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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급변사태와 통일 과정


[김영환 | 본지 편집위원]

  

통일은 평화통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좁은 의미의 평화통일이 실현될 가능성은 2~3% 혹은 그 이하에 불과하다. 남북 간의 전면전의 상황을 제외한 것이 넓은 의미의 평화통일이라면 좁은 의미의 평화통일이란 북한의 민중봉기, 쿠데타, 내전 등의 폭력사태의 끝에 이뤄지는 통일이 아닌 모든 형태의 대규모 폭력사태를 배제한 통일을 말한다. 폭력사태를 완전히 배제한 통일을 실현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폭력사태를 완전히 배제한 통일이란 둘 중 하나이다. 하나는 현재의 북한 정권과 협상하여 통일하는 것이고 둘째는 북한에서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져서 보다 개방적인 차기 정권과 협상하여 통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둘 다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추진하면 북한이 수용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연방제 통일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남북한 체제경쟁에서 북한이 절대 열세에 있고 북한은 단순히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영역에서 후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남한과 가까워지게 되면 북한은 심각한 체제위협을 받게 된다. 연방제를 낮은 수준으로 하든 중간 수준으로 하든 높은 수준으로 하든 상관없이 남북 간의 접촉면이 넓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북한체제를 심각한 위기로 몰고 가게 될 것이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국력이 우위에 있을 때 김일성이 주장하는 것을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 연방제 통일을 하자고 했을 때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설사 북한이 연방제 통일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남북한 간에 격차가 너무나 크고 신뢰가 쌓여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통일국가 운영이 힘들고 바로 재분단 혹은 전쟁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북한에서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정은이 병이 들어 자기 아들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정권을 물려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을 평화적 정권교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김정은 3대 세습정권과 180도 다른 정권까지는 아니더라도 60도든 90도든 뭔가 질적인 차이가 있는 정권이 등장해야 정권교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혹은 김정은을 둘러싸고 있는 지도부 인사들이 그런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설사 김정은 정권과 질적 차이가 있는 새 정권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남북협상에 의한 통일은 극히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평화적 정권교체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곳이 북한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좁은 의미의 평화통일을 통일의 현실적인 길에서 배제하고 통일의 길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에는 쿠데타, 내전, 민중봉기, 전쟁 등이 포함될 것이다. 나는 북한의 변화든 통일이든 인명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추진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가 노력해서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전쟁 정도일 뿐 쿠데타나 내전, 민중봉기를 우리가 개입해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막는 것이 옳지도 않다.

 

 

1. 북한의 급변사태

 

(1) 쿠데타

 

. 쿠데타의 발발

 

북한 급변사태 중에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쿠데타다. 김정일은 모든 형태의 쿠데타 가능성을 철저하게 예상해서 봉쇄하는 일에 국정운영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투자했다. 오랫동안의 노력에 의해서 아주 치밀한 시스템으로 잘 짜여 있기 때문에 이를 뚫기가 결코 쉽지 않다. 군 지휘관 중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행적을 5분 단위로 보고하도록 했고, 그것도 한 통로가 아니라 여러 통로로 보고하도록 했다. 횡적인 연계라든지 횡적인 교류도 철저하게 금지했다. 친한 친구 사이라 하더라도 장군들끼리 사적인 만남을 갖는 것은 아주 힘들었다.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의심받을 수 있는 일체의 행동을 스스로 삼가는 분위기다. 공식적인 회의가 아닌 그 어떤 사적인 만남도 위험시되었다.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 체제가 들어섰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변했다고 보기 어렵다. 김정은은 김정일에 비해서 권력유지 메커니즘에 관해 판단력도 떨어지고 치밀성도 부족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시스템에 갑자기 심한 구멍이 나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정은이 이런 시스템을 감시하기 위해서 김정일과 비슷한 수준의 집중도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당장은 이영호, 장성택, 현영철 등을 연쇄적으로 숙청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집권 초기이기 때문에 상당 수준의 집중도를 유지하겠지만 계속 그러한 집중력을 유지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김정일은 1967년부터 1969년 사이 김일성이 노동당으로부터 권력을 빼앗아 일인체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일종의 창업 공신이다. 따라서 권력의 속성도 잘 알고 권력투쟁의 의미나 과정, 방법 등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런 경험이 거의 없다. 때문에 본인이 정세를 분석하고 판단해서 노선과 정책을 결정하기보다는 참모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많다. 김정일도 참모들의 권력투쟁에 휘말린 경험들이 있지만 이를 제지한 일이 더 많다. 그러나 김정은에게 그러한 절제나 균형감각, 통찰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참모들에게 휘둘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 과정에서 정권 차원에서 어떤 위험성이 싹틀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과도한 숙청이 지속되면 군 간부들의 반감을 조금씩 키울 수 있다. 아직까지는 김정은의 장악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이런 반감이 행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제재로 북한 경제가 상당 정도 후퇴하는 등 국정의 어려움이 겹치거나 김정은의 실정이 거듭되면서 감시의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면 군 지휘관들에 대한 관리가 크게 이완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시스템이 이완된다고 해서 곧바로 쿠데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김정은의 실정이 거듭되어 군 지휘관들이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 국가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김정은을 몰아내는 선택을 할 수는 있다.

 

예상해볼 수 있는 김정은의 실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사회와 특히 중국과 불필요한 대립각을 지속적으로 세워 국가경제가 엉망이 되고 간부들의 생활도 곤궁함이 가중될 때, 둘째 경제가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는데도 마식령스키장 같은 비합리적 투자를 계속 하고 이에 대한 개선 의지가 전혀 없을 때, 셋째 개혁개방의 정치적·경제적 부작용이 심각한데도 개혁개방을 지속하려고 할 때, 넷째 군 지휘관들과 당 고급 관료들을 함부로 숙청해서 당 내부의 분열이 심각할 때, 다섯째 대중 속에서 김정은의 신망이 땅에 떨어져서 김정은을 내세워서는 안정적 유지가 불가능해 보일 때, 여섯째 중국의 김정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서 정상적인 대중국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김정은의 제거가 필요하다고 볼 때, 일곱째 현실적 필요성 때문에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려고 할 때다.

