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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3·4 월 호를 펴내며
[발간사] 3·4 월 호를 펴내며

[이재교 | 본지 발행인]

3·4 월 호를 펴내며

 

결국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탄핵을 외치는 이른 바 촛불집회와 탄핵반대를 외치는 소위 태극기집회가 거리를 누비 고, 나라가 찬탄반탄으로 두 쪽이 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치열하게 대립합니다. 한일회담 반대 등 국민의 의견이 크게 갈라진 적이 있기는 했지만 찬·반 양진영이 모두 길거리로 나서서 격렬하게 대립하는 사태는 해방공간에서 좌우가 찬탁과 반탁으로 격돌한 이후 처음일 듯합니다.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민주 사회에서 의견이 달라서 대립한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일 것은 없겠습니다. 그러나 강고한 진영논리에 의한 극단적인 갈등이니 문제입니다. 한쪽은 헌재에서 탄핵이 안되면 나라를 뒤집을 듯이 눈을 부라리고, 다른 한쪽은 전혀 탄핵사유가 없다면서 탄핵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부르짖습니다. 최순실의 국정개입이 밝혀졌을 때에는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 촛불세력의 극단적인 주장에 대한 반발심으로 태도를 바꾼 사람 도 종종 보입니다. 차가운 이성이 뜨거운 진영논리에 넘어간 것일 테지요. 탄핵은 대통령을 파면하는 일이고 정치적 사건이니 찬반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재판이므로 시위나 주장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찬탄과 반탄으로 나뉘어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입니다.

익히 예상됐던 일이기는 합니다. 우리사회와 같이 진영논리가 팽 배한 곳에서 국민이 직선으로 선출한 대통령을 파면하는 일에 두 진영이 죽기 살기로 덤빌 것은 훤히 내다보였습니다. 그래서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드러났을 당시 탄핵보다 사임이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본 것입니다. 박 대통령 본인이 시인하고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탄핵사유가 충분하거니와 탄핵 여 부를 떠나 도무지 대통령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서 꼭 탄핵을 통해 심판을 받아보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박 대통령 본인은 물론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퇴임 후 박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 문제로 나라가 또다시 소란스러울 것입니다. 그때에 비록 재직 중 잘못을 범했다지만 대한민국에 모든 것을 바친 분이니 이제 그 잘잘못을 역사 속에 묻어두자는 주장이 도저히 먹힐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몇 차례에 걸쳐 대국민사과를 하고, 국회가 일정을 정해주면 사임하겠다고까지 했던 대통령이 이제는 음모론까지 제기하면서 잘못을 부정하고 본인 변호에 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을 변호할 권리는 있지만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나라 전체를 보는 안목을 발휘 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너무 어려운 주문인 것 같습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헌재의 결정에 대한 불복 움직임입니다. 언 부터인가 대통령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자세를 보이는 사람이 적 않았는데, 이제 법원 판결과 헌재의 결정마저 불복하기 시작하면 우리사회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지도자들이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에 나타나 헌재에 결론을 주문하는 행태는 즉시 중단 야 합니다.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던 어느 유력 대선주자는 발언을 취소하고 오히려 지지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소위 촛불집회, 태극기집회 자체를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각자 주장을 충분히 시위했으니 말입니다. 이제는 헌재의 결정 이라는 재판만 남겨두었고, 탄핵사유의 존부는 국회 탄핵소추위원, 대통령측 변호인단에게 맡기고 판단은 헌재에 맡길 일입니다. 사법부 독립은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뿐만 아니라 여론으로부터 독립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민주사회에서는 후자가 사법부 독립의 과제입니다. 헌재는 여론으로부터 독립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난감한 일은 탄핵 사태가 보수우파진영 또한 둘로 갈라놓았다는 점입니다.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분당이 대표적입니다. 저희 주변에도 어제까지는 동지라고 여기던 사람들이 어느 날 자고나니 일부는 탄핵찬성, 일부는 탄핵반대를 주장하면서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 사안은 단순히 의견이 다른 것만이 아니라 감정까지 개입된다는 점에서 그 후유증이 심할 것 같습니다. 한쪽은 대통령이 그런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였음에도 탄핵을 반대하다니 과연 법치를 중시하는 보수우파라 할 수 있는가라 비난하고, 다른 한쪽은 측근의 비리는 역대 정권에서 늘 있었던 일인데 이만한 일로 대통령을 배신하면서 탄핵을 주장하는 것은 종북좌파의 촛불 책략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공격합니다. 탄핵 사태가 어떤 형태로 마무리되든 양측이 어깨를 나란히하기 쉽지 않을 듯하니 참으로 걱정입니다.

그러니 문제점을 앞장서서 지적해야 할 개혁적 보수우파 시민세력조차 이 전례없는 사태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시대정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독자 여러분께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양식 있는 민주시민들이 소리 없이 지켜보면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본 호에는 이러한 고민을 탄 핵사태와 올해 치러질 대통령선거에 관한 특집에 담았으니 살펴보고 의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17227

이재교

격월간 시대정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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