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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럼프의 ‘對中압박’ 카드, 북핵폐기에 올인하게 해야”
북핵 6자회담 대표 지낸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만나다

[양정아 | 편집장]


2017년 정유년의 시작과 동시에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외교안보 환경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세계 외교의 질서를 뒤바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 위안부 협상의 여파로 흔들리는 한일관계, 고조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대통령 탄핵 정국 아래에서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로 정책 수행이나 위기관리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한반도 외교안보지형이 급박하게 변하고 있음에도 국내 정치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쟁에만 몰두해 있다. 국익보다는 외교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극단적인 주장을 앞세우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환경이 국내의 정치 안정을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그 심각성은 더 커진다. 대한민국의 다음 지도자로 나서는 사람이 누구든 지금의 외교안보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것이 가장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이번 호 시대정신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기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65)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을 만나 현재의 외교안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천 이사장은 인터뷰의 시작과 마지막에서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 우리 외교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중국이나 일본과의 외교 갈등을 풀어나갈 때 이런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에 대해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안위가 걸린 문제는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와 이해관계가 다른 나라와 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다면서 지난해 사드 문제와 관련 방중한 야당 의원들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한중관계가 좋았을 때 정상외교를 통해 사전에 이 문제를 협의했으면 중국이 반발할 빌미를 주지 않았을지 모른다면서 외교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새로 취임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는 한미 FTA 등 통상 부분에 있어서 마찰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미동맹이 큰 틀에서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중압박 카드를 북한 핵문제 해결에 사용하도록 대미 외교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하나의 중국원칙을 흔들고 나선 만큼 통상 문제와 더불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부시 행정부나 오바마 행정부는 미중관계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미중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정부들에 비해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 이사장은 20062008년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맡아 북한과의 협상을 이끌었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북핵 해결을 위한 방안을 묻자 앞으로 유일하게 북한을 평화적으로 비핵화할 수 있는 길은 북한의 전략적 계산의 공식을 바꾸는 것 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걸 계기로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이 포기하는 것보다 불리하도록 북한의 이익을 바꿔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협상이 안 되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대북제재가 워낙 약했기 때문이라며 체제생존이 위험해질 정도로 제재가 가해져야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는 북한의 대외경제 활동의 일부분에 대해서만 상징적인 제재를 했을 뿐이다. 북한의 모든 외화 수입원을 차단하는 전방위제재만이 협상을 통해서 평화적으로 비핵화 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고 강조했다.

 

천 이사장은 외무고시 11회로 공직에 첫 발을 내디딘 뒤 외교부 외교정책실장, 주영국대사, 외교부 차관 등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시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맡아 정부의 외교안보대북정책 전반을 조율했다. 퇴임 이후에는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을 맡아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연구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먼저 최근 근황부터 말씀해주시죠. 공직 퇴임 이후에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4년 전 이명박 대통령 퇴임과 함께 36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면서 어떤 일을 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을까 고심하다가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외교안보 분야의 담론을 바로 잡고 내실화 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정부에서 쌓았던 경험과 지식을 공익을 위해 활용하기 위해 한반도미래포럼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한 달에 한번 씩 전문가들이 모여 향후 한반도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외교, 안보, 통일 현안들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을 가지고 있다. 그때 당시의 적실성 있는 이슈들에 대해 토론을 하는데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 정부의 외교안보 부서에서 근무했던 분들이다.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왜곡되고 잘못된 방향으로 담론이 흘러가는 상황들을 보며 우리가 중심을 잡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자는 뜻으로 모였다.