 

그러나 이 모든 경우에도 북한과 같은 왕조국가에서 김정은을 제거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결단을 수반한 것으로써 쉬운 결정이 아니다. 다수의 군 지휘관들이 조직적으로 준비하는 쿠데타는 극히 어렵다고 봐야 한다. 북한 실정상 아무리 관리시스템에 구멍이 난다 해도 다수의 군 지휘관들이 모의해서 쿠데타를 일으키기는 어렵다. 북한은 당과 군이 일체화되어 있다. 당이 직접적으로 군을 지배하도록 되어 있고 실제로는 독재자 마음대로 당과 군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장성택이나 김경희와 같은 군 경력이 없는 순수 관료가 별을 달아도 크게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북한에는 군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군부는 군에 있는 장교나 장성들이 군에서의 일체감,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 친밀감, 내부의 의사소통구조 이런 것들에 의해서 생기는 것인데 북한에서는 기본적으로 그런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당 간부들도 자기들끼리 마음대로 회합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특히 군 장성의 경우에는 자기들끼리 사적으로 만나거나 기타 어떤 형식으로든 일체감을 형성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거의 형성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북한 실정상 쿠데타 자체가 아주 어렵게 되어 있지만 만약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당 간부와 군 간부가 손을 잡고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제일 높다. 그래서 당 핵심 간부를 지도자로 한 쿠데타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군이 참여해야 쿠데타가 가능하지 군이 참여하지 않은 쿠데타는 존재할 수 없다.

 

만약 반김정은 성격을 분명히 하는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은 다음과 같이 추측해볼 수 있다. 첫째는 사회주의 원칙 사수다. 이미 북한에는 사회주의적 원칙이 많이 무너져 있지만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확대한다면 더욱 사회주의적인 원칙에서 거리가 멀어질 것이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사수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가 있다. 둘째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 고수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려고 할 때, 선군정치를 완전히 포기하려고 할 때, 주체사상을 배격하려고 할 때 유훈을 지키자는 기치를 내걸 수 있다. 셋째는 국가 수호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켜 국가를 위태롭게 한다든지, 국방정책을 소홀하게 한다든지, 정책 수행을 불분명하게 해서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경우들이 있을 수 있다. 넷째는 반외세다. 김정은이 중국에 편향된 정책을 편다든지, 미국이나 일본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려 할 때 반외세, 혹은 반중, 반미, 반일 중 어느 하나를 기치로 내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반김정은 성격을 분명히 하는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대로 김정은을 보위하는 명분을 내세우는 쿠데타의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김정은을 몰래 암살해놓고 김정은의 암살 책임을 반대파들에게 뒤집어씌워서 잠재적 반대 성향의 군부세력을 모조리 처형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고, 둘째, 김정은을 감금해 놓고 김정은의 명령을 내세워서 군권의 핵심을 자파 세력으로 충당하는 형식의 쿠데타, 셋째는 김정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도 김정은이 의탁한 군 세력을 반김정은 세력이라고 선전하면서 확보한 방송국을 통해 자신들이 김정은을 수호하는 유일한 세력인 것처럼 선전하는 방식이다. 이런 형식의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반김정은의 기치를 내건 쿠데타보다 가능성이 몇 배 더 높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중간 성격의 쿠데타가 일어날 수도 있다. 중간 성격의 쿠데타라는 것은 일단 김정은의 신병을 확보한 다음 반김정은 쿠데타를 진압했다고 선전한 후에 길게 시간을 끌지 않고 빠른 속도로 반김정은 선전을 조금씩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친김정은 반김정은을 내세우지 않고 김정은의 신병을 확보하거나 김정은을 살해한 후에 애매한 입장을 취하면서 혼란 수습과 국가 수호라는 명분만으로 권력과 군을 정리해 가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조직적 쿠데타의 배경에 중국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몇 차례 제기되었고 김정일도 이와 관련해서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대외정책상 이러한 배후선동이나 조종에 가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김정일이나 김정은은 중국을 극히 경계하고 있지만, 실제로 중국이 북한의 특정 군의 배후, 특정 당 고위간부의 배후에서 급변사태나 쿠데타를 조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기본첩보활동은 항상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북한의 특성상 중국이 북한 내부에서 위험한 첩보활동을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북공작활동도 별로 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발각되었을 경우 북한 당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높은 경계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정보활동 역시 문제되지 않을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 화교, 조교(朝僑, 재중 북한국적자), 탈북자, 조선족 등을 접촉해서 정보를 수집하는 일도 중국 땅에서 접촉하는 것에 집중하고 위험한 정보 수집은 벌이지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 내부에서는 북한식의 감시망에 안 걸릴 방법이 없다. 북한 인사들 입장에서도 중국과 특별한 관계를 갖는 것은 공포스러운 일이다. 중국이 특별한 관계를 본격적으로 형성하지 않더라도 향응을 제공한다든지 약점잡기를 해서 북한 인사들에 대한 특별 관리를 할 수는 있다. 최소한의 관계만 가지고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관리한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특별한 관계도 아니고 단순히 약점 잡힌 수준이라 하더라도 그냥 두지 않는다. 30여 년 전 소련 KGB에 약점이 잡힌 북한군 고위 장교, 장성들을 일괄 처형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때와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고, 뇌물수수나 그를 통한 서로 봐주기가 확대되어 있어서 중국과 특별한 깊은 관계가 아닌 단순한 약점 잡히기, 정기적 향응 정도만 가지고는 과거처럼 엄격하게 처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런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조직적 쿠데타가 아닌 우발적 쿠데타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발적 쿠데타란 두 가지 경우가 예상 가능하다. 첫째는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지나치게 잔혹해져서 군 지휘관들을 무분별하게 숙청하고 결국 궁지에 몰린 군 지휘관들이 우발적으로 쿠데타에 나서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 민중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 진압이 지나치게 잔혹하거나 민중의 주장에 상당히 공감하는 바가 커 시위 진압에 회의를 느끼고 일부 군대가 시위대에 동조하는 방향으로 가서 우발적 쿠데타가 일어나는 케이스다. 이런 우발적 쿠데타는 북한처럼 전 국토가 촘촘하게 통제된 조건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우발적 쿠데타가 일어난다는 것은 사회의 종합적인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우발적 쿠데타라 하더라도 사회 상황의 혼란 정도에 따라 대단히 커다란 격류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

 

. 내전

일단 쿠데타가 일어나면 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쿠데타가 조기에 바로 진압된다면 그렇지 않겠지만 쿠데타가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내전으로 발전할 것이다. 사실 쿠데타는 조기에 진압될 가능성이 더 높다. 사실 고도로 정밀한 감시체제 때문에 쿠데타가 일어나기도 전에 진압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쿠데타를 일단 일으킨 상태에서 후퇴는 전원 몰살이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다. 쿠데타 세력이 크더라도 친김정은 세력을 조기에 진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내전 확대 가능성이 높다. 북한 사회는 사실상 왕조국가이기 때문에 역성혁명을 하더라도 역성혁명에 대한 반대세력이 광범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 세력을 다 진압하는 데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리고 큰 혼란이 수반되기 때문에 내전이 불가피하다.

