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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신] 북한 성분제도는 여전히 견고한가?


[박인호 | 청소년통일문화 이사]

1. 계급에 유사한 성분제도

 

북한 시장경제가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쯤이면 북한 사회의 계층구조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언론의 북한 보도에서는 흔히 간부와 일반주민으로 계층구조를 요약하고 있으나, 북한 당국은 성분이라는 주민분류 기준을 통해 꽤 다양한 계층구조를 구축해왔다. 북한의 성분제도는 생득적이고 변동성이 극히 적다는 점에서 전근대시대의 계급과 유사하다. 성분은 개인의 정치·사회적 지위 뿐 아니라 국가배급 등 경제적 분배에서 차별과 배제를 합리화시키는 근거였다. 대학 진학, 군 입대, 직업 배치, 입당(入黨), 국가배급 등 사회적 신분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심지어 결혼이나 이혼 등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2. 성분이란 무엇인가?

 

북한의 공식 문헌들은 성분사회적 계급관계에 의하여 규정되는 사람들의 사회적 구분이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사상에 따라 사람을 분류한다는 것인데, 사람의 머릿속에 현 체제를 지지하는 사상이 들었느냐, 아니면 현 체제를 반대하는 사상이 들었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이 위험한 측정은 출신성분사회성분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출신성분은 때어날 때 그 사람의 가정이 처한 사회적 지위를 평가한다. 한마디로 부모의 성분이다. 지주 집안에 태어났으면 지주성분,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노동자성분이 된다. 한편, 사회성분은 당사자가 성인으로 성장한 이후 현재 체제가 유지되는 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물론 출신성분과 사회성분 중에 출신성분가 우선이다.

 

출신성분은 고정불변이다. 부모가 살아온 길을 내가 바꿀 수는 없다. 사회성분의 경우에는 내가 노력하기에 따라서 바뀔 여지가 조금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허상이다. 실제 가능성은 매우 낮다. 출신성분이 나쁜 사람에게는 기회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사회성분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의 기회나 직업선택의 기회가 원천 차단된다. 체제에 충성을 하고 싶어도 충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없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토대가 좋아야 성공한다.”고 말한다. 토대는 부모의 성분, 곧 나의 출신성분을 의미한다. 이렇게 출신성분은 세습된다. 그렇다면 부모의 성분이 각각 다를 경우 자녀의 출신성분은 어떻게 될까? 북한에서는 모든 사회정치적 평가가 대부분 음(-) 방향으로 수렴된다. 부모 한쪽의 성분이 나쁘고(-) 한쪽의 성분이 좋을 경우(+) 두 사람의 평균값이 자녀의 성분이 되는 것이 상식인데도, 북한은 나쁜 쪽 출신성분만 자식들에게 세습시킨다. 여기에 가부장적 편견까지 더해진다. 부모 둘 중에 한 사람이 출신성분이 좋지 않은 경우라면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성분이 자녀에게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주민 성분 분류 자체를 국가 행정의 일부로 공식화 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개인의 성분은 비밀이 아니다. 나의 성분은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직장 동료도 알고, 거주 지역 인민반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성분 높낮이는 직업, 거주지, 임금, 학력, 군복무 경력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 개인의 성분을 추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주민들 사이에 다양한 감시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분을 감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성분은 한 개인의 사회관계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혼인에서 성분이 중요하게 고려된다. 간부는 간부끼리, 노동자는 노동자끼리 결혼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처럼 받아 들여 진다. 이와 같은 공시(公示) 효과에 따라 성분제도는 주민과 간부의 사이를 벌리는 동시에 주민들끼리도, 간부들끼리도 서열화 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간부든 일반 주민이든 스스로 자기 위치를 인식하고 스스로 체제에 순응하게 되었던 것이다.

