수 있다. 북한 <헌법>에서는 “돌볼 사람 없는 늙은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데, 이는 ‘무연고 노인’ 혹은 ‘독거노인’을 의미한다. 돌볼 사람 없는 늙은이에게 ‘무상치료’와 ‘물질적 방조’가 보장된다. 기본적으로 ‘가정’과 ‘생산단위’가 노인을 책임지는 것이 사회주의적 방식이다.


물론 관련 재정은 모두 국가 부담이다. 비용은 모두 국가에서 지급할 테니 가정과 생산단위에서 노인을 돌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연고 노인’이나 ‘독거노인’은 국가가 직접 보호할 수밖에 없게 된다. 북한이 2008년 제정한 <사회보장법>은 <헌법>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기존의 <사회보험법>은 1946년 제정된 것으로 단지 구체적인 급여기준만 명시하고 있었던 반면, <사회보장법>은 사회보장에 필요한 사업을 전반적으로 명시하고 있다.3 <사회보장법>에 등장하는 노인 관련 표현은 <헌법>과 일치한다. 이 법 제2조는 “사회보장의 대상에는 나이가 많거나, 신체장애로 노동능력을 잃은 사람, 돌볼 사람 없는 늙은이, 어린이가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돌볼 사람 없는 늙은이’를 국가가 직접 보호한다면, ‘돌볼 사람 있는 늙은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으로 부양 의무가 설정되어 있을까? 북한의 <가족법>에서는 “노동능력이 없는 자”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질병, 장애, 노화 등으로 인해 스스로 일해서 먹고 살 수 없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기에는 노인도 포함된다.4 <가족법>은 ‘노동능력이 없는 자’와 ‘미성년자’는 가족이 부양하도록 철저히 의무화하고 있다. 노인의 경우 부양 의무 1순위는 배우자이다. 그러나 배우자를 비롯해 부양능력이 있는 가족이 부재할 경우 따로 사는 부모나 자녀에게 부양의무가 확대된다. 그들마저 없다면 조부모나 손자녀, 형제자매에게 부양의무가 주어진다. 사실 이런 기준을 충족시킬 만큼 완전한 무연고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 법제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부양할 의무를 대부분 가정으로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부양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형사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자식(사위, 며느리 포함)이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 아주 심각한상황이라면 비용지불 등을 강제할 수 있다. 북한의 부양의무는 한국보다 더 광범위하고 처벌 수준이 높은 것이다.


3. 북한 노인의 생활 실태


(1) 노년 소득


북한에서 노인에게 보장되는 노년소득은 크게 국가공급제와 연로보장제를 양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작동을 한다 하더라도 실제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노인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은퇴한 노인, 즉 연로자는 일단 식량 배급 기준량부터 절반으로 줄어든다. 현직에 종사할 경우 식량배급량은 1일 600~800g 기준이나 연로자의 식량배급 기준량은 300g이다. 기준량 감소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공급망의 변화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소속 직장에서 식량배급을 책임지게 된다. 소속 직장의 당 간부나 행정 간부들은 소속 근로자에 대한 식량배급의 압박을 일정하게 받는다. 간부라면 아랫사람들의 식량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승진과 자리 보전을 위해 중요하다.


김정은 집권 이후 생산 단위의 인센티브를 강화함에 따라 각 직장·공장들의 생산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식량·현물·현금 지급양도 늘어나는 추세다. 생산단위 별로 ‘알아서 벌어서 알아서 먹고 사는 방식’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수확량 현물 분배를 받는 농장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연로자들은 은퇴하는 순간부터 직장 공급망에서 거주지 인민반 공급망으로 편재가 바뀐다. 인민반 차원의 식량 공급은 전적으로 국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국가에서 내려주는 식량이 거의 없다 보니 식량배급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다. 식량뿐 아니라 생활필수품을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이 커진다. 간장·된장 등 ‘인민생활 10대 소비품’ 등은 각 세대별 세대원 수에 따라 식료품상점(국영상점)을 통해 저렴한 국정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이 북한의 원칙이나, 이러한 작동방식은 이미 20년 전에 붕괴되었다. 시장에서 돈을 주고 직접 구매해야 한다.


국가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현금 수입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 사회의 시장화에 따라 최근에는 극히 일부 부유한 노인들이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으나, 대부분의 노인들은 마땅한 현금 수입이 없어 생계곤란을 겪는다. 북한에서는 부동산 임대, 은행 저축, 개인연금, 주식 투자 등 다른 나라 노인들이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나 조건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금 수입이라고 해봐야 본인이 직접 돈을 벌거나, 갖고 있는 현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수입을 얻는 정도이다. 북한에서 노인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소토지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거나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는 것이다. 협동농장에서 은퇴한 농촌 노인들은 주로 소토지 농사에, 도시의 노인들은 장사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육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으면 돈을 벌 방법이 아예 없어지는데, 꽃제비로 내몰리는 노인들의 대부분은 육체적 노동능력을 상실한 경우이다.