 

내전의 양상은 양 세력이 팽팽한 내전이 될 수도 있고, 김정은 우세의 내전, 반군 우세의 내전이 될 가능성도 있고, 두 세력이 아니라 세 세력 혹은 그 이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상당 수준의 군사적 훈련을 받은 국민들의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고, 전 국토에 엄청나게 많은 무기들이 있고, 또 인명을 경시하는 풍토가 강하다. 팽팽한 내전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 어마어마한 인명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팽팽하지 않고 어느 한쪽이 우세한 상태로 내전이 전개된다고 하더라도 군인 혹은 민간인에 대해서 엄청난 수준의 보복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살육전이 전개될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한에서 내전이 조기에 진화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때 국제사회는 빨리 개입해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정은 우세의 내전으로 발전하여 반군 세력이 남한과의 국경선 주변을 근거지로 하거나 혹은 중국과의 국경 주변을 근거지로 해서 한국 혹은 중국의 지원을 기대하면서 장기항전 태세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 반군 우세의 내전으로 전개될 경우에도 김정은 세력이 중국 주변의 험준한 산악지역을 근거지로 해서 장기항전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다만 일반적인 관례를 볼 때 김정은 세력이 열세에 빠지면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지휘계통이 와해될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과 핵심 지도부에 있는 사람들은 중국 등으로 망명할 수도 있다. 세 개의 군사세력 혹은 그 이상으로 분열될 경우에는 내전이 조기에 종식될 가능성이 적고 민간인의 인명피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국제사회 조기개입의 필요성이 커진다.

 

중국은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확고하고,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제국주의라고 일관되게 비판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나거나 내전이 일어난다고 해도 개입하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개입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의 내전에서 인명피해가 확대되어 국제사회의 여론이 비등해지면 중국도 개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핵무기의 행방이 불안해져서 미국이 중국의 개입을 부추길 경우, 김정은 세력의 편에서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핵무기를 중국이 관리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해서 김정은을 도와줄 수도 있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볼 때 이는 중국 입장에서 매우 모험적 선택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설사 중국이 개입한다고 하더라도 가능하면 중립적 입장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이후 북한 내정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선택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개입하게 되면 독자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선호할지, 아니면 유엔 형태로 하는 것을 선호할지 확실하지는 않다. 일반적인 중국의 태도로 유추해보면 유엔의 형태로 개입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지만 그러나 북한처럼 군사작전에 매우 힘들고 복잡한 경우에 유엔과 같은 다국적 조직이 제대로 군사작전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치열한 군사작전을 하는데 있어서 미군, 중국군, 한국군이 협동작전을 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외국군이 개입하게 된다면 중국군이 단독으로 개입하든가, 아니면 한미연합군이 단독으로 개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중국이 한미연합군의 단독개입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도 엄청난 군의 희생을 감수하고 개입하는 것보다는 중국이 개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을 볼 때 현실적으로 중국군이 단독으로 개입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본다. 다만 내전 양상이 그렇게 치열하지 않거나 내전이 어느 정도 정리된 조건이라면 복잡하고 치열한 군사작전이 필요 없기 때문에 유엔군 형태로 개입할 수도 있다.

 

북한의 내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북한의 내전에 개입하려 하지 않고 다른 나라가 개입하는 것도 반대할 경우, 한국과 미국도 희생을 두려워하여 적극적으로 개입하자고 주장하지 않을 경우 외부에서 개입하지 못한 채 내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 내부의 민간인 피해 상황이 정확히 외부에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국제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는 여론도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전의 장기화는 양측 세력의 규모나 결속력, 종합적인 힘의 세기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군의 세력이 대단히 크고 김정은 세력이 굉장히 약하면 내전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군의 세력도 크고 김정은 세력의 저항도 강력할 경우에만 내전이 장기화될 것이다. 실제로는 반군이 반군으로 계속 남아있는 경우 내전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쿠데타 세력이 평양을 중심으로 한 지역과 정부 핵심을 장악하고 김정은 세력이 반군이 되었을 경우에만 내전이 장기화될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김정은 세력이 핵심 요지와 중심세력을 장악한 경우 반군의 동력과 세력 등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변방 지역에서 반군이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은 중국의 도움 없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내전에서 특정세력의 편을 들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에 반김정은 세력이 변방지역에서 중국의 도움을 얻어서 저항을 지속한다는 것은 아주 힘든 경우다. 때문에 내전이 장기화되는 것은 반김정은 세력이 수도와 정부 중심 조직을 장악하고 김정은 세력이 반군이 되어서 전쟁을 할 경우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 쿠데타 세력의 안정성

 

북한에서 반군이 쿠데타에 성공할 경우 단일지도체제나 집단지도체제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의 종합적인 시스템을 고려해본다면 일시적인 집단지도체제는 가능하여도 장기적인 집단지도체제는 불가능할 것이다. 중국은 공산당 내에 협의, 의견 수렴, 협력의 시스템이 오랜 기간 잘 형성되어 있지만 북한은 그런 것이 거의 망가져 있어서 집단지도체제가 안착할 수 있는 조건 자체가 없다. 따라서 북한에서 쿠데타가 성공할 경우 일시적으로는 집단지도체제가 가능하겠지만 결국은 단일지도체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일지도체제로 가는 과정에서 다시 내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쿠데타 초기 혹은 내전 초기에 김정은이 사망했을 경우와 계속 생존해 있을 경우 각각의 전개양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김정은이 초기에 사망했을 경우 친김정은 세력은 구심점이 사라져서 빠른 속도로 와해될 가능성이 있다. 반김정은 세력의 입장에서도 혁명의 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에 강력한 구심력을 가지고 대오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초기에 사망했을 경우 여러 세력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더 높고 더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사망의 충격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인다. 왕조국가의 왕이 사망하고 후계 왕이 불확실한 상태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고위층에서는 김정철(김정은의 친형)이나 김현(김일성의 막내 아들)을 내세울 가능성도 있지만 둘 다 결함이 적지 않다. 김평일(김일성의 둘째 아들)을 내세우는 세력도 있을 수 있지만 김평일의 경우 반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누구를 지도자를 내세울 지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의견합의를 보기도 어렵다. 또한 권력 공백의 이미지를 주게 되면 이를 틈타 권력 핵심그룹 내에 다양한 이권그룹들이 창궐하게 되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쉽게 권력을 찬탈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세력도 늘어날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세력이 나올 수도 있다.