 

3. 주민등록 대장과 평정서

 

그렇다면 북한 주민의 출신성분은 어디에 기록될까? 북한은 1952년부터 신분등록사업 전반을 내무부서로 모두 일원화 하고, 1955년에는 호적을 폐지했다. 호적폐지로 인해 가족관계 해명이 모호해지면서 개인의 주민 등록 과정에서 부모관계 및 가족 관계를 추가한 것이 출신성분의 출발점으로 추정된다. 이후에 주민등록 사업은 북한의 경찰조직, 지금의 인민보안성이 지도 관리하고 있다. 주민등록이란 주민등록 대장에 이름, (), 민족, 출생일, 출생지, 거주지 등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출생 직후 주민등록 대장이 만들어지고 성인이 되면서 직업, 결혼, 이혼 등이 추가된다. 여기에는 전과 기록 등 범죄관련 정보도 추가된다. 주민등록 대장은 인민보안성이 작성, 관리, 보관을 담당하는데, 중앙의 주민등록국에서 주민성분 분류, 인구조사, 주민등록 대장 수정, 주민 이동 통제 등을 총괄하고 있다. 아래로 각 직할시·() 인민보안국의 주민등록처, 각 시·군 인민보안부 주민등록과를 지도한다.

 

과거에는 천재지변이나 화재, 전쟁 등으로 주민등록 대장이 유실될 것을 대비하여 복사본을 별도에 보관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보관 장소는 평양 시내부터 자강도 깊은 산골 군사기지까지 다양한 지역이 거론되었으나 구체적인 물증은 없다. 어쨌든 주민등록 대장이 매우 중요한 통치 기밀이라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보안관리 대상일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은 2000년대 후반을 거치면서 주민등록 대장의 전산화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사람이 탈북하려다 함경북도 온성군 국가안전보위부에 붙잡힐 경우 온성군 보위부에서 즉시 신원조회가 가능하다. 주민등록 대장이 작성되면,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증명서를 발급해준다. 17세 미만은 출생증명서, 17세 이상은 공민증이 발급된다. 평양 시민은 평양시민증을 받는다. 군 입대, 외국 국적 취득, 사망, 교화소나 정치범수용소 수감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곧바로 출생증, 공민증, 평양시민증 등은 회수된다. 특이하게도 북한은 정신병에 걸린 자도 공민증을 회수한다.

 

주민등록 대장이 개인의 기본 정보를 기록한다면 평정서는 해당 조직이 개인의 행동을 기록하는 문서이다. 평정서가 바로 사회성분문서가 되는 셈이다. 유치원 높은 반 시절부터 개인별로 작성되는데, 이미 조부모와 부모의 출신성분이 기록되며, 조직생활 참여정도 및 행실 등이 평가된다. 북한 주민들은 죽을 때까지 조직생활을 참가하기 때문에 조직을 이동할 때 마다 이 평정서가 따라 다닌다. 인민학교 시절에는 소년단’, 초등중학교 및 고등중학교 시절에는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성인이 되면 군대나 대학, 각급 근로단체 조직에서 평정서가 관리된다. 노동당에 입당하는 사람은 당원등록과당 생활 평정서가 있다. 따라서 각 조직에서 자신의 평정서를 담당하는 지도원의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태도에 대해 부정적인 기록이 남을 경우 이 사람은 평생 반동으로 낙인찍혀 후손들의 성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한은 주민등록 대장 뿐 아니라 평정서 역시 그 내용의 수정 및 삭제를 매우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뇌물을 쓴다고 해도 주민등록 대장이나 평정서는 내용을 바꾸기 어렵다. 북한 주민들이 대학진학이나 노동당 입당, 승진 등의 과정에서 받게 되는 흔히 말하는 신원조회는 주민등록 대장과 평정서를 동시에 검토하는 것이다.

 

 

4. 성분제도에 대한 오해

 

일부 연구에서는 성분 제도를 북한식 사회주의 근대국가 건설 과정으로 곡해하는 경우가 있다. 봉건질서를 타파하고, 주민들을 노동계급성이 투철한 사회주의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성분 분류를 했다는 주장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를 과거청산인간개조로 호평하는 인터넷 매체들도 있다. 그러나 성분제도는 사회주의 노선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며, 오히려 내부의 정적 제거와 공포정치라는 전통적인 독재정권의 단골 메뉴처럼 활용된 측면이 더 강하다.