 

그러나 그 분들도 각자 자기 부서에 따라서 알고 있는 내용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민간 학자들을 초청해 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필요할 때는 정부에 건의를 하거나 언론 인터뷰도 하면서 외교안보 분야의 여론 형성에 일정한 역할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비전문가들 중에서 외교안보통일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하는 기업 임원이나 공무원들을 위해 1년에 두 차례 통일 리더십 아카데미라는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연 초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환경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먼저 중국과의 관계를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과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가 간 외교적인 협상의 대상이 되는 이슈가 있고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이슈가 있는데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안위가 걸린 문제는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와 이해관계가 다른 나라와 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의 위협이 닥쳤을 때 우리 국민들의 국민의 생존과 안위를 제일 중요하다고 여기는 책임 있는 정부라면 핵위협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에 반대하는 나라가 있다고 해서 그 나라에 가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우리의 생존을 그들의 자비에 맡기자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잘못한 것은 한중관계가 가장 좋을 때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천안문 광장의 열병식에 갔을 때 시진핑 주석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야 했다. 한중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지만 아무리 우리 관계가 좋아도 북한이 앞으로도 핵을 포기할 결단을 못 내리고 비핵화의 길로 가지 않는다면 우리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사드 배치일수도 있고,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일수도 있다. 그런 일이 안 생기도록 당신들이 미리 손을 썼으면 좋겠지만 그 노력이 실패할 경우 우리가 갈 길은 이것 밖에 없으니 놀라지 말고 서운하게도 생각하지 마라. 이것이 바로 한중정상회담에서 우리 대통령이 중국 주석에게 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야기다. 우리가 사드를 배치한다고 했을 때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우리가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자기들이 스스로 반성하게 만들어야 했다. 중국이 반발할만한 빌미를 줬다는 것이 그동안 우리 외교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다. 관계가 좋을 때 분명히 그런 이야기를 해야 했다. 이 좋은 관계가 앞으로 잘 유지되고 더 발전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신들이 북한의 핵을 포기시켜야 한다. 그걸 막지 못하면 우리는 우리를 지킬 모든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

 

지금 와서 중국이 우리를 원망하고 불평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중국이 우리에게 와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지 못해 당신들이 사드배치까지 하게 돼서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라도 북한이 비핵화를 하게 되면 사드를 철수 할 수 없겠느냐 물으면 우리가 한 번 생각해 보겠다 할 수 있다. 이제 와서 사드 배치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북한이 핵공격을 하면 우리더러 그냥 맞고 죽으라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 나라와 안보문제와 관련 무슨 협의를 하고 외교를 할 수 있겠느냐. 사드 문제는 중국과 전혀 협상이나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중국이 대책을 세워서 우리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가 불가피하게 사드 배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실패했기 때문 아닌가. 사드가 싫으면 사드 배치의 원인 행위를 해소할 대책을 세워 와서 상의를 해야지 왜 우리가 중국에 가서 상의를 해야 하나.

 

사드 배치 경제보복은 무역보복 정당화 하는 일

 