 

쿠데타 세력이 성공했을 경우, 새롭게 들어선 지도부가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북한은 사회구조나 경제구조만으로 볼 때 이미 심하게 망가져 있다. 독재자에게 집중된 권위와 권력으로 그럭저럭 사회를 유지해 왔는데 쿠데타 성공세력이 하루아침에 이런 수준의 권위와 집중된 권력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김일성, 김정일은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이런 것을 만들어왔다. 쿠데타 주도세력은 권력 기반 자체가 허약한데다가 내전과 같은 혼란 상황이 진정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럴 경우 지도부는 자신의 권력 안정성을 중국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한국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흉내 낸 강력한 독재체제를 형성해서 찾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중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다.

 

북한의 새 지도부가 한국에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들어선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의 기득권 세력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거부감이나 공포심을 가지고 있고 의심을 강하게 품어서 쉽게 손을 내밀기 어렵다. 정권뿐 아니라 주민들도 한국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약간의 정도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정서적으로는 중국보다 남한을 더 가깝게 느낀다. 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쓰고 결국은 통일할 수밖에 없다는 그런 인식 때문이다. 남한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 같이 남침을 해서라도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는 의지와 한국의 우익이 자신들을 다 죽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포가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상반된 정서와 의식은 북한의 고위층뿐 아니라 일반 주민에게도 광범하게 깔려있다. 무모하게 한국 정부와의 협력을 추진하다가 순식간에 정치적으로 고립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한국 정부도 북한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서 신속하고 명확한 판단과 행동이 쉽지 않으므로 서로 협력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중국도 북한의 내전이 종식되고 새로운 정부가 확실히 들어선 경우에는 당연히 북한을 지원하겠지만, 중국의 괴뢰정권으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개입해서 정권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 일은 피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도 신정권을 어느 정도 도와주기는 하겠지만 북한 정부가 중국을 결정적인 정권 기반으로 삼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중국은 유사시에 김정은 정권이 붕괴해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든지 새로운 정권이 다시 붕괴한다든지 또는 한국과 통일이 된다든지 하는 가능성을 늘 열어두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정권에 대해서, 게다가 안정되지도 않은 정권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볼 것이다. 북한의 신정권이 중국이나 한국에 의존하기보다는 김일성이나 김정일 흉내를 내서 강력한 폭압과 독재를 중심으로 한 통치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체제는 아주 특수한 조건 하에서 가능했던 것이지, 일단 그것이 한번 무너진 조건에서 다시 구축하는 게 잘 될 가능성은 낮다. 김정일 식 폭압체제를 구축하려고 하면 한국이나 중국에 의지해서 정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정권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북한의 신정권은 그 어떤 시도를 하든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가 대단히 어렵다. 다만 북한의 신정권이 일정 정도 수준의 안정성을 보이고 또 그러한 통치능력에 대해 중국도 어느 정도 인정해준다면, 중국과 북한 사이의 협력이 유지되어서 신정권이 꽤 장기간 지속되는 것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그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2) 민중봉기

 

북한의 경우에는 근대 시민사회의 경험이 거의 없고, 시민사회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치적 자주의식이나 시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 국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민중봉기의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봐야 한다. 물론 근대사회의 경험이 없어도 민중봉기는 일어날 수 있다. 조선 후기의 민란이나 19세기의 아이티의 반란, 인도의 세포이 반란이 그런 예다. 그러나 근대사회의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자유나 민주주의, 기타 근대적 가치를 전면에 내걸고 대중을 선전선동해서 조직적 민중봉기를 일으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떤 근대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조직적 봉기가 아니라 우발적 계기가 생기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으며 가치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성도 약하고 힘도 약하고 조직성도 약할 수밖에 없다. 시리아와 북한은 비슷한 요소도 있지만 이런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시리아는 오랫동안 서구 사회와 직간접적인 교류를 지속해왔기 때문에 최소한 수준의 시민사회가 존재한다. 또 북한과 같은 치밀하고 철저한 감시와 통제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민중봉기의 가능성이 있었던 반면에 북한의 민중봉기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봐야 한다.

 

한편 김일성이나 김정일에 대한 대중의 충성심에 비해서는 김정은에 대한 대중의 충성심이 많이 낮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민중봉기의 가능성도 어느 정도 열려있다고 봐야 한다. 경제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된다든지 대중의 우발적 시위를 지나치게 잔혹하게 진압을 해서 민심이 악화된다든지 기타 여러 가지 실정이 겹칠 경우에는 민중봉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집트, 알제리, 리비아 등과는 달리 민중봉기만으로 독자적으로 정권이나 체제를 뒤엎는 것은 극히 힘들 것이다. 민중봉기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군에서 조직적인 저항세력이 나오지 않는 한, 민중봉기가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의 군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무장이나 훈련도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군의 조직적인 분열이 있기 이전에 대중이 군을 상대로 싸워 이긴다는 것은 애초에 가능성이 전혀 없다. 대중의 시위가 확산되고 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저항의식이 확대될 경우에는 군도 분열하여 군의 주력 중에 상당 부분이 정권 전복에 나서게 될 수 있고, 그럴 경우 혁명은 성공가능성이 있다. 민중봉기로부터 체제 전복이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군이 중심이 되어서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될 가능성이 많다. 봉기 세력이 군과 별도로 조직적인 체계로 움직이는 것은 극히 힘들다.