북한의 제도에도 연로자연금, 공로자연금, (영예)군인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존재한다. 연로자연금은 북한식 노령연금으로 연로자 자격을 얻게 되면 수급대상에 포함되나, 현직 시절 본인의 납부액에 따라 연금 지급액이 달라진다. 북한 노인의 대부분이 연로자연금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공로자연금은 국가에 공을 세워 공훈이나 포상을 받은 극히 일부 사람들만 해당되는 연금이다. 군인연금은 군 복무 중 사고나 재해로 인해 장애를 입고 ‘감정(의사)제대’한 퇴직 군인에게만 주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연금들은 작동 여부와 무관하게, 그 실효성 자체가 미비하다. 국정가격의 함정 때문이다. 사회복지 및 사회보장 분야는 모두 국정가격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현실물가를 따라가지 못한다.


북한의 근로자들은 퇴직 전까지 소속 직장에서 일괄적으로 임금의 일부를 연로자 연금으로 조성한다. 북한 근로자들의 평균 월급은 북한 돈 3,000원~5,000원 수준인데, 현직 시절 임금의 60~70% 정도를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법제화 되어 있다. 따라서 연로자연금을 정상적으로 수령한다고 하더라도 월 2,000원 수준을 넘기 어렵다. 현재 시장에서 옥수수 1kg 밖에 살 수 없는 돈이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가격 문제는 기관·기업소·협동농장 등 생산단위들이 연로자연금 적립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로자 연금은 매달 거주지 동사무소에서 직접 수령해야 하는데, 동사무소에서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연금 지급을 회피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흔하다. 이 밖에 ‘노동능력상실연금’(산재보험)과 ‘유가족연금’ 등 사회보험이 존재하며, 근로자는 월급의 1%를 매달 강제 적립하도록 하는 법규가 있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 의료 공급 실태


북한은 최고지도자와 노동당의 치적을 강조하기 위해 여전히 ‘전인민 무상치료’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무상치료’는 ‘무상교육’과 더불어 북한 체제를 사회주의로 분식하는 마지막 구호로 남아 있다. 특히 최고지도자의 ‘인덕(仁德)정치’를 선전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메뉴이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사실상 무상치료 시스템이 와해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유상이든 무상이든 모든 의료서비스 자체가 붕괴되고 말았다. 2000년대 이후 북한의 의료서비스 수준이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는데, 이는 철저히 시장화 현상과 연결된 것이었다.


북한이 중국과 같은 공적 의료보험 제도를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로 ‘재정 부족’도 지적할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수령 우상화’라는 정치적 경직성에 있다. 북한은 제도상으로는 의료와 관련한 별도의 기금은 조성하지 않고 있다. 의료보험 기금 조성 시도 자체가 무상의료를 베푼다는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연로자연금의 경우 명목상으로라도 북한 내 사회단체의 기부나 해외 동포들의 방조를 받을 수 있도록 법규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의료는 전적으로 국가책임제를 고수하고 있다. 결국 북한에서 의료 공급은 철저히 개인부담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른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더 빈곤한 노인들은 진료, 수술, 의약품 조달 등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노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의약품의 경우 모두 종합시장에서 거래된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의사 처방전’과 같은 정확한 진단 절차를 생략한 채 의약품을 구입하는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오남용의 문제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종합시장에서 유통되는 의약품은 대부분은 중국산 수입품으로, 진통제나 항생제조차 상인의 구두(口頭) 설명으로 사용법이 전해진다.


(3) 노인 시설


북한의 사회복지 서비스는 노동당의 지도에 따라 행정(내각) 체계에서 관리한다. 한국은 보건복지부에서 노인 정책을 총괄 주관하지만, 북한은 내각 노동성(省)이 주무 부처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조선 연로자 방조연맹 중앙위원회’라는 상설 국가기구를 설립하고 행정구역별로 연로자방조위원회를 두고 있다. 사회단체로는 ‘조선 연로자 보호연맹’이 매년 10월 1일 ‘국제 노인의 날’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인 정책과 관련된 연로자연금이나 양로원은 모두 북한 노동법에 규정이 마련되어 있고, 집행 주체는 도·시, 시·군·구역 등 각급 행정단위의 인민위원회 산하 노동국(부)이다. 각급 노동국(부)는 무의탁 노인을 위한 보호시설로 ‘양로원’, 장애인을 위한 보호 시설로 ‘양생원’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북한은 각 시·군·구역 별로 양로원을 설치 운영 중이라고 선전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수용 실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실 북한 노인들 사이에서 양로원은 별로 인기가 없다. 우선 입원(入院) 절차가 까다롭다. 양로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거주지 인민위원회에서 자격 심사를 받는다. 핵심은 ‘성분’과 ‘무의탁’ 여부가 심사된다. 여기서 배우자, 직계비속, 형제자매 중에 부양능력이 있는 사람이 전혀 없는 ‘무연고’를 입증해야 하는데, 북한에서 이런 조건이모두 충족될 만큼 완벽한 ‘외톨이 노인’은 극히 드물다. 더구나 거동이 불편하거나 중증 질환을 갖고 있는 노인은 아예 배제된다. 양로원 관리 간부들로부터 “왜 우리에게 산송장을 떠넘기나?”는 항의를 받기 때문이다. 한편, 1990년대 이후 양로원에 대한 국가 공급 수준을 고려하면 양로원 자체가 갖는 이익이 거의 없다. 춥고, 배고프고, 돌봐주는 사람도 없는 곳, 그 곳이 바로 양로원이다.