그러나 중국 정부는 오히려 경제적 보복 조치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만한 외교적 해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것은 주로 중국이 수출할 산업의 원부자재로 들어가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중국에 수출 하지 않으면 중국의 수출산업은 타격을 입게 되어 있다. 양국 간의 무역 분쟁이 일어나면 우리 못지않게 중국도 결국 엄청나게 피해를 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서 중국이 사드를 걸어서 보복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안보 문제를 경제 통상문제와 연결시키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를 잡아야 한다. 사드 문제는 우리에게만 하는 보복이 아니다. 주한미군 그리고 앞으로 유사시에 한반도에 배치될 미국의 증원군을 보호하는 게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보복이기도 하다. 중국이 자신들의 안보상 불편 때문에 경제적 보복을 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미국 안보를 불편하게 하는 문제에 대해 중국도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보복을 받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중국 경제는 망한다. 미국 시장에 물건을 못 팔고 관세를 45%씩 물게 된다면 중국은 연간 수천억 불의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입을 손해와 중국이 경제적으로 입을 손해는 비교불가능하다. 만약 사드에 대한 보복 조치로 우리에게 어떤 경제적 보복을 한다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보복을 정당화시켜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스스로 경제적으로 망할 일을 자청해서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사드 때문에 경제적 보복을 한다는 물증을 잡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우리가 먼저 겁먹고 괜히 떨 필요가 없다. 중국 사람들이 사드 때문에 스스로 망할 일을 그렇게 함부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도 사드 때문에 경제 보복을 한다는 물증이 잡힐까봐 정부와는 관계가 없고 민간이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만약 그 물증만 나오면 미국으로부터 대대적인 보복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이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 등 우리 우방국과 해야 할 외교는 사드로 인해 한국 기업이나 한국인들이 경제적 보복 조치를 당한다면 미국이 당한 것과 똑같이 취급하도록 사전에 교감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말을 안 해도 미국이 알아서 하겠지만 사전에 조율하는 것이 낫다. 중국에도 우리가 투자해서 만든 현지공장이 많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보복으로 우리의 대중국투자가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보복을 하더라도 가급적으로 우리가 피해를 적게 받을 분야에 하도록 미국과 사전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 또한 새해부터 큰 위기를 겪고 있는데요. 위안부 합의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일본과의 외교 관계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한일 간 위안부 합의가 썩 잘 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 말로 표현을 적절히 마사지해서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잘 된 합의라고는 보지 않는다. 합의가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던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위안부 문제에 너무 많은 것을 걸어놨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를 한일관계의 모든 문제의 인질로 잡아 놨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퇴로를 차단해놓고 협상을 했기 때문에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합의는 나올 수 없다. 현실적으로도 우리가 외교적으로 그 이상을 얻어내는 것은 어렵다. 지금에 와서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을 한다고 해도 이미 된 합의보다 더 좋은 합의를 받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 좋은 합의를 할 수 있느냐 없냐가 문제가 아니라 한일 간에 합의된 것을 재협상 하거나 폐기하겠다고 하는 것은 위안부 문제를 떠나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대외적 신뢰도가 걸린 문제다. 한국과는 어떤 합의를 해도 언제든지 무효가 될 수 있고 폐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세계에서 로그 스테이트(불량국가)가 된 것은 국제사회와 했던 합의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이름을 걸고 한 합의가 이렇게 쉽게 폐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준다면 우리에게 너무 큰 손실이지 않겠는가. 그 경우 우리가 원하는 위안부 합의를 해서 얻는 이득보다 대한민국의 신뢰도가 떨어져서 잃는 손실이 훨씬 클 것이다. 또한 아베 같은 일본 극우 정치인만이 아니라 한국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보통의 일본 국민들이나 친한파, 지한파 성향의 사람들조차도 한국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친한파, 지한파가 일본에서 설 땅을 우리 스스로가 허무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인식이 완전히 나빠진다면 위안부 문제 해결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는 아무리 합의를 해도 소용없고, 정부가 합의를 이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우리의 국격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지 못 하면 한일 관계가 나빠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국격과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국가로서 국제적 존경심과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오게 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현재 합의된 내용을 지킬 수 없다면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폐기를 해야 한다. 재협상을 요구해봤자 우리가 괜히 일본에 아쉬운 소리만 해야 하고 더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 협상을 폐기하는 대신 앞으로 위안부 문제를 한일 간의 다른 현안과 연관시키지 않겠다고 합의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계속 미해결사태로 두면서 일본이 스스로 우리가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가져올 때까지 일본이 영원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의 짐을 가지고 가는 식으로 일본 정부를 응징하는 수밖에 없다. 재협상을 하자고 따라다니면서 구걸할 필요는 없다. 합의는 폐기하고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의 아젠더에서 완전히 종결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라고 본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며 한미관계의 변화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대한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어떻게 예상하고 계십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통상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일 큰 관심사는 한미 FTA. 미국 내에는 한미 FTA가 한국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는 인식이 많다. 한국은 대박을 누렸지만 미국은 덕 본 게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뿐 아니라 미국 민간 경제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덕을 많이 봤다는 인식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사실과 일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우리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미국산 자동차나 농산물 수입에 대한 무역역조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서는 미국의 통상압력이나 통상 분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다. 우리가 한미 FTA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미 간의 이익의 균형을 꾀할 수 있는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 농산물이나 자동차를 무조건 막는 것만을 능사로 삼아서는 한미 FTA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법률 시장 등 한미 간의 통상 이슈들도 많은데 이런 부분들도 동시에 신경 써야 한다.