(3) 전쟁

 

북한은 엄청나게 많은 무기와 잘 훈련된 엄청난 규모의 군사력을 갖고 있지만 한미연합군은 그보다 더 강력하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킬 엄두를 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정은이 상당히 호전적이라는 평가가 있고, 이런저런 도발을 하다 보면 불똥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전쟁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지난 5년여 동안 북한의 도발을 보면 상당히 높은 수위의 도발이 여러 차례 있었던 만큼 그러한 도발과 응징이 서로 간에 증폭되어서 위험한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 최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포함한 아주 강경한 정책을 예고하고 있는데 미국이 말하는 것은 제한적 폭격과 같은 것이지 북한과 전면전을 하자는 이야기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폭격이 북한의 군사적 반발을 불러오고 이것이 증폭되다보면 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편 한국인들이 전쟁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고, 한국 정부도 그러한 경향이 강하며, 북한 역시 전쟁이 일어나면 자기 정권이 위험해지는 조건에서 전쟁이 쉽게 일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역시 이라크전쟁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라크전쟁보다 몇 배 더 복잡한 북한과의 전쟁에 말려들어가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전쟁 국면 자체는 한미연합군이 우세한 조건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많지만, 무조건 김정은 체제가 몰락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단하기도 어렵다. 중국이 병력을 투입해서 직접 전쟁에 개입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외교적 방식으로는 아주 강력하게 전쟁에 개입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전쟁에 돌입하면 자기들이 반드시 개입하겠다든지 반드시 개입하지 않겠다는 등의 분명한 태도를 밝히려고 하지 않는데 이는 유사시에 자신들의 전략적 유연성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유사시에 자신들의 외교력의 힘을 극대화시키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강력한 중국의 개입을 배경에 놓고 전쟁을 지속하기는 대단히 부담스럽다. 중국의 강도 높은 압박에서 한국, 미국, 북한 어느 한 나라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중국이 중재안을 제시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결국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뚜렷한 결말 없이 끝나게 될 수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전쟁이 악화되거나 한국 주도의 흡수통일이 진행되는 것을 중국이 방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방치할 가능성보다는 중국이 강력한 외교적 개입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직접 참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지만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중국이 참전하면 한국전쟁 때처럼 전장을 한반도로 국한하자고 미중 사이에 합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에 미치는 충격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중국이 참전하게 되면 중국이 단순히 외교적인 개입만 하는 경우보다 승패 없이 끝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전쟁이 승패 없이 끝난다고 해서 아무런 결과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전쟁이 한번 터지게 되면 그로 인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충격이 전 사회에 미칠 수밖에 없다. 남한도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단 1주일이나 2주일간 전쟁을 하더라도 그 정치사회적인 여파라는 것은 엄청나다고 봐야 한다. 전쟁에서 북한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으면 김정은의 리더십도 타격을 입게 된다. 중국의 강도 높은 외교적 개입으로 전쟁이 조기에 중단되더라도 북한의 군사적인 피해는 클 것이다. 승패를 떠나서 북한은 군사적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군과 주민들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나 지도부에 대한 존경심이 약화될 수 있다. 전쟁이 나면 남한의 경제적 피해가 북한보다 10배는 더 클 가능성이 있지만 남한은 이를 극복할 저력이 있는 반면 북한은 극복하기 쉽지 않다. 많은 시설들이 파괴되어 전후복구사업을 강도 높게 진행해야 하는데 현재 북한 주민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1950년대의 절반 혹은 반의 반도 되지 않는다. 무리하게 전후복구사업에 강제동원하면 주민들의 반발심이 커질 것이다. 군사적 손실도 매우 커서 군에서는 빠른 속도로 이를 보충할 것을 강경하게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가적 재정이 크게 부족하고 경제가 많이 망가진 북한이 국가의 주요 자원을 그런 방면에 사용할 경우 민심이 악화되고 크게 동요할 가능성이 있다. 또 간부들이 다수 사망한 경우 간부들의 새로운 충원과 검증에서 구멍이 뚫릴 가능성도 있다. 그런 조건에서 정치적 경험과 리더십이 약한 김정은이 전쟁후폭풍을 잘 관리하지 못하게 된다면 정권이 위험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쟁이 한미연합군의 완전한 승리로 끝날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 중국이 아무리 강하게 외교적 압박을 가하더라도 전쟁을 지속하기가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다. 북한의 전력은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그리고 결코 만만한 전력이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연합군에 비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중국이 직접 참전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하게 된다. 중국이 공식적인 패전을 기록하게 되면 중국 국내정치가 매우 어렵게 되기 때문에 중국은 필사적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미국의 국내 상황을 볼 때 중국과의 전쟁에 많은 인명희생과 엄청난 예산을 감수할 만큼 잘 단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적정 수준에서 타협하는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 타협의 조건에 전쟁의 책임을 물어 북한 정권을 교체하는 것도 들어갈 가능성이 꽤 있다. 만약 북한이 실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북한 정권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본다.

 

(4) 중국 주도의 변혁

 

중국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개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중국과 특수관계에 있는 국가이기는 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내정에 깊숙이 개입해서 특정 정권을 망하게 하거나 특정 정권을 세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북한은 오랫동안 중국과 선이 있거나 중국의 영향력 하에 있는 사람들을 철저히 배제해오는 정책을 펴왔다. 그런 조건에서 중국이 북한의 내정에 깊숙이 개입해서 현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고 개혁개방에 적극적인 새로운 정권을 수립하는 일에 앞장서리라는 것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중국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적극 바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북한의 정변을 뒤에서 조종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

 

만약 북한의 특정 세력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올 경우 중국이 그에 대해서 선을 완전히 그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그것이 발각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북한의 특정 세력이 지원을 요청해오거나 배후가 되어달라고 요구해오는 것에 대해서 일단은 단호하게 거절할 가능성이 많다. 그런 것이 북한 당국에 발각되었을 경우 매우 심각한 외교적인 마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공식적인 라인에서 그런 것을 거부하는 것과 다른 비밀공작선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별개로 놓고 봐야 한다. 중국은 사적 관계로 위장된 라인을 활용해서 어떤 형식으로든 그런 세력과의 연계는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다만 북한 내에서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정변을 유도한다든지 특정 세력의 배후를 자임한다든지 하는 일은 거의 가능성이 없다.