 

<조선말대사전>사람들의 사상 구성성분으로서 어떤 계급의 사상상(思想上) 영향을 많이 받았고 어떤 계급의 사상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알기 위하여 출신과 직업, 사회생활의 경위에 의하여 사회성원을 사회적 부류로 나눈 것이라며 성분 제도를 공식화하고 있다. 여기서 출신은 부모의 성분을 의미하고, ‘직업, 사회생활은 본인의 사회성분을 뜻한다. 부모-자식 간에 계급성이 유전된다는 발상을 버젓이 주장하는 셈인데, 이는 전근대 시절에나 통용되던 우생학적 관점이다. 특히 북한의 일상적인 체제선전 논리와도 충돌된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이미 북한은 노동계급 당이 지도하는 사회주의 체제가 들어섰기 때문에 더 이상 자본가 계급의 사상이나 제국주의 사상은 설자리가 없다. 또한 수령 주위로 일심단결하고 있는 인민대중들이 자신과 별다른 연관도 없는 부모 세대의 자본주의 사상을 머릿속에 숨겨놓을 이유가 없다.

 

사실 북한의 성분 분류는 사회주의 건설을 운운하기에는 그 기준과 적용이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임의적이다. 통일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이라는 3대 분류에 50여개 전후의 기준이 알려지고 있다. 일부 자료에서는 동요계층을 기본계층으로, 적대계층을 복잡계층을 표현하기도 한다. 어쨌든 기본 갈래는 세 덩어리이다. 첫째 순위는 북한 체제에 충성을 다할 만한 부류이다. 제일 마지막 순위는 북한체제에 충성을 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류이다. 이 양자의 중간에 적극적으로 충성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반대를 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 따라 변심 가능성이 높은 부류들이 있다.

 

노동자를 실례로 구체적인 분류상황을 살펴보자. 공장기업소에 소속된 육체노동자는 당연히 핵심계층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8·15 해방 이후에 노동자가 된 사람은 적대계층으로 밀려난다. 일제가 몰락하고 나서 노동자가 된 사람은 진짜 노동계급이 아니라는 뜻이다. 북한은 이들에 대해서 일제가 몰락하면서 동시에 자본이나 기득권이 사라지면서 어쩔 수 없이 노동자로 전락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농민도 분류 기준이 애매하긴 마찬가지이다. 농민은 당연히 핵심계층에 포함될 것 같지만, 그 기준이 꽤 까다롭다. 일제 때 머슴이나 소작농이었다가 북한정권 수립 이후 토지를 분배 받고, 협동농장에 편입된 농민만 핵심계층으로 포함된다. 일제 때 소규모의 토지를 갖고 있었거나, 일제 때 소작농이었다 하더라도 소작지가 많았던 농민은 기본계층으로 밀려난다. 결국 북한당국의 성분분류 기준은 개인의 계급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과거 행적을 평가하는 꼴이 된다. 북한 정권 수립 전까지 임금서비스 업에 종사했던 접객업자나 접대부를 기본계층으로 분류하는 대목에서는 치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직업을 놓고 사람의 내면을 평가하는 것은 전형적인 봉건주의 방식이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과거행적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제 점령과 관련해서 항일혁명 유가족이 핵심계층으로 포함된 것은 논리상 수긍되는 점이 있으나, 상업·수공업·제조업 종사자들이 친일 반일 여부와 상관없이 기본계층에 일괄 포함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제 강점기에 중국과 일본에 체류하다가 북한으로 귀환한 사람들을 지방 유지나 경제 사범과 함께 기본계층에 남긴 것도 이해가 쉽지 않다.

 

한국전쟁 도중 전사한 군인가족과 종전 이후 대남작전에 파견된 공작원들의 가족 등은 핵심계층으로 분류된다. 평범한 월남자 가족은 기본계층에 뒀다. 적대계층의 대부분은 남한과 관련된 사람이라는 점이다. 친미주의자, 남한 정부 관료, 남한 정보기관에 협력한 사람, 남한 간첩,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의해 처단된 사람의 가족, 월남한 지주·자본가 등이 적대계층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원한을, 남한에 대해서는 향수를 가질 만한 사람들이다. 특이한 분류는 더 있다. 바로 변절 의심자와 그 가족들이다. 북한정권 수립이후 월북한 남한출신, 대남공작 과정에서 남한에 체포된 공작원의 가족, 한국전쟁 당시 남한에 포로로 잡혔다가 돌아오지 않은 군인들의 가족, 기타 이유로 생사확인이 불분명한 행방불명자의 가족들도 모두 적대계층으로 묶였다.