 

한미 방위비 분담 문제도 트럼프가 대선 기간 중 워낙 크게 이슈화해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잘 모르고 이야기 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잘못된 사실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창의적인 해법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 부분은 한미 FTA처럼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한미 FTA1년에 몇 십 조 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등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은 1년에 1천억 원, 2천억 원 더 쓸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다. 국방비를 40조원씩 쓰는 나라에서 그 문제 때문에 한미동맹이 파탄 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방위비 분담을 늘리는 대신에 우리가 10, 20배 더 받을 것이 있다. 방위비 분담을 더 하는 것 이상으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은 해법이 있으리라고 본다. 예컨대 우리가 방위비를 1천억 원 더 부담하는 대신 몇 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공격용, 방어용 정찰 자산들을 전진 배치하면 방위비를 늘리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보상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FTA는 안보 논리로는 막을 수 없고 경제논리로만 막아야 한다. 미국과 경제 논리로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은 불리하다. 그러나 버틴다고 될 일도 아니다. 한미관계는 전체적으로 그 두 가지 큰 이슈가 있지만 크게 나빠지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한미관계의 큰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이 이슈들이 동맹을 완전히 파탄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우리가 사드배치를 철회하는 것이다. 그 순간 동맹관계는 파탄이 나고, FTA나 방위비 분담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사드배치 철회는 주한미군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한국이 미국에 그 대책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주한미군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선택할 수도 있다.

 

남중국해 분쟁 등 동북아를 둘러싼 외교 환경도 불안정한 요소가 많습니다. 특히 트럼프 취임 이후에 미중 관계의 긴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요.

 

미중관계는 시작부터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중국 중심의 역내안보질서 형성에 대해 미중관계의 파탄을 각오하고 강하게 나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환율 정책 때문에 미국이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피해의식과 북한 비핵화에 대해 중국이 할 수 있는 수단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쓰고 있다는 불만들이 겹치면서 미중 관계가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서로 부딪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이렇듯 미중 간 여러 현안이 많지만 미국이 대중 압박을 어디에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만들 것이냐가 우리의 대미외교 과제가 될 것이다.

 

미국은 통상과 관련해서도 중국에 보복할 수 있는 카드가 많이 있지만 중국이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One-China(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해서도 큰 카드를 꺼내놓고 있다. 역대 어느 미국 정부도 미중수교 이후에 이렇게 많은 카드를 꺼내 대중관계에 동원한 적이 없다. 미국이 이러한 대중 압박수단을 환율 문제나 통상문제, 남중국해 문제 해결보다는 북한 비핵화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모든 카드를 올인 하도록 미국 행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대미외교의 과제가 될 것이다. 아무리 카드가 많아도 여러 가지 이슈에 분산되면 힘이 없어지기 때문에 화력집중의 원칙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한 가지 최우선적인 이슈에 집중할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중국이 책임지고 핵문제만 해결하면 당분간 환율이나 통상 문제는 아주 불편하지만 좀 참겠다거나, 우리가 지금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지만 북한 비핵화 문제만 해결하면 나머지는 앞으로 서로 이야기하면서 풀어가겠다는 등 미국이 어떻게 대중 메시지를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불안정한 상황이 싫겠지만 자기들이 망하는 것보다는 북한이 망하는 게 나으니까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안 하면 미국으로부터 통상 보복을 당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어 경제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지고 시진핑의 권력기반도 흔들리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눈물을 머금고라도 북한 팔을 비틀던지 목을 조르던지 하지 않겠는가.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강한 압박을 할 수밖에 없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북한 비핵화가 되면 사드도 철수할 수 있고, 미국이 원 차이나 폴리시를 건드는 것도 말릴 수 있고, 통상 환율 전쟁도 피할 수 있다. 미국을 신랄하게 욕 하면서도 종국적으로 자기들의 이익을 지키는 방향으로 선택할 것이다. 국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감정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국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국가정책이라는 것은 감정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해를 최소화할 것인지를 보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 강경정책에 대해서 기분도 나쁠 것이고 반발은 하겠지만 최종적으로 중국의 선택은 중국의 국익에 따라 갈 것이다.