(5) 김정은의 항복

 

김정은이 국가 운영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경우, 혹은 어떠한 방향으로도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국가 발전이 안 될 경우, 그리고 국내 여러 정치세력 간의 역관계가 복잡하게 꼬여서 지위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김정은의 항복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고 하더라도 한국에 항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정은 가문의 특성이라든지 북한 지도부나 북한 기득권 세력의 특성을 놓고 볼 때 한국 정부에 대한 항복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은은 그 성격으로 볼 때 막다른 길에 다다른다 하더라도 항복이나 항복 비슷한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설사 망명 같은 것을 한다 하더라도 한국이 아닌 중국 혹은 그와 유사한 곳으로 가려고 할 것이다. 그나마 중국으로의 망명보다는 끝까지 북한에서의 자신의 지위를 고수하다가 북한 내에서 종말에 이를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봐야 한다.

 

(6) 김정은이 갑자기 사고사할 경우

 

김정은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서 사망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고가 있을 수 있고, 경호원이나 제3자가 김정은에게 총을 발사하는 경우에도 조직적인 쿠데타가 아니라면 사고사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심장마비 같은 것도 있을 수 있다. 김정은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북한 체제는 극히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북한은 중국과 달리 집단지도체제를 안정적으로 세우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렇다고 지금 북한에 뚜렷하게 대두되는 지도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조건에서 김정은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권력을 둘러싼 심각한 내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도부와 기득권 세력이 사분오열될 수 있고 군도 확실한 지휘통솔체계를 갖추지 못할 것이다. 김정일과 김정은은 군이 어떤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군을 여러 세력으로 쪼개서 따로따로 관리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이 갑자기 사망한다면 군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조차도 마련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조기에 북한의 상황이 개선되고 안정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곧바로 급변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설사 급변사태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혼란이 장기화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사고사 했다고 해서 바로 민중봉기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민중봉기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북한주민 사이에 봉기의 잠재력이 농축되고 농축되어서 터지기 직전까지 가야 한다. 다만 김정은이 죽고 나서 들어선 새 정부의 권위가 매우 약하고 실정이 거듭될 경우에는 대중이 정부를 만만하게 보게 되고 민중봉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7) 북한체제가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장기화할 경우

 

현재의 북한 체제는 김정은이 김정일 식의 수령독재체제를 답습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개혁개방을 일부 부문에서만 추진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만약 김정은 수령독재체제가 치명적 손상을 입지 않고 유지되고, 또 한편으로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개혁개방은 되지 않은 채 극히 일부 부문에서만 개혁개방이 진행되면서 체제가 유지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사회의 종합적인 불안요소가 조금씩 커져서 북한 체제가 장기적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북한이 현 체제 하에서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북한이 현 상태에서 장기간 유지된다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아지고 중국과의 교류협력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현재의 북한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의 북한 체제와는 달리 중국 의존성이 아주 높아져 있는 상태다.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는 독자적인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럴 경우에 북한이 중국화 된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다수 지식인, 일반 국민과 북한 및 중국 사이에 다양한 형태의 마찰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에 대해서도 일정정도 문호를 개방하려고 하겠지만 중국처럼 광범한 부문에 있어서의 교류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현재의 북한체제가 장기화되면 적극적인 개혁개방을 하지 않더라도 중국을 통해 전 세계적 문명의 영향이 북한에도 지속적으로 미칠 수밖에 없다. 현재 북한의 행정적, 경제적 시스템은 엉망이지만 북한의 잠재력에 비한 경제수준은 지나치게 낮은 편이다. 전면적 개혁개방이 아닌 부분적 개혁개방을 하더라도 최소한 수준의 지도력만 발휘한다면 북한 경제도 상당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 김정은이 적정 수준의 균형감각만 갖고 북한을 잘 관리한다면 비록 탁월한 리더십이 없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처럼 젊고 경험이 적은 지도자에게 균형감 있는 리더십을 요구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북한이 현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경우 설사 유연한 대외정책을 구사하더라도 남북통일의 길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8) 북한체제가 강도 높은 개혁개방정책을 유지하면서 장기화할 경우

 

북한 체제가 중국 수준의 꽤 강도 높은 개혁개방정책을 유지하고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게 하면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부정부패는 극단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있고 기타 여러 가지 사회적 모순이 심화되어 있다. 그런 조건에서 과연 정상적인 개혁개방이 가능할지는 의구심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개혁개방의 성공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볼 수는 없다. 만약 북한에서 강도 높은 개혁개방을 추진한다면 기존의 통치체제, 기존의 기득권 세력도 상당부분 손을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정치적 긴장성이 상당히 높아져서 김정은은 여러 차례 굉장히 위험한 시험대 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김정은이 그 모든 위험한 시험대를 잘 통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확률적으로 볼 때 김정은이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보다는 극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북한이 강도 높은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잘 관리한다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부국강병을 실현할 수도 있다. 적지 않은 북한 전문가들이 북한의 개혁개방이 북한체제를 붕괴로 이끌 것이라고 보는데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북한의 시장화가 이미 많이 진전되어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화에 대한 자생적 면역력을 이미 갖고 있다. 따라서 개혁개방이 가져오는 정치적 어려움보다 경제발전이 가져오는 정치적 안정성이 더 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급변사태 이후 치안 확보 과정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설사 내전으로 발전하지 않더라도 서로 간에 쌓여 있던 원한관계 때문에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고 또 떼강도(마적단) 같은 것이 출현해 사람들을 함부로 죽일 가능성도 있다. 엄청난 규모의 군조직과 많은 무기는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측불허다. 따라서 북한의 급변사태에는 치안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군이 개입해서 북한 내전이나 혼란을 해결하고 치안을 확보하는 경우와 유엔군이 개입해서 해결하는 경우, 그리고 유엔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 한, , 3개국 군이 합동으로 개입하는 경우, 외부 군대가 개입하지 않는 경우 등 4가지 케이스를 각각 생각해볼 수 있다. 국제사회의 개입의 형식적 명분은 치안 확보다. 그러나 주요국 정부 입장에서는 핵무기 장악이 더 중요할 것이다.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핵무기가 외부로 유출되어 지하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을 막는 것을 가장 중시할 것이다.