북한 노인들이 양로원에 눈길을 주지 않는 이유 중에는 노인들의 주거 부담이 다른 문제에 비해 덜 하다는 현실도 있다. 북한의 노인들은 소득과 의료에서는 다른 나라 노인보다 훨씬 더 열악하지만 주거 문제에서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국가에서 노인들의 소득이 빈곤선 이하로 떨어지면 가장 먼저 위협을 받는 것이 바로 주거 문제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은퇴 이후에도 살던 주택에 영구 주거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 수입이 없어져 생활고를 겪게 된다. 또한 보건·문화와 관련된 분야에서 ‘경로우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발·미용·목욕 등 개인위생과 관련된 편의봉사 시설은 물론 유희장(놀이공원)이나 동물원 등에서도 노인 할인은 적용되지 않는다. 많은 국내 입국 탈북자들은 한국의 ‘경로우대’ 제도에 대해 놀라워한다. 북한의 버스 지하철 열차에는 노인을 배려하는 자리 지정은 없다. ‘군인 자리’는 있어도 ‘노약자 자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4. 노인에 대한 인식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한국과 북한의 기대수명은 2011년을 기준으로 각각 81세와 69세로 12년의 차이를 나타낸다. 1990년을 기준으로 각각 남한 72세, 북한 70세였던 점을 상기하면 변화의 폭이 놀랍다. 오늘날 북한 주민은 은퇴 후 10~15년 정도를 노인으로서 살아야한다. 북한의 노인들을 가장 슬프게 만드는 것은 젊은 층의 무시와 모욕이다. 1990년대 이후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급격히 나빠지게 되었는데, ‘늙다리’ ‘노친네’ ‘영감태기’ 같은 비속어 사용이 늘어가고 있다. 북한 노인들이 한국드라마를 보며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이 바로 노인에게 복종하는 젊은이들이다. 예를 들어 “아가야, 이리 와봐라.”하고 시어머니가 부르면 며느리가 “네, 어머니.”하며 무릎을 꿇고 앉는 장면 등이다. ‘남조선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화려함과 부유함 속에서도 ‘예의’라는 키워드를 잡아내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평화로운 노후’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김일성 시대에 북한은 전후 복구 및 생산력 증대에 매진하느라 노인에 대해 배려할 겨를이 없었다. ‘밥숟가락 들 힘이 있는 사람’은 모두 생산현장에 나가는 것이 미덕이었다. 은퇴라는 것 자체가 사치였다. 김일성은 심지어 “일을 계속해야 덜 아프고 덜 늙는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시대에 ‘미(未)공급 시대’가 시작되면서 노인들은 먹는 것부터 눈치를 봐야 했다. 자식, 손자들이 굶는 상황이라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김정은 시대 본격적인 시장화 시대가 열렸지만, 이제는 돈이 사람을 평가한다. 돈을 벌지못하는 노인은 비효율적인 존재로 추락하게 된다. 노인을 부양하는 것은 생계비가 늘어날 뿐 아니라 돈을 벌 기회마저 줄어드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북한의 노인 세대의 절반 이상은 전후 베이비 붐 출생자들로 추정된다. 성장기에는 북한의 고도성장을 목격했으나, 청장년 시절에는 혹독한 식량난을 체험했다. 노후에 도래한 시장화 분위기는 자신들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저만치 달려 나가고 있다. 김정은과 노동당과 북한의 젊은 세대들이 노인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기울일 만한 동인은 별로 없다. 심지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에서도 노인지원 프로젝트는 손에 꼽을 만하다. 어찌 보면 한국의 흡수통일과 이해관계가 가장 깊은 계층이 노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김정은 체제 아래에서는 마땅한 복지 대책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아 있는 물리적 시간이 그리 길지 못하다는 점에서 비애감(悲哀感)은 더욱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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