 

, 체제 생존 위기 느껴야 북핵 폐기 협상 나올 것

우리의 관심사는 아무래도 북핵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 윤곽이 아직 정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압박한 제재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화의 조건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미북 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대화를 안 하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북한은 핵보유 정당화를 위한 회담을 하자는 것이었고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회담이 아니면 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회담이 안 된 것이다. 회담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기 위한 회담이냐가 중요하다. 북한이 계속 핵무기 보유 정당화를 주장하고, 핵을 지키기 위한 회담을 하고자 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통하지 않았던 일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통할 리 없다. 북한이 핵을 내놓겠다, 비핵화를 위한 조건을 가지고 얘기하자고 하면, 예를 들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당신을 무엇을 해줄 것이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겠다고 하면 회담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냥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고 북한이 제재를 통해 거의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한계에 도달했을 때 핵을 포기하겠다는 전제 하에서 미북협상이나 6자회담이 되는 것이지 북한이 벼랑 끝에 몰리기 전에 하는 협상은 비핵화 협상은 되기 힘들 것이다. 있는 핵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전술로써의 회담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지금까지처럼 핵을 지키기 위해서 태도변화 없이 나가면 과거 부시 행정부나 오바마 행정부가 했던 것처럼 얼렁뚱땅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북한에 대한 제재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기업도 제재하고 여러 가지 북한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강수를 둘 것이다. 과거 부시 행정부나 오바마 행정부는 미중관계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미중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중국이 협조하는 범위 내에서, 설득이 가능한 부분에 한해서만 대북제재를 했다. 이제는 중국의 입장과 관계없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을 제재함으로써 북한을 옥죄는 길로 나갈 것 같다. 부시나 오바마 행정부와는 달리 대북정책이 훨씬 더 강경해질 것이다. 참모진의 성향도 그렇지만 트럼프 스스로가 체질적으로 흐리멍덩한 대북정책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동안의 북핵 협상은 오히려 북한의 핵개발을 진전시켰을 뿐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북핵 협상을 직접 담당하시기도 한 입장에서 이제는 어떤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지금까지 합의가 안 된 것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해서라도 핵을 개발하겠다는 북한의 의지와 북한의 핵개발을 막아야겠다는 국제사회와의 의지의 대결에서 국제사회가 패배한 것이다. 전 세계 최강국들이 힘을 합치고도 세계 최빈국에게 협상과 의제 대결에서 진 것이다. 북한은 국가 체제의 존망을 걸고 매달린 것이고 다른 나라들은 북한 체제 종식이라는 강수까지는 생각 하지 않고 살살 달래고 설득해서 핵을 포기하게 만들겠다는 미적지근한 자세를 가지고 협상에 나섰다. 그나마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간 것도 아니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안 날 만큼만 제재를 하면서 설득을 했었는데 그것이 실패한 것이다.