 

북한은 주권국가이다. 한국은 헌법상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주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될 것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북한체제가 붕괴되면 북한의 주권은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넘어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그 문제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주권 문제에서 한국이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주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서 실제로는 중국의 권한이 매우 크다. 만약 중국이 북한의 독자적 주권을 계속 지키는 방향으로 결정했을 경우 다른 나라들이 이를 번복하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주권을 다른 나라들이 마음대로 없앨 명분이 약하다.

 

한반도 통일도 일정 정도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남북한 동등한 입장에서 동등한 권리를 갖고 통일을 하려면 북한의 신정부가 안정된 이후에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도 있다. 그러면 그 논리가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설사 중국군이 아니라 유엔군이나 한미중 연합군이 북한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주권국가로 국제적으로 보장된 북한의 주권을 자의적으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은 북한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독자적 존립이 가능할지 치밀하게 분석해서 현실적 결단을 내릴 것이며, 결국 한국으로 주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판단된다. 중국군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진주할 경우 중국의 현실적인 정세분석에 입각한 결단이 가능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 유엔군이나 다국적군이 북한에 진주할 경우 이러한 결단은 가능하지 않고 중국의 국제정치 논리는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럴 경우 북한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형식적 명분론이 우세해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북한주권 문제 해결은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1) 중국군이 독자적으로 개입하는 경우

 

중국의 입장이 통일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북한을 그대로 방치했을 때 혼란상태가 더 커져서 난민이 대규모로 발생하거나, 핵무기가 유실되거나, 중국의 맏형으로서의 국제적 위신이 크게 깎인다고 생각하거나, 중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국제적 압력이 매우 큰 경우다. 중국은 북한에서 치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군대 진주 전, 혹은 군대 진주 초기 단계에서 한국 및 미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추진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해줄 것을 요구할 것이고, 중국은 북한 지역에 미군을 진주시키지 않고 한국군도 경무장 병력만 배치하는 등 북한 전역을 평화지대화 하는 데 적극 관심을 갖고 이를 협상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한국과 미국과 중국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 이해관계가 결정적으로 대립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이해관계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해관계에 일치하거나 혹은 어느 정도 협상하면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중국이 단독으로 개입한다고 하더라도 개입 전이나 개입 후에 한미중 3국이 북한 문제의 처리와 통일과정에 대해서 합의에 이르는 것이 그렇게 어려워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처리에 관심이 많은데 중국이 미국 측의 핵무기 처리에 관한 지침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통일에 적극 협력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말하지만 중국이 통일에 협력하지 않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북한을 독립국으로 계속 유지할 경우 북한 정세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부담만 높일 것이다. 중국은 북한 후견인으로서 계속 골치 아픈 일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북한에 일체 간섭하지 않으려고 하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거나 북한에 일일이 간섭하려니 신식민지를 유지하는 제국주의 국가라는 자기들이 가장 싫어하는 오명을 뒤집어쓸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간섭한다고 북한 정세가 안정된다는 보장도 없다. 민족주의 성향이 매우 강한 북한 주민 특성상 중국 영향 하에 북한 내부 정세가 안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야 한다. 한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도 중국으로서는 큰 전략적 손실이다.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본다면 현 시점에선 중국이 북한 정권을 적극적으로 붕괴시키려고 나서지는 않겠지만 일단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통일로 가느냐 북한에 새로운 독립 정권을 수립하느냐의 선택지에서 통일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중국군이 북한에 들어갔을 때 북한의 기득권층이나 북한 군대의 저항이 가장 적을 것이다. 중국군이 북한에 진주할 경우는 북한이 이미 정상적 상태가 아닌 상황이다. 중국군에 저항할 만한 정치적 실체가 없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내전의 일방 혹은 쌍방이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더라도 반항이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다. 중국군은 한국전쟁 때 이미 북한에 진주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내전과 상관없는 세력들도 중국군의 진주에 대해 극단적 정서를 갖고 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정치권이나 일반 국민들 중에는 중국군의 북한 진주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이러한 협의나 합의가 이리저리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도기에 중국군이 북한 지역을 관리할 경우에는 북한에 과도기 정권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 과도기 정부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권위를 인정받을만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국제적 명분도 약해지고 북한 내부의 이후 정치상황도 어렵게 전개될 것이다. 북한은 주권국가로 국제적 인정을 받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남북한을 통일하려면 북한 내부에서 통일을 추진할 권위를 가진 주체가 있는 것이 좋다. 만약 북한에 그런 권위 있는 주체가 없는 경우 남북한 통일의 합법성이 지속적으로 저항세력의 공격 빌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후견 하에 과도기 정권이 세워진다면 당, , 군에서 대표성 있는 인물들을 종합병원 식으로 모아서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 중에서 좀 명망 있고 능력도 있는 한 사람을 발굴해서 앞에 내세울 가능성도 있고 특별히 한 사람을 앞에 내세우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그 체제가 장기적으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중국이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그렇게 나이브하지는 않다. 그리고 중국의 후견과 상관없이 과도기 정권이 수립될 경우는 쿠데타 주도세력 중심으로 될 가능성이 높고 아니면 쿠데타 주도세력이 자립적으로 정권을 수립하기 너무 세력이 협소할 경우에는 두, 세 개 세력이 연합한 정권이 수립될 가능성도 있다.

 