 

5. 성분제도의 역사

 

이쯤 되면 실제로 남한의 공작이 두려워서 이런 분류를 선택했다기보다, 남한과의 적대관계를 주민통제에 이용하기 위해 이런 분류를 선택했다는 추론에 힘이 더해진다. 물론 남한 역시 권위주의 시대에는 월북자의 가족에 대해서는 연좌제로 불릴 만큼 특별한 관리를 했다. 남한에서는 일부 연좌제를 통한 차별제도가 있었으나 주로는 북한의 간첩침투를 막는데 주력하였다. 반면 북한은 주민들의 분류와 차별의 제도화에 집중하였다.

 

북한이 전체 주민에 대한 성분 분류사업을 처음 시작한 해는 1958년으로 기록되고 있는데, 이는 1956년 발생한 ‘8월 종파사업과 관계가 깊다. 이후 김일성은 중앙당의 집중지도 사업 형식을 빌려 과거 행적이 의심스러운 자를 색출할 것을 지시했다. 이것이 북한에서 정치범수용소가 고착화된 배경으로 꼽히기도 한다. 1966주민재등록사업은 앞서 1950년대 진행됐던 주민등록사업을 전면 재조사하는 작업이었다. 1년간 모든 주민들은 직계 3, 처가와 외가 6촌까지 신원조회를 받아야 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듬해인 1967년에는 ‘3계층 51개 주민분류사업3년 동안 이어진다. 1972년에는 남북대화와 관련해 전체 주민을 남한과 매개해 믿을 수 있는 자’, ‘믿을 수 없는 자’, ‘변절자로 구분하는 주민요해사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1980년대 후계자로 공식화된 김정일 역시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주민등록 요해사업을 꾸준히 벌였다. 주민증 검열사업 북한 체류 외국인 및 월북자 등에 대한 요해사업 북송 재일교포 요해사업 주민재등록 사업 공민증 갱신 사업 등이 진행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대량아사와 탈북은 북한 당국의 주민등록 관리 사업에 새로운 도전이었다. 대량의 행방불명자가 발생한 것이다. 타 지역에 식량을 구하러 갔다가 객사하여 거주지로 복귀하지 못한 사람이 늘어났고, 중국으로 탈북 해 종적을 감춘 사람들도 많아졌다. 북한에서 행방불명은 치안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특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같이 99.9%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정치행사에서 행방불명자의 존재는 대단히 치명적이다. 국가안전보위성 등 체제 수호 일선에 있는 간부들은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보다 행방불명자를 더 골치 아프게 생각한다. 따라서 행방불명자와 그 가족은 무조건 적대계층이 된다. 행방불명자 가족이 받는 첫 번째 의심은 역시나 남한과의 연계 여부이다.

 

6. 성분이냐 돈이냐

 

이처럼 성분제도는 북한주민들을 용이하게 통제하기 위한 핵심적인 도구였다. 성분이란 특정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의 권리, 기회, 자격 등에 대한 차별이 구조화 된 것이다. 따라서 다른 집단과 불평등이 전제가 되며, 다른 집단과 연대 및 협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의 성분제도는 이동이 거의 어려운 불평등의 고착을 초래하여 광범위한 인권유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도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지적했다. 다만, 1990년대부터 북한 정권의 경제력이 약화되면서 성분제도 그 자체는 조금씩 균열을 겪게 되었다. 국가공급이 붕괴됨에 따라 성분이 주는 정치 경제적 이익도 점차 감소한 것이다. 최근에는 성분의 특혜보다 돈의 힘이 더 강력해지고 있다.

 