 

앞으로 유일하게 북한을 평화적으로 비핵화할 수 있는 길은 북한의 전략적 계산의 공식을 바꾸는 것 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솜방망이 제재로는 아무리 해봐야 협상은 물론 비핵화도 안 된다. 결국 북한이 계속 핵능력을 증강해 나가도 속수무책으로 구경만 하는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걸 계기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이 포기하는 것보다 불리하도록 북한의 이익을 바꿔나가는 수밖에 없다. 중요한 수단은 대북제재인데 지금까지의 부분제재로는 소용이 없고 전면제재를 시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대외경제 활동의 일부분에 대해서만 상징적인 제재를 했을 뿐인데 북한의 모든 외화 수입원을 차단하는 전방위제재만이 협상을 통해서 평화적으로 비핵화 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그것을 못하면 북한은 계속 핵무장을 해 나갈 것이다. 제재와 협상은 별개가 아니다. 북한으로서는 제재가 버틸 만하면 협상을 통해서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이유가 없다. 제재를 버틸 수가 없으면 북한은 협상밖에 살아날 길이 없다.

 

협상이 안 되는 이유는 그동안의 제재가 워낙 약했기 때문이다. 협상을 안 하는 것이 북한의 목표 달성에 더 유리한 데 왜 협상을 하겠는가.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의 생존에 유리하다 판단했을 때 협상을 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이 핵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체제 생존밖에 없다. 체제생존이 위험해질 정도로 제재가 가해져야 북한이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핵을 포기하는 것이지 아무리 제재를 하더라도 체제 유지에 지장이 없으면 북한으로서는 협상으로 포기할 이유가 없다. 핵을 포기 안 하면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확신을 북한 지도부가 가질 때 협상이 가능하고 그때 나오는 협상이 진전을 기대할 수 있는 협상이다.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자기들의 핵능력을 강화하고 공고화하기까지의 시간벌기와 더 큰 제재를 막기 위한 잔꾀에 불과하다. 핵을 포기하기 위한 회담에는 나올 리가 없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 체제의 생존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현 상황에서 봤을 때 김정은은 예상 외로 잘 버텨 나가고 있다. 핵경제병진정책도 순항하고 있고 체제도 안정화되고 있다. 모든 것이 다 잘 되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북한이 내 건 여러 가지 목표 달성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다. 북한에서 높은 사람 몇 명이 넘어 오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북한 체제가 당장 불안하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별로 없다. 아무리 안정된 체제라도 리더십이 바뀌면 인사 쇄신이나 세대교체가 있고 그 과정에서 득보는 사람도 있고 손해 보는 사람도 있다. 득보는 사람은 새로운 친위세력이 되는 것이고 거기서 불이익을 받은 사람들은 반대파가 되는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크게 봤을 때 지도부의 권력구조개편, 세대교체, 새로운 친위세력 구축 과정에서 나오는 현상들이다. 김정은은 내부의 도전 세력들을 제압하고 젊은 나이에 유일적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그리고 어려운 국제환경 아래에서도 자신이 표방한 정책을 크게 후퇴하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많겠지만 크게 볼 때 김정은이 확고한 유일적 지배체제를 구축해서 나름대로 상당히 자신감을 갖고 끌고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 한해는 한국 내에서도 큰 정치적 변화들이 예상됩니다. 누가 차기 지도자가 되더라도 현재의 외교안보 위기를 풀어내는 것이 가장 큰 숙제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라를 일으키고 바로 세우고 지키는 것은 어렵지만 망하게 하는 것은 간단하다. 전략적인 오판으로 국가 미래에 대한 선택을 한 번이라도 잘 못하면 지난 수 십 년 동안 쌓아온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우리가 기존에 유지해 온 중요한 외교안보정책의 근간이나 선택을 바꿀 때는 당파적 이해관계나 리더의 즉흥적인 판단보다는 국민들의 컨센서스를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 어느 지도자가 나오든 외교안보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미 엎어진 물은 담을 수도 없고, 어느 한 사람이 책임질 수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해서 책임이 면해질 수도 없지 않은가. 우리 생존과 안위를 위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지, 우리 국익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국익에는 경제적 실익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5천만 국민의 안위와 대한민국의 생존이다. 격변하는 동북아 전략 지형 속에서 우리의 생존 공간, 활동 공간을 어떻게 더 넓히고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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