과도기 정권의 수립 과정에서 중국이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서 통일에 관한 로드맵을 미리 확정해 놓고 추진할 수도 있지만, 한국과 중국 사이에 그러한 협의도 불확실하고 로드맵도 불확실한 상태로 북한에서 과도기 정권이 출범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기득권 세력은 한국 정부에 대해서 대단히 강한 공포심과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과도기 정권 역시 중국의 의사와 상관없이 통일을 아주 꺼려할 수 있다. 한국과 협의된 통일로드맵이 불확실한 조건에서는 중국 정부가 북한 신정권의 태도나 요구, 한국 정부의 태도와 요구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중국 정부가 판단하기에 북한의 신정권이 정권 기반이 너무 약하고 장기존속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북한 신정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일방적으로 협력해서 한국이 제시하는 통일방안과 통일로드맵을 전반적으로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의 신정권이 권력기반은 꽤 허약하지만 당장 쉽게 무너질 정도는 아니고 통일에 대한 공포심과 거부감이 지나치게 강해서 아주 심한 반발을 보일 때 중국 정부가 과연 북한의 기득권 세력에게 무조건적으로 통일을 강요할 것인지 확신을 갖고 얘기할 수는 없다. 중국이 한국과 북한 정권 사이에서 입장이 곤란하게 되어서 한 발 빼게 될 가능성도 있고 한 발을 빼면서 그 명분으로 북한에서의 국민투표 같은 것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근대적인 시민사회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근대적인 자유 투표 같은 것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의사가 형성되는 과정으로서의 국민투표나 국민투표를 위한 사전정치활동 같은 것이 극히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북한에 주둔하는 중국군은 중립을 지킬 것이고 북한의 신정권이나 북한의 기득권 세력이 남한의 통일로드맵을 반대하는 쪽으로 주로 영향력을 행사하면 남한의 통일로드맵이 북한의 국민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이런 문제에서 일방적으로 한국 편을 들 것인지 아니면 중립을 지킬 것인지 심사숙고해서 장기간의 이해관계를 치밀하게 계산하겠지만,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그 어느 한쪽의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중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한중관계도 계속 악화될 경우,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중간의 긴밀한 협력이 점점 어려워질 수도 있다. 현재는 중국이 한국을 적대국이나 준적대국으로 보지는 않지만 미래에 그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통일을 위한 한중협력이 쉽지 않을 것이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북한에 대한 장기적 관리 책임을 떠안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2) 북한에 유엔군이 진주하는 경우

 

유엔군이 독자적인 높은 수준의 작전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 조건에서 굉장히 복잡하고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은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유엔군이 파견될 가능성도 있다. 유엔군은 유엔군 자체의 독자적인 특성을 갖고 있고 유엔의 지휘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설사 군 병력의 60~70%를 중국군으로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중국군이 단독으로 진주하는 것과 달리 북한의 내정문제에서 일관되게 중립의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유엔군이 진주해있는 경우 오히려 중국군이 진주해있는 경우에 비해서 더 북한의 기득권 세력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자신의 장기적인 전략과 이해득실을 따지지만 유엔은 그렇지 않고 형식적인 중립을 중시하기 때문에 북한 기득권 세력의 광범한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렵다. 유엔이 기존 북한 지도부를 반인륜범죄와 연관해서 소추하거나 소추대상자로 지명한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지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의 광범한 모든 기득권세력을 소추대상으로 지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가 되더라도 유엔군 관리 하에서의 북한은 북한 기득권 세력이 정국을 주도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3) 한미연합군이 단독으로 북한에 진주하는 경우

 

한미연합군이 단독으로 북한에 진주하는 것을 중국이 용인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북한 상황이 악화되고 중국이 개입해서 여러 가지 장기적으로 골치 아픈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으면 한미연합군 진주에 동의할 가능성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한미연합군이 북한에 진주하게 되면 북한군의 저항이 매우 강력할 가능성도 있고 민사활동에서도 여러 가지 장애가 예상되지만 북한에서의 과도기 정국을 한국이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북한의 과도기 정국을 한국이 주도하면 통일을 하는 데 장기적으로 수월해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미연합군이 북한에 진주해서 한국이 과도기 정국을 주도하게 될 경우 북한의 광범한 기득권 세력은 한국이 두려워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숨어 지낼 것이다. 그러면 북한의 광범한 기득권 세력이 잠재적인 저항세력이나 잠재적인 적대세력으로 남을 위험도 생길 수 있다.

 

또한 중국이 북한에 진주하면 북한 과도정부에서 정하는 방식으로 통일국민투표를 하게 되겠지만, 한국이 진주했을 경우에는 그런 방식이 아닌 국제적 표준에 따른 민주적 방식의 국민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 광범한 기득권 세력은 북한의 과도정부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들이 부결을 선동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통일안이 부결될 경우 한국은 북한에 대한 개입력을 잃게 되고 이후 정세는 매우 복잡해지게 될 것이다. 한미연합군이 북한에 개입해서 초기 통일과정에서 어려움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중장기 통일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줄어든다는 의미는 아니고 오히려 문제를 지하로 숨어들게 만들어서 중장기적인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있다.

 

(4) 한국, 미국, 중국 3개국 군이 모두 개입하는 경우

 

한미연합군과 중국군은 그렇게 군사적으로 긴밀한 협력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에서 함께 작전을 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나 충돌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같이 개입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이고 일반적인 경우에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작전지역을 각각 명백하게 정해서 개입하는 경우에는 따로따로 지역을 설정해서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었을 경우 한, , 3개국 중 누구도 북한의 과도기 정국을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이 물론 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겠지만, 중립적인 입장을 많이 뛰어넘어서 정국에 심하게 개입할 경우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유엔군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 정도의 중립성을 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북한의 과도기 정부는 기득권 세력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한국도 중국도 마찬가지로 북한의 과도기 정국을 정확히 이해하거나 정확한 정책, 전략전술로 임할 것을 기대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 중국은 한국보다는 상대적으로 북한식의 정치상황이나 북한의 사회경제상황에 대해 조금 더 이해의 폭이 넓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뿐 아니라 북한의 기득권 세력이 한국에 대해서 강하게 갖고 있는 공포심과 거부감이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중국이 주도하는 게 부작용이 적을 수 있다. 한국 국민과 한국 정치권에서 중국에 대한 불신이 강한 경우 이런 선택도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과도기 정국은 그 자체가 엄청나게 복잡하기 때문에 누가 담당해도 정확하게 하기는 어렵다. 중국이 맡는다고 해도 한국 국민이나 북한 주민이 만족할만한 수준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이런 문제는 한국 정부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사 우리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한국 정치권과 한국 일반 국민 사이에서 북한 정세에 대한 인식의 차이, 북한의 미래에 대한 인식의 차이, 중국에 대한 태도의 차이 때문에 분열상만 노출하며 일치된 결론을 내리지 못 할 가능성도 높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가 북한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려는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과도한 민족주의에 빠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관련국들과 불필요한 마찰이나 긴장관계에 빠져서는 안 된다. 통일 과정에서 주요 관련국에 대해 흥분하지 않고 끝까지 예의를 지키며 끈질기게 설득했던 서독의 자세에서 배워야 한다. 통일 과정에서 민족주의가 어느 정도는 고조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 민족주의가 적절한 수준에서 제어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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