김정일 시대 시장화 과정에서는 그나마 성분이 주는 특혜가 있었다. 성분이 좋은 사람들, 즉 간부층은 외부원조를 우선 공급받았고, 이를 시장에 유통시킴으로써 여러 형태의 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다만 김정일은 자신이 허락한 종합시장을 폐쇄하는 정책에 힘을 쏟았기 때문에 간부층이 종합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중하층 사람들이 북한 당국의 통제를 뚫고 결사적으로 시장 활동에 참여했다. 간부층은 중하층 사람들에게 뇌물을 얻어내는 식으로 타협점을 찾게 되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종합시장 운영이 안정되고 경제가 개선됨에 따라 성분이 주는 특권과 차별은 더 이상 효과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성분제도는 북한의 기본계층과 적대계층이 정치적 지위와 경제적 이익 등을 손에 쥘 수 없는 환경을 지속시켜왔다. 그러나 현재는 돈의 힘을 통해 노동당 입당과 같은 정치적 지위도 획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신흥 부유층으로 각광받고 있는 돈주가 대표적이다. 돈주는 대략 다음과 같은 의미를 상징한다. 첫째, 하위 계층에게도 경제적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둘째, 계층 간 폐쇄적인 순환구조, 끼리끼리 구조가 허물어지고 있다. 셋째, ‘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이 갈수록 커졌다. 돈주는 핵심계층 출신은 아니지만 재력을 이용해 간부층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맺으며, 사실상 핵심계층처럼 군림하고 있다. 이들이 노동당에 당당하게 입당하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요즘 북한의 엘리트 남성들은 평양의 중앙당 과장 막내딸보다 지방 돈주의 장녀를 더 선호한다고 전해진다. 이제는 성분대신 돈이 계층을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정은 집권 6년 동안 주민등록 재조사와 같은 지시는 아직까지 없었다. 굳이 남한의 위협을 빌미로 주민들을 겁주지 않더라도, 핵개발과 경재개선 등 김정은의 업적으로 내세울 것이 많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김정일의 경우 1998년까지 남조선 간첩을 운운하며 간부들을 숙청했지만, 김정은 시대 고위 간부 숙청에서 간첩 혐의는 거론 되지 않고 있다.

 

<NK동향>

 

북한 내부 중고차 인기··· 지금은 써비차 시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자동차 구매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북한 내부소식통이 전해왔다. 데일리NK 보도에 따르면 양강도 소식통은 개인이 차를 구매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화교(華僑)와 탈북자의 가족, 그리고 돈 좀 벌었다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다만 소식통은 자동차 소유 명의는 반드시 기관기업소로 해야 한다면서 차를 구매한 사람은 기업소 책임자와 합의를 본 후 인민보안서 교통운수과에서 해당 기업소와 연관된 차번호를 받는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시장화 현상에 따라 운수업이 돈벌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의주의 한 소식통도 중국과 무역을 하는 일부 주민들도 최근 돈을 투자하여 자동차를 구매하려고 한다면서 평양에서는 구역 자동차 사업소와 버스 사업소에 등록한 택시까지 등장했다고 전했다.

 

자동차 등록을 담당하는 북한의 인민보안성의 간부들도 이와 같은 현상을 반기는 입장이다. 자동차 실소유주는 명의를 얻는 조건으로 기업소에 북한 돈 15만원, 운행증을 발급받는 조건으로 인민보안서에 북한 돈 5만 원 정도를 매달 납부한다.

 

김정일온실 공사비용, 중국 가서 벌어 와라

 

김정일화()를 재배하는 온실 공사에 필요한 비용마련을 위해 일반주민들까지 중국 방문을 허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한 대북소식통은 최근 평안남도에서 김정일화 온실 확장을 위한 비용마련을 위해 돈벌이 능력이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중국 방문을 허락했다고 데일리NK에 말했다.

평안남도 당위원회는 도내 국가안전보위국 외사과를 통해 중국에서 외화벌이를 추진할 만한 인원을 선발토록 지시했다. 각 지역에 마련되어 있는 김정일화 온실에 대한 재정비를 중앙당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 소식통은 평성시 당위원회에서는 가족 중에 탈북자가 있거나 출신성분이 나쁜 사람에게도 두 달짜리 중국 여행을 허락했다면서 시 당위원장이 여행자가 귀국하지 않을 경우 정치적으로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상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북한에서 중국 여행 허가를 받아 해외구경 한번 해보겠다는 돈주도 있다면서 돈이 많아도 정치적 배경이 없던 돈주들은 김정일화 온실 확충 사업을 지원했다는 명예를 얻기 위해 중국여행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번 김정일화 온실 공사를 통해 건물 외부 확장은 물론, 태양광판 설치를 위한 난방 개선 및 내부 인테리어 보강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총련계 일본인 가모 모토데루가 품종개량을 통해 만들었다는 김정일화는 김일성화와 더불어 북한의 수령 우상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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